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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 MaSill May 29. 2024

“공상의 힘을 보여주는 전시”

송다은

전시장을 들어서면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는 엉뚱 발랄한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전시명은 앙리 마티스가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아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나며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라고 했던 데서 따온 것으 로, 실제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자기 집 욕조 속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리너스 반 데 벨데’ 작가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하던 인상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실내에서 작업을 한다. 여러 장소의 인상을 보이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던 인상 주의 화가들과 달리 그는 작업실 내부에서 본인의 머릿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작품을 만들어낸다. 작업실에 틀어박힌 채 책과 영화, 뉴스와 잡지, 역사와 미술사 서적, 작가와 위인의 전기 등을 탐구하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허구적인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편의 소설을 읽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상상을 기반으로 다양한 매체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에서는 공상적인 이야기와 표현들이 돋보이고. 이는 보는 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비현실감 은 실제 현실과 대비되어 그것과 유사한 실제 현실에 대한 생각들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와 똑 닮게 만들어진 마스크를 쓴 배우가 인상주의 화가가 되어 하루 동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인 〈하루의 삶〉처럼 그는 평행 세계 속에 존재할 법한 허구적 자아를 내세워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본인의 얼굴을 본떠 만든 마스크는 작가 본인이라고도 완전히 다른 타인이라고도 할 수 없다. 물질 적으로 그리고 실제 이미지로서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하고 있는 것 사이의 괴리는 미묘한 단절감과 함께 비현실감이 느껴지게 한다. 〈하루의 삶〉을 촬영하며 사용된 소품들은 영상과 어우러져 여기 저기 배치되어 있는데. 저마다 자유롭게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사이에서 있으면 마치 동심 으로 돌아가 거대한 세트장 속에서 소품 하나하나를 찬찬히 뜯어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골판지와 같이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소품, 자동차〉, 〈산〉과 같은 설치 작품들은 조 금은 투박하고 엉성한 마감새를 보이지만 조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엉성한 마감새는 그의 상상이 몽상적이며 현실에서 동떨어진 영화라는 점을 환기하고 있다. 그의 설치 작품들에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처럼 수제작이 주는 특유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벽면에는 〈친애하는 에일,나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나는 욕조에서 해와 달,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망고를 먹고 싶다〉와 같이 구상, 추상과 같은 형식에 얽매여 보이지 않는 회화작품들이 걸려있다. 작가가 직접 손으로 쓴 줄글 위 그림이 그려져 있는 형식은 책에 들어있는 삽화나 폴라로이드 사진에 글씨를 적은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각기 다른 문단 위 여러 색상의 오일파스텔, 색연필로 그려진 다채로운 작품들은 작가가 글에서부터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그려냈 을지 상상해 보게 만들며 나라면 어떤 그림을 위에 그려봤을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의 엉뚱한 상상은 관객들이 그것을 유쾌히 즐기며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또, 상상과 사실을 충돌시키고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이 관객들로 하 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좀 더 입체적으로 넓혀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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