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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 MaSill May 25. 2024

조경,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이서현


  시간의 흐르면서 예술의 영역은 점차 확장되어 왔다. ‘개념미술’, ‘퍼포먼스’, 그래피티’ 등 평면 회화만이 예술이 아닌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면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는 세상에 있다. 그렇다면 조경은 어떨까. “조경이 예술 안에 들어올 수 있는가?”에 대한 물 음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호한 답변을 해올지도 모른다. ‘조경’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성격이 강해 조경이 전시장에 ‘전시’된다는 것은 어색하게 다가온다.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정영선 조경가의 ⟪이 땅의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는 관객들에게 조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전시장은 조경가의 인터뷰, 설 계도, 조경 사진, 자연의 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전시의 초반부에 정영선의 인터뷰를 볼 수 있는데, 그녀는 “조경은 땅에 쓰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고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영선이 강조했던 ‘땅’이라는 키워드는 전시의 형태에서 느낄 수 있었다. 조경 사진들과 설계도면이 바닥에 놓여 있던 구조는 관람객의 시선을 땅으로 향하게 만들었고 자연에 들어설 때, 본인이 밟고 있는 땅과 울창한 숲을 바라보듯이 전 시에서 관람객의 시선은 마치 자연을 보는 것과 같았다. 관람객을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도하면서 정영선의 조경 철학을 하나씩 읽어갈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진과 설계도면보다 정영선의 글이었다. 서울에 거주한다면 누구나 알 법한 선유도 공 원, 아모레 퍼시픽 등 그곳의 흙과 나무, 꽃, 풀을 치밀하게 설계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공 간에 다녀갈 대상을 미리 생각하고 땅이 지닌 기운과 모양을 중시하며 미래에 세월의 흔적을 안고 아름답게 변화해 갈 정원을 기대하는 그녀의 생각은 조경이 예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납득시켰다. 조경가라는 직업은 마치 예술 작업을 하는 사람과 닮아 있는 부분이 많았다. 작업하기 전, 재료를 선택하는 것부터 작업 후에 전시 디스플레이, 관객 과의 소통까지 고려하는 작업의 과정이 조경가의 설계 과정과 유사했다. 관객은 단순히 시각적인 이미지가 아닌, 조경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간의 쓰임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을 것이며 그것은 예술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같다고 느껴졌다. 

  정영선의 이야기는 일상 속에 스며들어 인식하지 못했던 ‘조경’이 미적 감각을 이끌어낸 다. 더불어 조경이 예술의 경계를 넘어섬으로써 예술의 영역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  풀, 꽃처럼 예술이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전시 전경_⟨기억의 꿈 : 선유도 공원 건설지, 2002년, 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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