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눈세척기와 이쁜 아이통화

by 이혜원

매일 아침저녁으로 눈 세척을 하고 있다. 건강전도사인 사천의 목사님이 세척용 소금과 눈세척기를 선물해 주어서 세척을 시작한 지 일 년쯤 되었다.


처음엔 화가도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눈 세척을 하더니 어느 날부터 하지 않기에 작가가 저녁세수를 마치고 나면 세척기에 소금물을 담아 세면대에 놓아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면 곧바로 눈에 보이니 화가도 아침에는 눈세척을 한다.


오늘 아침에 세면장에 갔더니 눈세척기가 제자리에 놓여있다. 세척을 하고 나면 세면대 안에 세척기 두 개를 던져 놓아서 작가가 씻어 두는데 ~ 어젯밤에 준비를 해 두지 않았나~ 잠깐 헷갈렸다가 어제 아침에도 세척기가 제자리에 놓여 있었던 것을 기억해 내었다. 화가가 눈세척을 하고 나서 씻어서 제자리에 둔 것이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수영을 마치고 나서 차에 탔더니 화가가 이쁜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보란다. 똘똘이와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 이쁜 아이와도 통화를 했는데 '요즘 많이 힘들지~'라고 했더니 잠시동안 말이 없더란다. 똘똘이가 전화기를 넘겨받아서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물어서 별말한 것 없다고 답했단다. 어서 전화를 해보라는 재촉을 받고 걸었더니 받지를 않는다. 웬일일까.


똘똘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쁜 아이가 곁에 있는데 전화기를 가방에 두어서 받지 못한 것 같단다. 이쁜 아이와 통화를 하니 평소와 꼭 같이 밝고 쾌활한 음성이다. 직장과 집안 일과 아이 키우기와 가족들 보살핌까지 하나같이 힘든 일상에서 화가의 위로를 받으니 울컥했던 모양이다. 쓰나미 같은 감동도 좋지만 잔잔한 감동이 더 큰 감동이다.


점심상을 차려서 식사를 하려고 하니 달콩이가 영상통화를 청해왔다. 일주일 사이에 우리 달콩이가 어쩜 이렇게 멋져진 거냐고 했더니 오늘 그린 그림을 보여줄까요~라고 묻는다. 그래 보고 싶어~ 작가의 대답에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며 하나씩 설명을 해 준다. 두장의 스케치북에 빽빽하게 동물들을 그렸는데 빠르게 소개하며 캐릭터들 이름까지 곁들이기에 이해하기 어렵다.


한 시간 동안에 이 많은 그림들을 다 그렸느냐고 했더니 5분 만에 다 그렸는데요~라고 답한다. 웃었다. 밑그림만 그린 것도 있지만 색칠까지 한 것도 있는데 5분 만에 그린 작품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후딱 해 치우는 달콩이가 빨리빨리 그리다 보니 스스로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느낀 모양이다.


사부인은 알콩이는 차분한 성품으로 매사에 신중한데 달콩이는 뭐든 빨리하다 보니 가끔씩 실수를 한단다. 달콩이가 듣고 있어서 가끔씩이라고 표현했지만 서둘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유치원 선생님이 내어준 숙제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알콩이와 달콩이는 글씨도 확연히 달랐다. 달콩이 글씨는 날아다닌다.


오늘은 자율수영을 하는 날이어서 스노클과 오리발 연습을 하려고 했더니 오리발 레인에 중급생 남자 동기생 두 사람이 먼저 와 있다. 인사를 하고 나서 두 사람이 걸고 있는 금목걸이를 팔아서 맛난 것 사 먹자는 농담을 건넸더니 나이가 많은 이가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걸고 있는 목걸이가 스무 돈이라고 하니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더니 금값이 내려서 많이 받지는 못할 거란다. 금값이 내렸구나~


작가보다 나이가 어린 남자 동기생의 부인은 고급반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부인과는 인사를 나누지 않았는데 탈의실에서 친구에게 건네는 얘기를 들으니 그녀가 수영을 시작할 때 남편에게도 권하며 수영복을 사 주었는데 1년 동안 벌써 세벌째 새로 장만했단다. 남자 동기생이 수영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는데도 중급반에 머무는 것이 놀랍고 수영복 두벌이 낡을 정도로 열심히 운동을 했다는 것도 놀랍다.


운동센터 바깥으로 나왔더니 남자동기생이 부인을 기다리고 있다. 부인이름이 정숙이냐고 물었더니 맞단다. 탈의실에서 정숙아~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더랬다. 정확한 이름은 정숙이가 아니고 증숙이란다. 증숙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더니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더 있더란다. 인터넷에 김증숙으로 검색해 보니 AI가 김정숙으로 바꾸어 검색해 주겠단다. 웃는다.


늦은 오후에 화가에게 닭장 곁에 있는 커다란 사료통이 비어 가고 있다고 했더니 채워 주겠다며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간다. 아침에 닭장에 달걀을 꺼내러 갈 때 바깥 창고에 있는 사료 한 부대를 옮길까 했는데 영어수업이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달걀을 씻어서 갈무리해 두고 수업에 참여했더니 1분 지각이었다. 학교 다닐 때 정근상은 받았는데 개근상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화단의 섬머라일락 꽃나무에 거미가 줄을 쳐서 자리를 잡았는데 꽃과 거미를 사진으로 담았더니 거미모습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는다. 세 번에 걸쳐 찍었지만 노랑과 은빛 줄무늬가 흐릿하게 나왔다. 거미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색깔 있는 애벌레로 여길 거다.


초등동창 단톡방에 여자동창생이 노란색 해바라기 밭에 서서 허수아비를 친구 삼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총무를 맡은 여자동창생이 '친구야 해바라기도 예쁘고 친구도 예쁘고 허수아비도 예쁘다. 허수아비 예뿌다 안 하면 삐질 것 같애'라고 쓰고 나니 사진을 올린 동창생이 '고마워~ 올려놓고 보니 쑥스러워 지웠는데 내 창에만 지워졌나 봐'라고 답을 한다. 느낌이 온다. 웃는다.


오늘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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