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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 MaSill May 29. 2024

국립현대미술관 : 정영선 -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

권가현

평소 조경에 관심있던 것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자연과 주거에 관심이 있어왔기 때문에 조경과 건축, 우리가 사는 땅, 주거, 인간의 삶은 다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이번 정영선 조경가의 전시 에서 잘 드러나 있겠다는 생각에 정영선 조경가의 전시에 관심을 가지고 관람하게 되었다.

전시장의 입구와 출구, 중간중간에 정영선 조경가의 인터뷰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 인터뷰에서 정영선 조경가가 참여한 프로젝트들의 소개가 이루어졌고, 작가가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대 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전시의 시작에 있던 긴 인터뷰 영상은 전시를 관람하는데 방향을 제시해주는 도움이 됐다.

전시의 일환으로 전시장 밖에 정원처럼 꾸며놓은 야외공간이 있었다. 조경가의 전시인 만큼 공간을 자연으로 꾸미는 것에 대하여 관람객들이 직접 감각적으로 더 잘 느낄 수 있던 전시요소 였기에 좋았다. 다만 이렇게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이 야외 정원 외에는 특별히 없었 고 작게 체험요소가 있더라도 전시를 자연스럽게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따로 참여해 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아쉬웠다.

전시장 내부에 바닥에 설치된 정영선 조경가가 참여한 조경 프로젝트들의 사진과 글들이 있었 는데 땅을 중시하는 작가의 철학과 이어진 전시형태가 흥미롭게 느껴지긴 했으나 너무 큰 유리 관으로만 전시해두어 관람객들로 하여금 다가가기 어렵게 만든 지점이 있었다. 실제로 바닥전시 를 슥 보기만 하고 직접 들어가서 보는 관람객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전시가 그저 감상하면 되는 작품들이 아니라 조경과 자연이고 이것이 인간의 주거, 인 간의 삶과 밀접한 연결되어 있는 만큼 관람객의 참여를 이끄는 전시형태를 지녔으면 더 좋겠다 생각했다. 그 밖에도 전시 내용이 주로 정영선 조경가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건축 도면이나 조경 계획서 등으로 전시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어서 관람하는 데 조경이나 건축에 관심있고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쉽게 즐기고 느끼기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관람하는 데 이런 지 점으로 인해 기대했던 만큼 전시가 재밌지 않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 금방 둘러보고 다음으로 넘어갔었다. 대신 이런 전문적인 전시물에서 조경계획서 등의 자료를 보았을 때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보고 즐기는 꽃과 풀, 나무들이 모두 철저히 계획하에 심어지고 관리된 것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다들 큰 의미부여나 생각 없이 우리 주변의 조경을 즐기는데 그 식물들이 모두 그 장소에 발대고 있는 이들을 위해 고른 식물들이었다는 사실에 조경가들의 정성이 느껴졌다.

전시장에는 식물도감 책이 하나 있었는데 동식물, 자연, 땅의 섭리와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철 학적인 글과 함께 여러 꽃과 풀 사진이 있었다. 이 책이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게 관람한 요소였 다. 전시장의 출구 쪽에 설치되어 있어 전시를 마무리하며 전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들어서 전시를 감명깊게 만드는 역할로서 작용하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이 딱 한 권만 설치되어 있었는데 여러 권을 설치하여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볼 수 있게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시장들 사이에는 공간이 나뉘면서 높이가 달라져 턱이 있었는데 가운데에 내리막길 형식의 계단이었다. 몸이 불편하신 관람객들을 위한 배려 차원의 전시 요소이겠다 싶긴 했지만 전시에서 조경과 자연이 주제인 만큼 내리막길이 등산을 연상시켰고 만일 자연과 비슷하게 전시 장을 꾸미고자 한 것이 맞다면 그런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의 규모가 작고 관람하는 시간도 생각보다 짧아 아쉬웠지만 ‘조경’이라는 주제 자체가 색 달랐기 때문에 새로운 전시 경험이었다. 전시가 전체적으로 재밌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영선 조경 가의 예술철학에서 오는 전시 자체가 지닌 의미는 무척 좋았다.

또한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라는 전시의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존재들을 위해 그들이 발을 대고 있는 땅을 그들과 어울리도록 아름답게 가꾸는 정영선 조 경가의 철학이 잘 담긴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조경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고 와 전시한 것에 대하여 조경도 미술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실감 하게 하였고 반대로 미술을 하는 사람들도 조경이라는 요소를 작품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조경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고 온 전시라는 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연결성을 상기시 킨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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