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와 새 출발

책선물과 축하케이크

by 이혜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청소기를 돌렸다. 거실로 내려왔더니 바닥에 작은 쓰레기 두어 개 보여서 그곳만 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구석구석 꼼꼼하게 다하게 되었다. 시작이 절반이다.


오늘 하려고 작정한 일이 있었다. 별관의 책장에서 불교 관련 서적을 꺼내어 선물하는 것인데 어젯밤에 책을 담을 스티로폼 상자 두 개를 미리 챙겨 놓았더랬다. 청소기를 돌리다가 장로권사임직식 때 기념 타월상자들을 담았던 튼튼한 비닐가방을 보고 나서 아하 ~ 바로 이거야한다. 비닐가방에 책을 담으면 여러모로 편리할 것이다.


다용도실에서 비슷한 비닐가방 두 개를 더 챙겼다. 책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했는데 어쩜~ 십문칠(크기, 길이등이 딱 맞을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책장에서 불교 관련 책들을 꺼내어 커다란 가방 두 개를 채우고 작은 가방 한 개는 마음수련 관련 책을 담았다.


화가의 중학교 동창생이 어제 전화를 걸어와서 오늘 점심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느냐고 했더랬다. 식사를 같이하는 이가 누군지 물었더니 중학교 동창생인 스님이 함께 한단다. 화가의 동창생이기도 한 스님과는 벌써 세 번이나 식사를 같이 했는데 세 번째 식사를 하고 나서 헤어질 때에 이다음에 만나면 불교서적을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영강습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갔더니 네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중급반 선생님은 어찌나 열심히 수영을 가르치는지 마치는 시간인 11시까지 꽉 채워서 수업을 한다. 스파에서 잠깐 몸을 데우고 서둘러서 나왔지만 약속시간보다 늦었다. 화가가 스님에게 차의 트렁크에 실려있는 책들을 보여주며 작가가 포교사를 했었다고 설명했단다. 법당에 가져다 두고 방문하는 신도들에게 선물하면 좋아할 것이라고 했더니 그러겠단다.


화가의 동창생이 책이 담긴 가방을 보고 나서 맨 위에 있는 수필집이 마음에 든다며 자신이 가지면 좋겠단다. 책이 들어있는 가방을 몽땅 가져가서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나머지는 스님에게 전달하라고 했더니 무척 좋아한다. 먼저 본 사람이 임자다.


불교 관련 책은 오래전부터 정리하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룬 것은 마땅한 정리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불교에 몸담고 있는 이에게는 소중한 자료가 될 터인데 작가에게는 쓰레기라며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화가의 동창생과 스님이 선물 받은 불교 관련 책을 섭렵하고 나서 작가처럼 참다운 진리를 찾아 기독교로 개종하기를 바란다.

화가가 자동차 정비소에 잠시 다녀오겠단다.


화가의 동창생이 자동차 뒷좌석을 앞쪽으로 당겼는데 얼마나 세게 힘을 주었는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아서이다.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화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주차장에 도착했으니 대문밖으로 나와보란다. 서둘러 나갔더니 짜잔~ 케이크를 사 왔단다. 네이버 블로그에 어제 1000개의 글을 썼으니 축하를 해야 한단다. 똘똘이가 학교에 다닐 때 좋은 성적을 거두든지 상장을 받아오면 케이크를 사서 축하했더랬다.


1000개의 글을 쓰고 나서 오늘부터 브런치에 첫 글을 쓰게 되었으니 새 출발을 축하해 주는 케이크이다. 케이크에 촛불하나를 켜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그마한 일도 소중하게 여기며 축하해 주는 화가의 마음씀이 참 고맙다.


오늘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