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방석갈기
생선을 구웠다. 올케언니가 선물해 준 여섯 마리 중에 세 마리는 벌써 먹었고 냉동고에 두었던 부세조기 세 마리를 해동시켜 구우면서 영상으로 담았더니 생선 굽는 소리가 쏟아지는 빗소리처럼 들린다.
토요일은 수영수업이 없는 날이어서 조카에게 파크골프를 치러 갈 수 있느냐는 문자를 보냈더니 친구와 선약이 있어서 같이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답신이 왔다. 화가와 둘이서 파크골프를 치고 오자고 했는데 새벽에 빗소리가 들렸다. 반갑다.
배영발차기를 잘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파크골프보다 수영을 하고 싶었더랬다. 느지막이 목욕을 다녀온 화가를 재촉하여 수영장으로 가서 30분 정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나서 마칠 때쯤에 접영 예습을 해볼까~ 하고 자세를 잡았더니 옆 레인에서 동갑내기 친구가 그거 잘 안될낀데~ 라고 한다. 오기가 동한다.
바짝 긴장해서 완벽한 접영자세를 잡아 나비처럼 몇 번 날다가 친구를 찾았더니 보이 지를 않는다. 어설픈 나비짓에 웃음 짓고 떠났는지, 어~ 잘하네~ 하며 안심하고 갔는지, 후자였으면 좋겠다.
차에서 내리며 여름방석을 챙겼더니 화가가 조카에게 세탁을 맡길 것인지 묻는다. 한동안 세탁소 신세를 졌지만 여름방석 겨울방석 모두 세탁기에서 세탁을 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세탁기를 돌린다. 뜨게로 만든 것이라 물을 머금으면 더욱 무거운데 여름방석을 안고 돌아가는 세탁기가 덜컹거린다. 힘내라.
큰누님은 뜨개질을 잘해서 창문의 커튼까지 뜨게로 만들었다. 누님이 뜨개질로 만든 상품으로 장사를 했으면 큰 부자가 되었을 텐데, 뜨게로 만든 자동차 방석과 등받이까지 선물 받고 나서 화가가 감탄하며 말했더랬다. 뜨개질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솜씨도 좋고 입담도 좋았는데 많은 것들을 세월이 앗아간다. 아쉽다.
된장국을 끓이며 된장을 넉넉하게 넣었더니 짠맛이 난다. 심심한 된장국을 끓이다가 맛이 조금 덜한 것 같아서 변화를 준 결과인데 음식에 변화를 줄 때마다 늘상 하던 대로 하세요~라고 조언하던 화가가 아무 말이 없다.
음식을 짜게 만드는 아내의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이 짜다고 불평하는 남편의 말은 귓등으로 들었단다. 내 입에는 하나도 짜지 않은데 무슨 입맛이 저렇게 까다롭냐고 불평까지 했는데 어느 날 아들이 엄마 음식이 짜요~라고 하더란다. 그때부터 간을 적게 해서 슴슴하게 만들게 되었단다. 웃었다.
닭장에 알을 거두러 갔더니 교통사고를 당한 이웃의 과수원에 사람들이 보인다. 대봉감을 따서 선별하여 상자에 넣는 작업을 하는 중인데 나무들이 가로막아 누군지를 몰라서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시네요"라고 인사를 했더니 "네, 안녕하세요"라는 익숙한 음성이 들린다. 이웃의 아내이다.
달걀을 씻어서 별관에 갈무리를 해 둔 뒤에 블루베리주스가 담긴 병 네 개를 챙겨서 일을 하는 곳으로 갔다. 얼핏 봐서 세 사람이 일을 하는 것 같아서 나누어 먹을 요량이었는데 이웃의 아내만 작가를 맞이하고 두 사람은 인사만 한 뒤에 계속 일을 한다. 해는 저물어가고 할 일은 많고 마음이 바쁠 것이다.
덩치가 커서 나이가 들어 보이는 청년을 보며 동생이냐고 물었더니 이웃의 아내가 웃으면서 큰아들입니다~라고 한다. 친정어머니와 큰아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단다. 이웃의 대봉감을 누가 수확할지를 걱정했는데 닥치면 누구든 하게 된다.
과수원 일은 남편이 도맡아서 하고 아내는 아주 가끔 상추나 뜯으러 왔더랬다. 병원에 위문을 다녀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만나 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아내에게 일을 하고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남편의 회복이 빨라서 참 좋단다. 주스병 하나는 뚜껑을 열어서 큰아들에게 건네고 나머지는 병째로 맡긴 뒤에 황급히 돌아왔다.
사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감기는 좀 어떠냐고 했더니 좋아졌단다.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여 걱정했더랬다. 달걀을 적게 보냈는데 다음 주 초에 달걀을 보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러시란다. 올케언니에게 매주 15개씩 선물하던 것을 10개로 줄이기로 했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닭들이 알을 적게 낳아서 언니에게 달걀을 사서 먹으라고 해야겠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