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 없는 삶
아침 시간은 정말 바쁘다. 직장 다닐 때 아침의 10분을 저녁의 30분과 맞바꾸고 싶었다. 한시간과 바꿔도 좋았다. 바쁜 아침시간에 아는 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와 평균 통화시간은 30분인데 두 시간 이상 통화를 할 때도 있었다. 오랜만에 걸어온 전화다.
반갑게 받아서 그렇잖아도 전화를 하려고 했었다고 했다. 새롭게 구역장을 맡아서 일을 하게 되었으니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하니 묵혀두었던 말을 꺼낸다. 서운한 일이 있어서 그동안 전화를 하지 않았단다. 야외소풍 준비를 하게 되었을 때 했던 작가의 말이 서운했단다. 참 잘했어요~ 응원을 기대했는데 그러지 않아서지요? 그렇단다.
야외소풍에 식사로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지 구역장이 물었을 때 간단히 피자와 치킨을 주문해서 먹자는 의견을 내었더니 그대로 결정이 되었다. 그로부터 한주가 지난 뒤에 준비의 주역인 그녀로부터 시래깃국과 나물을 만들어 올 사람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피자와 치킨으로 정해진 날은 그녀가 다른 일이 있어서 참석을 하지 못했고 시래깃국 얘기를 나눈 날은 작가가 서울 나들이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더랬다.
누군가가 힘들게 준비하는 수고를 들기 위해서 피자와 치킨으로 하자고 했는데 번거롭게 되었다고 했더니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음성 색깔이 달라진다. 참 잘했어요~라는 반응을 기대했는데 정반대였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듣기 좋은 말들을 쏟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소풍날은 피자와 치킨에 시래깃국에 나물까지 곁들여져 풍성한 차림이 되었고 그녀의 남편이 시래깃국을 맛나게 먹었다. 아하~
서운했었답니다~라고 말을 할 때는 치유가 되었다는 뜻이다. 밝게 통화를 끝낼 즈음에 한 가지 권면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란다. 일을 할 때 100%의 에너지를 쏟지 말고 60%만 하면 좋겠다고 했다. 리더가 100%의 에너지를 쏟아서 일을 하면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처할 여력이 없어진다고 했더니 무슨 뜻인지 잘 알겠단다. 통화를 끝내고 나니 60%의 에너지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직장 다닐 때 작은 조직에서 여러 사람을 통솔해야 하는 이인자가 되었다. 팀원 한 사람이 다른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나서 수료를 하는 날인데 축하를 해주고 싶어서 꽃바구니를 만들어 수료식에 갔다. 감동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 되어 사무실로 돌아왔더니 상사가 불렀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인지 살펴서 하세요~ 상사의 그 말은 신나는 일을 저지르고 싶을 때마다 잠깐 멈춤을 하는 깃발이 되었다. 구역장을 맡은 그녀에게 일을 시작하면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를 빠뜨렸다. 표어만 내어 걸고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옷을 세탁했더니 목주위의 장식이 뜯어졌다. 깃털모양으로 멋을 낸 것인데 뜯어진 그대로 마무리를 했더니 감쪽같다. 오른쪽에 남아 있는 깃털장식으로 예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옷에서 장식 깃털 하나씩 떼어내는 삶을 살아야겠다. 깃털이 없으니 옷이 가진 제기능이 보인다.
화가가 달걀 거두는 일을 오후에 하는 것이 어떠냐는 권면을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이른 아침에 물을 보충해 주는 일이 어려울 것이란다. 해 보았으니 잘 안다. 참 좋은 제안이라고 답하고 나서 세탁기를 돌리며 글을 쓴다.
해가 뜨는 모습과 담장 곁에 핀 들국화와 단하나만 수확하게 된 태추단감을 사진으로 담았다. 기록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