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에 가시

치과치료와 영어공부

by 이혜원

우리 어머니는 '손톱밑에 가시 든 줄은 알아도 옆구리에 쉬 스는 줄은 모른다'라고 하셨다. 쉬가 슨다는 것은 상처의 고름에 파리가 앉아서 알을 낳는 것을 말하는데 살면서 하찮은 것에 마음 쓰지 말고 큰 일에 집중하라는 뜻으로 알아 들었다.


시골살이를 하니 종종 손에 가시가 박히는 데 한번 박힌 가시는 저절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언젠가는 빠지겠지~하며 방치하면 가시가 든 곳이 곪아서 커다란 상처가 되기에 빨리 빼내어야 한다.


어제 아침에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 데 발뒤꿈치에 가시가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양말을 쥐어짜듯 하여 가시를 빼내려고 했지만 급한 마음에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로 하루를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돋보기로 발뒤꿈치를 살폈더니 까만 점 같은 것이 보인다. 바늘을 찾아서 어렵사리 가시를 빼었더니 에게게~ 이 작은 가시하나가 그렇게 엄청난 괴로움을 주다니~ 작디작은 가시를 보며 웃었다.


닭장에서 알을 꺼내어 씻어서 별관 냉장고에 갈무리를 해 두고 나서 점심반찬 몇 가지를 준비해 둔 뒤에 수영장엘 갔다. 중급반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유형으로 세 바퀴를 돌게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맨 뒤에서 출발했는 데 두 바퀴째가 되니 앞에서 수영을 하던 두 사람이 작가더러 먼저 가란다.


오늘은 평형수업이다. 평형이라면 자신이 있어서 자유형 수영에서 뒤처진 두 사람의 앞에 서서 수업을 받았다. 평형 두 바퀴를 돌고 오니 또 다른 두 사람이 작가의 뒤쪽으로 간다. 맨날 꼴찌만 하다가 네 사람이나 뒤쪽에 두고 수영을 하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배운 것을 복습하고 있으니 작가의 뒤에서 수영을 했던 이가 접영발차기하는 법을 좀 알려달라고 한다. 선생님에게서 배운 대로 시범을 보여주며 해보라고 하니 잘 되지 않는단다. 한참 동안 같이 연습을 하다 보니 화가와 만날 약속 시간에 늦었다. 화가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세 통이나 와 있다. 너무 기분을 내었나 보다.


주차장에 갔더니 아침에 차를 세워두었던 곳에 차가 없어서 화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건소에서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있단다. 화요일에 접종을 받기로 했는데 작가를 기다리는 시간에 주사를 맞기로 한 모양이다. 독감과 코로나 예방접종을 같이 한다는데 독감예방주사만 맞았단다. 참 잘했어요~


어제 올케언니가 농협마트에서 구입했다며 조기세트를 선물로 주었다. 여섯 마리 중에 세 마리는 냉동고에 넣어두고 세 마리를 해동시켜서 점심반찬으로 구웠다. 커다란 민어조기 세 마리를 구워서 화가와 사이좋게 한 마리씩 나누어 먹고 나머지 한 마리는 아껴두었다.


치과치료를 받는 날이어서 화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창원으로 갔다. 치과 간호사는 작가의 오른쪽 아랫니에 충치두 개가 생겼다며 이빨하나에 28만 원씩 56만 원의 치료비가 든단다. 정기검진하러 오라더니 돈 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마음속으로 한참 동안 투덜대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충치를 방치했다면 이빨을 뽑아야 했을지도 모르는데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치료를 하려면 마취를 해야 한단다. 사정없이 주삿바늘로 찌르고 나니 오른쪽 볼에 감각이 없어졌다. 마취가 풀리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다. 치료를 마치고 거울을 보니 입이 삐뚤어져있다. 이를 어쩌나~ 화가가 웃는다.


월요일 저녁에는 원격 화상영어수업이 있다. 입이 삐뚤어져 있으니 발음도 이상할 텐데~ 선생님에게 마취사실을 알리고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한다'라고 할까 하다가 참았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한참 동안 수업에 참여했더니 차츰차츰 마취가 풀린다. 수업이 끝날 때쯤에는 손을 내려도 될 정도가 되었다. 말하지 않기를 잘했다.


작가가 영어공부를 할 동안에 화가가 설거지를 해 주었다. 설거지를 부탁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릇을 깨끗이 씻어서 마른행주로 닦아서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화가는 설거지를 참 잘한다. 그릇만 씻는 것이 아니라 싱크대 주위까지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은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차다.


오늘은 이쁜 아이의 생일날이다. 아침에 가족카톡방에 생일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이쁜 아이를 작가에게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했더니 '감사합니다~ 두 분이 새로운 부모님이 되어 저도 감사하답니당:-'이라는 답신이 왔다.


화가는 이쁜 아이에게 사랑받는 날 되세요~라고 보내고 이쁜 아이는 어제 보내주신 축하금으로 저녁에 알콩이달콩이랑 생일 파티 잘했단다. 화가가 똘똘이에게 보낸 금일봉으로 맛난 식사를 한 모양이다. 달콩이가 맛나게 먹는 모습의 사진이 올랐다.


우리 어머니는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모습이나 자식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이나~'라고 하셨다. 화가는 왜 달콩이 사진만 올랐느냐고 한다. 웃었다.


오늘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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