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와 마당국수

치과치료와 새 커튼

by 이혜원

아침에 닭장에 먹이를 주려고 갔더니 칠면조가 아름답게 꼬리를 펴고 있다. 암컷 세 마리를 다른 닭장으로 보내버려서 유혹할 대상도 없는데 웬일일까~ 자그마한 닭들과 데이트라도 할 예정일까, 작가에게 보여주는 것일까~ 이쁜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니 요리조리 포즈를 취해 준다.


닭장에서 거둔 달걀 담은 통을 별관 문 안에 넣어두고 바깥 창고로 가서 풀이 빵빵하게 들어있는 쌀부대를 꺼냈다. 금요일은 농사지으며 나온 쓰레기들을 배출하는 날인데 닭장에 넣어 주었던 풀을 닭이 먹고 남긴 것과 2주일 동안 열심히 뽑아서 모은 풀과 나뭇가지들을 넣은 쌀부대들이다. 지난주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못했다.


얼마 전 비가 잦았던 때에 물에 젖은 풀들을 쌀자루에 넣어 창고에 보관했다가 차의 트렁크에 하루전날 밤에 실어서 다음날 아침에 버렸는데 차 안에 고약한 냄새가 남아 있어서 화가가 방향제까지 뿌렸지만 한참 동안 코가 괴로웠다. 화가가 쌀부대에 든 쓰레기는 트렁크에 싣지 않는 것이 좋겠단다. 6개의 쌀자루를 3개씩 손수레에 나누어 담아 싣고 두 번에 걸쳐서 날랐다.


쓰레기를 버리고 나니 찻길가에 마늘밭이 보인다. 비닐구멍마다 하나씩 올라온 푸르른 마늘잎과 줄기를 보니 정겹다. 앞으로 나란히~ 초등학생 조례 모습이다. 찻길에서 동네로 들어오는 길로 접어들었더니 추수를 앞두고 있는 논의 풍경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저 멀리 산허리를 감도는 운무도 보이고 금방 떠올라서 차츰차츰 퍼지고 있는 햇살이 포근하다.


아침 일찍 목욕을 다녀온 화가에게 치과예약이 되면 조카들을 불러서 함께 식사를 하겠다고 했더니 좋단다. 9시가 되자마자 치과에 전화를 걸었더니 원장님이 수술이 있어서 오후 늦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단다. 4시 예약을 하고 세탁소를 하는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느냐고 하니 반색을 한다.


수영수업에 들어갔더니 중급반 수영선생님이 많이 달라졌다. 저녁반 수업을 맡고 있다가 이달부터 초급반과 중급반을 맡은 선생님은 언제나 표정이 굳어있고 웃음이 없었는데 며칠 전에 중급반 회원 한 사람이 불만을 얘기하고나서부터 180도로 바뀌었다. 자상하게 가르치며 웃기도 하고 오늘은 여러분 모두 자신이 이끄는 대로 따라만 준다면 3개월 후에는 모두들 상급반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 주겠단다. 전화위복이다.


수영수업을 마치고 화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조카와 약속장소인 식당으로 갔다. 진동에 마당국수라는 상호로 장사를 잘하는 이가 귀산동으로 식당을 옮겼는데 음식이 깔끔하고 맛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시간을 내어 꼭 한번 가봐야지 했더랬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조카가 먼저 와서 주차 안내를 해 주었다. 예의도 바르고 배려심이 남다른 조카여서 화가가 많이 좋아한다.


조카는 여동생과 둘이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데 오늘도 함께 식사를 하러 왔다. 세탁소 주위만 돌며 지내다가 바닷가로 와서 식사를 하게 되어 정말 좋단다. 4인용 국수를 주문하고 김밥 2인분도 추가해서 넉넉하게 먹고 나서 외할머니 식혜가 있다기에 주문했더니 네 사람이 마시기에 넉넉하도록 페트병에 담겨 나왔다. 얼음 동동~ 시원한 식혜가 정말 맛나다.


조카남매와 헤어져 치과로 갔더니 상남장날이라고 길가에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횡단보도 앞에 머루포도와 바나나를 팔고 있어서 치과치료를 마치고 나서 포도 한 상자에 1만 2천 원, 바나나 한 꾸러미에 5천 원을 주고 샀다. 집으로 가면서 농협마트에 들르려고 했는데 횡재를 한 기분이다.


치과에서 간호사가 스케일링을 하자고 하여 벌써 1년이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치과 가는 것을 꺼려해서 좀처럼 가지 않았는데 마음을 고쳐먹고 1년에 한 번은 스케일링을 하고 있다. 치과를 다녀오면 그때부터 양치도 꼼꼼하게 하고 치간칫솔도 잘 사용하는데 어느새 느슨해져서 다시 치과를 갈 때쯤에는 모든 것이 대강대강이다. 오늘부터 열심히 칫솔질을 한다.


병원을 나와 창원대로에 접어들고 나서 오른쪽을 보았더니 정병산 쪽에 무지개가 걸렸다. 와아~ 운전을 하는 화가에게 무지개를 보았다며 자랑을 했다. 차의 앞유리창에 작은 물방울이 잠시 내려앉더니 무지개가 뜬 모양이다.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가 많이 반갑다.


어두워지고 나서 집에 도착하여 집안으로 들어오니 커튼을 달아놓았다. 식탁 위에 커튼 값을 입금할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가 있어서 돈을 입금한 뒤에 커튼이 정말 마음에 든다며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커튼 주문부터 완성까지 작가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해 준 김사장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화가는 수고해 준 김사장에게 어떻게 보답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어떻게 보답할까~ 숙제로 남긴다.


오늘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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