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고장이 났다

수영접영과 닭 이야기

by 이혜원

세탁기가 고장이 났다. 며칠 전의 일이다. 급수가 안된다고 깜박거리기에 세탁기 문을 열었더니 홍수가 났다. 세탁기 바닥으로 쓰나미 물이 세탁물과 함께 쏟아진다. 이크~ 발이 젖었다.


추운 날의 다음날이어서 급수가 안되었나~ 탈수를 누르고 어찌어찌 세탁을 해서 건조기에 넣었다. 탈수로 넘어가는 자동센서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수동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세탁을 눌러놓고 한참 뒤에 헹굼도 한번 더 한 뒤에 탈수를 하며 이 정도면 괜찮다고 여겼는데 어쭈구리~ 세탁기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


화장실 벽은 타일로 되어 있어 불이 날 염려는 없겠지만 이거 안 되겠다. 엘지전자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하여 제품명을 알려주며 상담을 했더니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생산된 지 17년이 넘어서 더 이상 부품생산을 하지 않는단다. 새로 구입하셔야 합니다~


우리 집에 세탁기 하나가 더 있다. 별관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세탁기를 옮겨야 한다고 했더니 기사가 전화를 할 테니 방문일정을 잡으란다. 전화를 걸어온 기사에게 옮길 세탁기 제품명을 불러주니 삼성제품입니다~한다. 고장 난 세탁기는 옮기는 기사가 가져갈 것이란다.


삼성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먼저 걸려온 전화가 있어서 기다려야 한단다. 기다리는 도중에 고운 음성으로 중간에 전화가 끊길 수가 있으니 양해를 바란단다. 양해를 바란다는 음성을 들을 때마다 양해 못해~ 양해 못해~ 를 반복했다. 쳇 대화는 아니지만 양해 못해~라는 말이라도 해야 참을 수가 있다.


겨우 통화가 되어 세탁기를 옮겨야 한다고 했더니 세탁기 이동은 다른 곳으로 전화를 해야 한단다. 전화번호를 안내받으며 이제까지 뭘 한 거지? 한다. 화가의 머리에 김이 오르는 모양이다. 통화는 작가가 하고 있습니다~ 전화기 저편에서는 또다시 양해를 바란단다. 양해 못해~ 양해 못해~


삼성서비스센터에서 세탁기를 옮겨주려고 청년 두 사람이 늦은 오후에 방문했다. 화가가 두 사람이 닮았단다. 한 사람은 뚜렷한 쌍꺼풀에 왼쪽 보조개가 있고 다른 한 사람은 키가 더 크고 중간크기의 눈에 체격이 더 좋다. 알콩이달콩이를 닮았다고 하는 것이 더 낫겠다. 웃었다.


우엉차가 따뜻해서 대접할까 물었더니 일이 모두 끝나고 나면 찬물 한 컵만 주시면 된단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 찬물은 마셔도 되지만 차 한잔도 대접받으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화장실 문을 떼어내고 현관의 미닫이 문 두 짝을 떼어 다른 곳에 옮기고 헌 세탁기를 내어가고 나서 별관에 있는 세탁기를 옮겨 설치해 준다. 힘쓰는 일은 체격이 좋은 이가 하고 설치는 보조개가 하고 크게 힘쓰는 일은 둘이서 함께 한다. 쿵짝이 잘 맞는다.


생수를 커다란 유리컵에 담고 따뜻한 우엉차를 종이컵에 담고 아껴둔 곶감을 하나씩 작은 지퍼백에 넣어 나란히 차반에 차렸더니 생수만 한잔 마신다. 곶감은 화가가 직접 깎아서 만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제품이라며 건넸더니 잘 먹겠단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인류의 발명품 중에 고마운 것이 많지만 세탁기를 발명한 이는 더욱 고맙다. 세탁기가 없다면 이 많은 빨래는 언제 다 하나~


화가가 양촌으로 목욕을 가는 날이다. 콜택시를 불렀더니 신호가 떨어지지 마자 대답을 하고 작가가 현관문을 나서니 빵~ 소리가 들린다. 우리 집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신호이다. 목요일마다 콜을 부르니 즉각 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롱핀 오리발 수영수업이 있는 날이다. 선생님이 수영은 힘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물의 흐름을 잘 타야 한단다. 접영 동작에서 한 번은 손을 사용하고 한 번은 호흡만 하는 동작을 주문했다. 호흡만 하는 동작에서는 작가를 시범대상으로 삼았는데 주문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나 보다.


맨 마지막에 따라오는 이가 가장 정확하게 한단다. 이 사람이 하는 것을 잘 보세요. 나는 잘 못하는데... 엉거주춤, 그러나 정확한 동작으로 접영 하는 이를 보며 아하~ 한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 깨닫는다. 모든 것이 그렇다.


아침에 운동하러 가기 전에 뾰쪽조기 두 마리를 구워놓았다. 살을 발라 화가에게 건네고 뼈를 쪽쪽 입에 넣고 발라내었더니 고기 보태기~ 참 잘 먹는단다. 작가는 고기 보태기다. 된장찌개를 끓였더니 화가가 참 잘 먹었단다. 화가는 된장찌개 보태기다.


닭장에서 달걀 11개를 거두었다. 애완닭이 알 하나를 낳아서 전날의 10개에서 하나가 더해졌다. 알통에 백봉오골계가 알을 품고 있는 뒤쪽으로 검은 색깔의 닭이 숨어 있어 꺼내고 나니 먹다가 그만둔 알이 하나 있다. 알을 먹는 닭이 생겼으니 이를 어쩌나~ 한 번만 더 그러면 확~ 잡아 버린다.


사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작가가 전화를 걸었는데 일이 있어서 받지 못했단다. 설이 다가오는데 사돈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여 배를 주문해서 보냈더랬다. 겨울에 배가 몸에 좋다네요~ 오늘 택배가 도착할 거예요~ 받으면 잘 먹겠습니다. 아이들이 더 많이 컸어요. 다음 주에 보겠습니다~ 네 올라와서 보셔요.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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