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도는 세상을 바꾼다

수영수업과 장독대정리

by 이혜원

화가에게 쌀부대 다섯 개를 트렁크에 실어 놓았다고 했더니 조심스럽게 부탁이 있단다. 조수석에 타고 가서 쌀부대를 내려 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쌀부대 다섯 개를 혼자서 내리려니 곤란했던 모양이다.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고, 완전무장을 한 뒤에 차에 탔다.


쓰레기 집하장에는 깔끔하게 묶인 농사용 쓰레기들이 많다. 땅에서 묵은 쭉정이가 자리를 비켜주어야 봄의 새싹이 잘 자란다. 집으로 돌아와서 작가를 내려주며 화가가 고맙소, 한다. 뭘요~ 도울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수영수업에서 1번인 총무가 뒤에 서겠단다. 지붕만 있는 창고바닥에 시멘트포장 작업을 했는데 무리를 했는지 허리가 많이 아프단다. 여성동지 세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천천히 해도 되니까 앞서라고 재촉했다. 1번이 천천히 수영을 하니 두 바퀴만 돌던 끝번도 세 바퀴를 거뜬히 돌았다. 거 봐요~ 시작수영은 이렇게 천천히 해야 하는 겁니다~


배영을 할 때 모두들 발이 가라앉는단다. 어깨를 누르면 발이 저절로 올라옵니다. 선생님이 한 사람씩 물에 띄우고 가슴을 눌러서 어깨가 가라앉도록 해 주는데 여성의 가슴을 누를 수는 없으니 수영하는 사람의 오른손을 잡아 가슴에 올린 뒤에 손 위를 누른다. 참 쌈박한 방법이다.


2개월 동안 계속 가르쳤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는데 잘못하는 것은 꼭 고치고 올라갈 겁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니 올바른 자세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참 고맙다. 빨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상급반으로 올라가면 회원들이 많아서 앞뒤 간격을 맞춰주느라 빨리빨리 수영해야 한다.


탈의실에서 옷을 입고 있는데 총무가 전화를 걸어서 점심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화가가 좋다며 돌솥비빔밥에 공깃밥 하나를 추가해야 한단다. 그럼요~


식사를 일찍 마친 총무가 시멘트 포장공사를 했던 창고와 가마솥 사진을 보여주었다.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었단다. 좋지요~ 함께 모여서 수육도 삶아 먹고 즐겁게 얘기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웃는다. 참 좋을 때다.


화가에게 미스트롯 4 재방송을 틀어준 뒤에 장독간으로 나가 장독대 정리를 시작했다. 수영장 왕언니들은 장독에 장을 담근단다. 즐비한 장독의 뚜껑을 들어서 안을 살펴보니 소금독이 두 개, 매실 담근 것 하나, 된장 하나, 수상한 것 두 개, 모두 합쳐 여섯 개만 제구실을 하고 있다.


빈장독을 장독대 담장 곁으로 옮겨서 거꾸로 세워두었다. 뚜껑에 흙을 담아 상추도 심고 쑥갓도 심어야겠다. 거꾸로 선 장독을 보며 바보사위를 떠올린다. 장모님이 사위에게 장독을 사 오라고 시켰더니 거꾸로 세워둔 장독을 보고 이 장독은 주둥이가 없네~ 뒤집어 보고선 어라~ 밑바닥이 뚫려있으니 장을 담을 수가 없겠네~


오늘은 여기까지~ 집안으로 들어와서 화가와 함께 미스트롯 4 재방송을 보니 허찬미가 1등으로 결선에 진출한다. 5수는 안 하고 싶었는데, 울먹이는 그녀를 보며 그래~ 어머니의 기도는 세상을 바꾼단다~


허찬미의 어머니는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응원하기 위해 트롯을 불렀다. 노사연의 바램을 부르는 그녀의 묵직한 음성에 가슴 적시며 그래~ 어머니의 사랑이 저런 것이지~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닭장으로 가서 알통에 앉아 있는 백봉오골계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네 마음은 알지만 어쩌겠니~ 다른 닭들이 네 둥지에다 알을 계속 낳는단다~


아침에 일산의 언니와 통화를 했다. 웬일이니? 이른 아침에 전화를 걸었더니 뜻밖이란다. 언제나 전화하면 받아주는 언니가 있으니 참 행복하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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