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장날과 새로 단 커튼

by 이혜원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를 두어 번 글로 써서 밝혔다. 오늘 아침잠을 깨며 '배보다 배꼽이 커졌네~'라고 했다. 글을 쓰는 이유를 잊고 엉뚱한 곳에 마음이 쏠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좋아요 수가 늘어나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게 아닌데~ 한다. 작가가 매일매일 글을 쓰는 이유는 떨어져서 사는 똘똘이와 이쁜 아이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었을 때 똘똘이가 이사를 와서 곁에서 살라고 했다.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는단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똘똘이의 마음이 보여 울컥했다. 몸을 회복하고 나서 똘똘이의 곁으로 이사를 가는 대신에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시시콜콜 쓰기로 했다. 똘똘이는 가끔씩 보는데 이쁜 아이가 매일의 글을 보아준다. 고맙다.


언니는 자신의 삶에만 바쁜 줄 알았다. "네가 아플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가는 것은 순서가 없지만 우리 형제는 태어난 순서대로 갔으면 해. 동생들이 아프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구나." 언니의 마음이 보여서 울컥했다.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시시콜콜 쓴 글을 언니도 보고 오빠도 보고 막냇동생 목사님도 본다. 고맙다.


하루의 일상을 글로 남기면 삶에서 군더더기가 사라진다. 허투루 살고 나면 글쓰기가 힘들어지고 함께 살고 있는 화가가 제일 먼저 글을 읽으니 포장을 할 수도 없다. 말하지 않은 것들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화가가 저절로 알게 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연애시절도 아니니 침묵은 금이다.


어제는 아침에 달걀을 거두지 않은 첫날이었다. 순발력 하나는 끝내주게 좋다고 여겼었는데 순서하나를 바꾸었을 뿐인데도 버벅거리는 느낌이다.


아침 일찍 요구르트와 사과와 달걀을 챙겨 먹어서인지 수영을 할 때 훨씬 수월했다. 식사 후 한 시간이 지나야 위가 가벼워진단다. 스노클과 오리발을 사용하여 한 시간 수업을 받았더니 숨차게 운동을 한 느낌이 없어서 수업이 끝나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접영과 배영발차기를 연습했다. 예습과 복습을 잘해야 한다고 배웠더랬다.


화가가 농협사무실에 들러서 출자금 반환신청을 하겠단다. 별관을 짓고 나니 가진 농지가 300평이 되지 않아 농업인이 아니라며 출자금을 돌려준다고 한단다. 시장통을 지나는 지름길로 차를 몰고 갔더니 차도 사람도 엄청 많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화가에게 시장입구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뭘 살 것인지 묻는다. 사과가 떨어져서 사야 한다고 대답했는데 사과도 사고 상추 쑥갓 잔파 달래와 부추까지 샀다.


장날에 파는 어묵을 사지 않으면 화가가 서운해한다. 어묵두 개를 꼬치에 끼워달라고 했더니 키친타월로 싸서 흰색비닐에 넣어준다. 어묵집 앞에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다. 1,000원일 때는 만들기가 무섭게 팔렸는데 1,500원으로 값을 올리고 나서부터 손님대신 어묵이 쌓인다. 큰 길가에서 차를 기다렸다가 차 안에서 하나씩 사이좋게 나누었는데 화가가 한 개 반을 먹었다. 키도 더 크고 나이도 더 많아서 그렇다.


점심때 된장국을 끓이며 잔파와 달래를 듬뿍 넣었다. 달래만 넣어야 하는 데 지난 장날에 사 둔 잔파가 남아서 어쩔 수가 없다. 달래, 잔파, 저희 사촌끼리 배 아파하지 않고 사이좋게 맛을 낸 덕분에 된장국이 맛났다.


추석 때 재어둔 LA갈비를 어제 다 먹었다. 마지막 남은 갈비 살코기 부분을 상추에 싸서 화가의 입에 넣어주며 다 먹었다~ 했더니 돼지고기고추장 볶음을 먹어 본 지 오래되었단다. 화가는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한다. 부부가 같은 식단으로 식사를 했는데 왜 남편만 늘~ 기운이 없어하느냐는 질문에 사람마다 달리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는 응답이 달렸다. 화가에겐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몸에 이로운데 깜빡하고 잊었다.


닭장에 갔더니 닭들이 무척 반긴다. 아침에 주던 먹이를 늦은 오후에 주었더니 우르르 먹이통으로 모인다. 웃는다. 달걀을 엄청 많이 거두어야 하는데 기대보다는 적은 양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데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더랬다. 거둔 달걀을 하나씩 종이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이쁜 아이에게 택배를 보내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창원의 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방에 커튼이 달렸다는 소식과 수고에 대한 고마움으로 화가가 10만 원을 송금하더라고 전했더니 김사장이 커튼을 달았단다. 네 개의 커튼 중에 안방 커튼은 뒤늦게 주문하여 김사장이 치수를 재었는데 너무 길게 재어 안방 커튼만 다시 재단을 해야 했단다. 커튼집 사장이 먼 거리를 세 번이나 방문하는 것이 미안해서 완성된 커튼을 김사장이 가져와서 달았다. 고맙다.


커튼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화가가 온방기 시험가동을 하면서 이층으로 통하는 계단입구에 달린 커튼을 쳤는데 아래층의 열기가 위로 올라가지 않아서 훨씬 빨리 따뜻해진다. 분위기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효율성까지 있으니 커튼 바꾸어 달기를 참 잘했다.


택배 세 개가 도착했다. 이쁜 아이가 보낸 비타민과 오메가쓰리와 태추단감이다. 이쁜 아이의 퇴근시간을 기다려서 화가의 비타민이 도착했다는 것과 오메가쓰리를 여섯 통이나 보내주어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 답신이 왔다. 웃는다.


태추단감 세 개를 깎았더니 접시에 가득이다. 초등절친이 단감을 좋아해서 열심히 깎아먹었더니 체중이 2킬로나 불어났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매일 글을 올려주던 절친이 이틀 동안이나 단톡방에 글이 없어서 접시에 담긴 단감사진을 올리며 안부를 물었다. 웬일일까~


밀린 신문 세 개를 한꺼번에 읽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되짚어서 읽었더니 재미가 있다. 영화는 결말을 알고 보면 싱겁지만 신문은 그 반대여서 읽는 이에게 예지능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화가가 2층에서 전화를 걸어와서 받았더니 얼른 올라와서 일찍 잠을 자란다. 한집안에서도 전화로 소통하는 것은 무한대 통화허용의 장단점이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60%만 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