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과 컴퓨터
연이어 이불세탁을 하고 있다. 날씨가 숨 가쁘게 바뀌고 있어서 덩달아 이불도 자주 바뀌어서 그렇다. 여름이불을 세탁하고 나서 조금 두꺼운 이불을 덮었다가 더 추워져서 조금 더 포근한 이불로 바꾸어서 덮는다.
한겨울에는 하얀색의 두툼한 이불을 덮는데 백색의 이불보를 보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을 쓴 김정운교수를 떠올린다. 그는 책을 쓰고 후회했단다. 아내에게 하얀색 이불보의 이불을 사달라고 조르며 하얀색 이불을 사주면 더 잘할게~라고 했다는데 뭘 더 잘한다는 것인지~ 설거지를 도맡아서 해 준다는 뜻인지~ 웃었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숙소에서 추석을 보내고 나서 그곳에서 쓰고 있는 하얀색 이불보의 이불이 마음에 들어서 같은 것으로 구입했더니 참 포근하고 좋다. 본격적인 추위가 오면 하얀색 두툼한 이불로 또 한 번 바꾸어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예정이다.
심지도 않았는데 피마자 모종 하나가 닭장 가는 길목에 나타나더니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어머니는 피마자 열매(아주까리)는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고 잎은 보름날 나물로 만들었다.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열매가 잘 영글지는 모르겠지만 수확까지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오랜만에 나물을 만들어서 비빔밥을 먹기로 했다. 장날 사온 쑥갓과 부추와 가지를 데쳐서 접시에 그득하게 차렸다. 피마자잎 나물도 곁들였으면 좋겠지만 몇 개 되지 않는 잎을 딸 수는 없는 일, 나물을 보더니 화가가 고추장 한 숟갈을 달라고 한다.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으면 나물의 제맛을 즐길 수 없지만 화끈한 맛이 좋다니 밥숟갈로 듬뿍 고추장을 떠서 건넸다.
결혼초기에 구내식당에서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으면 반찬으로 나온 나물을 넣어서 비벼 먹었다. 비빔밥 먹으면 딸을 낳는다는데~식당여주인이 고추장과 함께 건네주는 얘기에 그런가~ 했는데 딸은 낳지 못하고 가슴으로 낳은 딸을 얻었다.
수영강습을 마치고 선생님에게 배영발차기 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한참 동안 발차기를 한 뒤에 선생님에게 다가갔더니 두 가지만 고치면 되겠단다. 고개를 똑바로 들어서 천장을 보고 있는데 턱을 바짝 당겨서 발끝을 보란다. 물 위로 올라오는 발끝을 아래로 하여 발바닥으로 물을 누르듯이 하란다.
선생님이 조언해 준 대로 배영발차기를 연습했더니 훨씬 더 속도가 난다. 두 가지 지적은 초급반 선생님도 해 준 것이지만 그때는 제자리에서 뱅뱅 돌기만 했다. 중급반 선생님은 단계별로 가르치며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지도를 해 준다. 좋은 선생님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가르치고 좋은 학생은 가르침을 열심히 따른다.
다가오는 주일에 화가가 대표기도를 한다. 기도문을 준비하여 활자로 인쇄해야겠다기에 민원인을 위하여 컴퓨터와 프린터를 제공하고 있는 지수면사무소로 갔다. 화가는 차에서 기다리고 작가가 작업을 해 오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근무하고 있는 이의 도움을 받지 않겠고 혼자서 해 내겠다는 결심을 한다.
컴퓨터를 켜고 카카오메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순조로웠는데 메일을 찾을 수가 없다. 분명히 내게로 메일을 보내두었는데 다른 메일은 있지만 유독 내게 보낸 메일만 없으니 한참 동안 버벅거리다가 할 수 없이 주무관님! 하고 불렀다. 앳된 여성공무원이 익숙하게 컴퓨터를 만지더니 몇 부를 인쇄하면 될까요?라고 묻는다. 한 장~ 아니 두장만 해 주세요~라고 답하니 프린터가 종이두장을 토해낸다.
저녁식사 후에 신문을 읽으니 윤명숙 님이 쓴 시니어하우스 일기에 낡은 노트북에 쓴 글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 이야기가 있다. 아들이 사 준 노트북 두 개~ 하나는 구형이고 다른 하나는 환갑을 맞은 아들이 구형 컴퓨터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호출하는 어머니에게 새로 사다 바친 신형이다.
아들이 신형컴퓨터 사용법을 알려주고 간 뒤에 다시 켰더니 기억이 가물가물~ 아들을 다시 부르기엔 염치가 없어서 신형은 책상밑 서랍으로 들어가고 구형을 계속 사용하다가 몇 날 며칠을 끙끙대며 쓴 글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날아가 버린 글을 되찾기 위해 아들만 빼고 나름 전문가로 여기는 이들을 찾아다닌 여정이 눈물겹다.
아들보다 만만한 딸에게 맡긴 구형컴퓨터는 아들의 손으로 건너가고 엄마! 이거 안돼. 도로 보낼게 라는 아들의 전화에 황급히 보내지 말라고 하고선 서둘러 새 노트북을 꺼냈단다. 날아가 버린 글 대신 새 컴퓨터를 찾았다. 웃는다.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왔더니 청개구리 한 마리가 거실마루에 앉아 있다. 사진도 찍고 뛰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난 뒤에 손으로 잡아서 바깥으로 보냈다. 청개구리 친구들에게 화성에도 가고 달나라에도 갔었다고 자랑하렴.
오늘 새벽에 빗소리를 들었다. 비소식을 알리려고 청개구리가 집안으로 들어왔나 보다. 한 주일의 일기예보에는 비소식이 없었는데 청개구리가 기상청의 기계를 뛰어넘는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