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나 인생이나 매한가지다

이발하는 날

by 이혜원

50세가 넘어 사람과의 단단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네 가지를 유념해야 한단다.


첫째 모든 관계를 계속하지 말아라. 만나면 피곤해지고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지는 관계는 끊어라. 오래 알았다고 붙잡지 마라.


둘째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하라.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말은 솔직함이 아니라 무례이다. 할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없는 사람이다.


셋째 상대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겨서 연락해 주는 것, 챙겨 주는 것, 맞춰주는 것을 습관적으로 받기만 하면 곁에 사람이 없다.


넷째 사람은 바꾸는 대상이 아니라 선택하는 대상이다. 상대를 이해시키고 고치고 설득하려들면 상대방은 받아들이거나 거리를 두거나 둘 중 하나인데 50이 넘은 이는 후자를 선택한다.


화가는 두 달에 한 번씩 파마를 하는데 파마를 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나면 이발소에서 커트를 한다. 머리가 길지요? 그러네요~ 커트를 하셔야겠어요~


수영강습이 없는 날이어서 운동을 일찍 마치고 이발소에 가기 전에 마산의 단골복국집에서 맛난 복국을 먹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화가가 두 사람을 모시고 가잔다. 큰올케와 막내누님에게 차례대로 전화를 걸어서 만남약속을 했다.


화가가 두 사람에게 복국얘기를 했을 때 별로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더란다. 통화내용을 곁에서 들으며 행간을 읽었나 보다. 지난해 11월에 들러서 맛나게 먹었던 생선국 집이 떠올라 그곳으로 정했다. 큰올케가 많이 좋아했더랬다.


화가가 아침 목욕을 다녀오기 전에 택배포장을 끝냈다. 우체국에 들러서 눈 깜 박할 사이에 택배접수를 한다. 창구 여직원이 냉장과 취급주의 스티커를 챙기는 것을 보고 잽싸게 밖으로 나가서 차를 타며 빠르지요? 신났다.


고급반 레인에서 수영연습을 했더니 쉬고 있는 왕언니가 작가가 자유형을 할 때 발차기를 하지 않는단다. 그렇지요? 발차기에 신경 써서 두어 바퀴 돌았더니 이번에는 손을 쭈욱~쭈욱 뻗지 않고 수영을 한단다. 너무 급하단다. 급하지요? 발을 차고 손을 쭈욱~ 뻗으며 천천히 자유형을 했다.


수영장에는 강습을 받지 않고 자유수영을 하는 이를 위해 레인 하나를 비워 놓았다. 강습이 시작되기 전에 레인에서 자유수영을 하는 이를 지켜보면 두 가지 형태가 나온다. 제대로 된 자세로 멋지게 수영하는 이와 엉터리 자세로 수영하는 이~


선생님은 빨리 하려고 하지 말고 자세를 바로 잡는 것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앞사람을 따라가는 데만 급급해서 정신없이 수영을 하고 있으면 스톱, 쉬란다. 힘이 빠졌는데 빨리 가려하면 자세가 흐트러진단다. 수영이나 인생이나 매한가지다.


운동을 마치고 화가와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막내누님과 큰올케에게 차례대로 전화를 걸었다. 집 가까운 곳에서 전화할 테니 추운 날씨에 미리 나와 있지 말라고 했다.


교회 여집사님이 주일에 차량봉사하는 이에게 감동 먹었단다. 도착하면 전화할 테니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따뜻한 집안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란다.


식당에 작가가 먼저 들어가서 여주인에게 네 사람임을 알렸다.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찜이 맛나보여서 찜을 먹을까요~ 주인장이 얼른 대답을 하지 않아 메뉴판을 보니 선택하기 어렵다. 모두 다 맛나보여서 고르기가 어려우니 사장님이 오늘 최고로 맛날 것 같은 것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생선조림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시장에서 싱싱한 생선을 가져왔습니다. 그거 참 좋겠네요~ 생선조림 대(大) 자를 준비하겠습니다. 넉넉하게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생선을 더 넣어드릴게요. 돈은 걱정 마시고요~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공깃밥 하나 추가에 네 사람이 생선조림을 실컷 먹고 4만 원을 지불했다.


화가가 차를 사겠단다. 주차한 곳 바로 앞에 이디야 찻집이 있어서 걸어가며 4천 원을 주고 붕어빵 8개를 샀다. 찻집에서 차를 주문하고 카운터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차와 붕어빵을 즐겼다. 찻값이 1만 6천 원이 조금 넘는다. 오늘은 화가의 돈이 굳는 날이다.


여성 두 분을 집 앞까지 모셔드린 뒤에 화가는 이발소로 직행하고 작가는 어시장으로 향했다. 화가가 다시마 물을 먹고 싶단다. 단골 건어물집에 갔더니 남자사장님이 멸치를 상자에 담는 중이다. 은색비닐이 붙어 있는 멸치 때깔이 참 곱다. 멸치가 참 좋네요~ 비쌉니다. 한 상자 주세요~ 6만 원입니다. 멸치값 6만 원과 다시마 값 1만 원을 지불했다.


생선을 사고 싶은데 괜찮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여사장이 진주상회로 가란다. 진주상회에서 입이 뾰쪽한 조기 네 마리와 참조개를 사며 4만 원, 길가에서 파는 톳나물 값으로 5천 원을 지불했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발모액 재료를 주문하고 담금주까지 신청했다. 오늘은 돈 쓰는 날이다.


시장에서 구입한 것들을 정리하고 닭장으로 가서 알 10개를 거두었다. 백봉오골계가 이틀 전부터 알통에서 나오지 않고 알을 품고 있다. 닭이 입춘을 안다.


진해친구가 우체국에서 찍은 사진을 카톡방에 올렸다. 연두색조끼에 우체국 시니어 도우미 000 명찰을 걸었다. 멋지다~ 당당하고... 시니어 도우미 보러 우체국 고객이 늘겠다~


ㅋㅋ 거룩하재?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거룩하고 멋진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일을 한다. 그래 거룩하다~ 하나님이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 하셨지~ 응원한다~ 자랑스럽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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