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과 후리지아를 심었다
화가에게 제일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물었더니 후리지아란다. 잽싸게 전화기를 열어 후리지아 주문을 했다. 좋아하는 꽃이 뭐더라? 진달래는 우리 집에 있다. 백합이 좋지~ 백합도 주문을 했더니 택배는 하나가 왔다. 따로 주문했는데 같은 집이었나 보다.
닭장에서 알을 꺼내어 별관에서 난로청소를 하고 있는 화가에게 달걀통을 맡기고 후리지아와 백합을 심었다. 꽃대를 수북이 올리고 있는 수선화 앞에 백합은 두줄로 후리지아는 네 줄로 심는다. 후리지아 구근 12개를 주문했는데 마음씨 좋은 꽃집 주인이 듬뿍 보냈다. 꽃집에 아가씨는 예뻐요~ 마음이 비단같이 좋아요~
튤립꽃을 보고 싶어 주문하여 심었는데 심은 해는 한두 개 꽃을 보았다. 3년째가 되니 올라온 꽃대가 튼실하여 올해는 제대로 된 꽃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꽃이나 사람이나 연륜이 쌓여야 제모습이 된다.
일을 끝내고 별관으로 갔더니 화가가 달걀을 씻어 놓았단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가져와서 화가에게 하나씩 찢어달라고 한 뒤에 달걀낱개 포장을 했다. 둘이서 일하니 재미나고 좋아요~
아침에 먹거리를 챙겨 먹고 있을 때 목욕을 떠난 화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놀라지 말라고 서두를 꺼내니 놀라서 가슴이 뛴다. 땀을 많이 내었더니 어지럽단다. 늦을 것 같으니 택시를 타고 운동을 가란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난 화가가 컨디션이 좋았나 보다. 목욕탕에서 사귄 형님 따라 열탕도 들어가고 한증막까지 가서 모래시계 두 바퀴를 돌렸단다. 안 하던 일을 하면 탈이 난다. 병원에 가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럴 정도는 아니란다. 한 번 더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고 절반쯤 안심한다.
택시를 타려고 팔각정으로 나갔더니 왕언니 한 사람이 팔각정 의자에 앉아있다. 신발을 신고 올라갈 수 있어서 나무계단을 밟았더니 왕언니가 반색을 하며 반겼다. 시니어 일자리에 지원할 때 구부정한 허리로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어서 팔각정 관리를 하겠다고 했단다. 팔각정 자리가 반질반질하다.
일을 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단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영감이 오후 4시까지 일어나지 않고 누워있더란다. 할 일이 없으니 밥 먹고 또 눕더란다. 그러실 겁니다~ 시니어 일자리 제도 참 좋아요~
수영장에서 샤워를 하며 보름밥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왕언니는 했겠지요~ 웬걸, 안 했단다. 집에 두 사람뿐인데 남편이 팥밥을 좋아하지 않아 혼자서 주구장창 팥밥을 먹어야 한단다. 잘하셨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하얀 쌀밥에 나물을 듬뿍 넣어 비빔밥을 만들고 잡채를 데워서 맛나게 먹었다. 고추장을 듬뿍 넣어 발갛게 된 비빔밥을 먹던 화가가 작가는 왜 고추장을 넣지 않느냐고 물었다. 제맛을 즐기려구요~
알콩이달콩이 초등학교 입학사진이 도착했다. 사진이 왜 오지 않느냐고 애태우던 화가가 어서 보란다. 학교에서 포토존을 만들어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놓았고 학급 전체 사진도 찍었다. 한 반에 25명인데 남자아이 13명 여자아이 12명이다. 성비가 맞단다.
1학년 전체 인원이 150명인데 남자아이 76명 여자아이 74명이란다. 어쩜 그럴 수 있니? 대단해~ 감탄했더니 이쁜 아이가 아파트 단지 안의 아이들만 다니는 초등학교라고 덧붙였다. 참 좋구나~
화가가 똘똘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루 휴가를 내었단다. 참 잘했어요~ 이쁜 아이는 일주일 휴가를 내었단다. 참 잘하고 있어요~
사돈어른과 사부인도 함께 갔는데 사진에는 없다. 두 분 중에 어느 분이 사진사일까? 사진 찍기를 사양해 준 두 분의 마음씀이 참 고맙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