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리 황소
아침에 함안에서 목욕을 마치고 차를 타고 고속도로 쪽으로 오다가 로터리에서 상징탑 공사를 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가야읍과 법수면 가는 길로 나뉘는 곳에 신호등이 있었는데 어느 날 로터리가 들어서더니 한가운데 상징물을 세우는 작업을 한다.
어떤 모습의 상징물이 들어설지 궁금했는데 세워지는 것을 보니 정말 이상하다. 고래인가~ 꼬리가 없으니 그도 아닌 것 같고~ 공사가 진행되며 상징물 아래쪽이 드러나니 아하~ 고분의 출토물 모습이다. 함안은 아라가야의 옛 도읍지이다.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의 형상이라는 것은 짐작이 가는데 용도를 알 수가 없다. 술잔인가~ 했지만 위쪽이 막혀있으니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더욱 궁금했는데 오늘 확실히 알았다. 목욕탕 대기실에서 화가를 기다리며 함안소식지를 뒤적였더니 소형상의 출토물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이 실려있는데 상징물과 똑같다. 아하~ 소였구나.
오늘 막냇동생 목사님은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자'는 제목의 설교를 하며 이솝우화 '네 마리 황소'를 예시로 들었다.
황소 네 마리가 사이좋게 지내며 함께 풀을 뜯고 사자로부터 위협이 왔을 때는 힘을 합쳐 물리치자는 맹세를 했단다. 황소를 먹잇감으로 노리는 사자가 공격을 했지만 그때마다 네 마리의 황소가 뭉쳐서 달려드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를 하니 사자는 꾀를 내었단다.
어느 날 무리의 뒤에서 풀을 뜯고 있는 황소에게 사자가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 앞서 가는 세 마리의 황소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네가 욕심이 많아서 풀을 더 많이 먹느라고 항상 뒤처진대. 자신을 흉본다는 얘기를 들은 황소는 무척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사자는 다른 세 마리에게도 각각 그럴듯한 말로 이간질을 했더니 황소 네 마리는 자기를 제외한 세 마리가 뭉쳐서 혼자만 따돌림을 당한다고 여기게 되었다. 네 마리의 황소는 더 이상 힘을 합치지 못하고 흩어져서 풀을 뜯었고 사자는 혼자된 황소를 한 마리씩 차례대로 모두 다 잡아먹었단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오늘 점심은 아들을 결혼시킨 집사님 부부가 결혼피로연 음식으로 마련했단다. 작가가 좋아하는 잡채도 나오고 생선전도 차렸다. 많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인데 기꺼이 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열무김치가 맛나다고 했더니 밭에서 직접 거둔 무로 담근 것이란다. 어머니가 담가주던 열무김치 맛이 났다.
구역예배시간에 원로목사님이 간증을 했다. 사모님과 같은 마음 같은 뜻이 되는 데는 30년이 걸렸단다. 맞선을 보고 일주일 만에 결혼을 했는데 상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합치다 보니 결혼 생활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단다. 권사님 한분이 어떻게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결혼을 할 수가 있었느냐고 묻는다.
혼담이 오갈 때 처녀집에서 목사님 동네로 와서 총각이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아보았더란다. 돈은 없지만 심성하나는 무척 착하다는 얘기를 듣고 결혼을 시켜야겠다고 했단다. 처녀가 도시에서 양장점을 운영하여 돈은 많은데 고집이 세고 억세어서 양순한 남편을 만나야 한다고 여겼단다.
장모님이 된 처녀의 어머니는 당시에는 교회에 다니지 않아서 점을 보러 다녔는데 결혼상대자가 나타나서 점을 칠 때마다 자신의 딸이 40세가 되지 않아서 요절을 하게 된다고 하더란다. 목사님과 결혼을 시키면 장수를 한다고 하여 혼인을 시키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목사님과 결혼한 사모님은 39세에 신우신염을 앓았는데 더 이상 살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기도로 나았단다. 한번 죽을 고비를 넘긴 사모님은 두 번째도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세 번째로 69세에 뇌암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는데 5년간을 장담 못하겠다고 했지만 벌써 80세를 넘겼단다.
벼락같이 결혼을 한 부부는 많이도 싸웠단다. 아이도 없는 집에서 싸움소리가 나면 이웃집에서는 오늘 또 저 집 새댁이 신랑을 잡는다고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목소리가 큰 사모님 음성만 담장 밖으로 나가서 그랬단다. 집사람은 한 번도 나를 이겨본 적이 없어요~(사모님이 없는 자리에서 목사님 혼자만의 얘기이다.)
30년 동안 목사님이 참았더니 사모님이 스스로 깨닫더란다. 목사님에게 질문을 한 권사님이 참을 인자 세 개면 죽을 사람도 살린다고 했습니다.라고 한다. 인삼자면살인(忍三字免殺人)이라는 제목의 옛이야기를 말한다.
집으로 오는 차에서 재종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부가 밭에서 부추를 베어와서 다듬고 있단다. 우리 집 부추는 꽃이 피더니 열매를 맺었다고 했더니 지금 베어주면 겨울이 오기 전에 한 번쯤은 새 부추를 먹을 수 있단다. 내일 당장 부추를 베어야겠다고 답했다.
언니에게 10년 뒤에는 어디서 살 것이냐고 물었더니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는데 어디로 가겠니~ 죽을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아야지~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익숙한 곳이 제일 편한 곳이다. 작가에게 계속 시골에서 살 것이냐고 묻기에 실컷 전원생활을 즐기고 나면 오랫동안 살았던 소도시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어릴 때 새 옷을 입으면 세탁을 해야 할 때가 되어도 그 옷만 입기를 고집하거나 새로운 것을 가졌을 때는 손에서 놓지 않고 있으면 어머니는 그래~ 사랑 때우기를 실컷 해야지~라고 하셨다. 꽃과 나무를 키우고 풀을 뽑고 닭을 키우는 시골생활을 실컷 해서 더 이상은 전원생활이 그립지 않을 때가 되면 도시로 돌아갈 것이다.
화가가 똘똘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알콩이달콩이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달콩이가 먼저 영상통화를 하고 알콩이가 넘겨받아서 아바타 얼굴로 통화를 한다. 우리 알콩이 어디 갔니?라고 했더니 아바타로 통화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단다. 알콩이에게서 아바타로 변신하는 법을 배워서 통화를 하고 있었더니 똘똘이가 나타나서 지금 뭐 하고 계시느냐고 묻는다. 웃었다.
오늘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