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잡는 일과 통장 만들기
나이가 들면 붉은색의 고기보다 흰 살코기가 좋단다. 닭고기 가슴살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최상이라는데 곁에 두고도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이를 어쩌나~
닭을 여러 마리 잡아서 자루에 넣어두고 출장요청으로 처리하는데 봄이 되어 알을 낳는 닭들 중에 어느 닭을 잡아넣어야 하는지 헷갈린다. 뱃속에 잔잔한 알들이 가득 들어있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 마리씩 잡아먹자~
디토이야기 영화를 보니 도시에 살던 여성이 시골에서 살게 되어 닭을 잡는 모습이 나왔다. 헛간에서 닭 한 마리를 잡으려고 하니 좀체 잡히지 않는다. 커다란 접시에 요리한 닭고기를 담아 눈높이로 들고 있는 그녀의 얼굴 가득한 자부심, 바로 그거야~
강산이 네 번에서 다섯 번쯤 변하기 전에 화가가 쌀자루에 닭 두 마리를 담아왔다. 출장을 갔더니 닭을 선물해 주더란다. 순박한 마음을 뿌리치기 어려워 받아온 모양인데 세평반짜리 셋방의 좁은 부엌 바닥을 쌀자루가 차지한다. 언제쯤 닭을 잡아주려나~
화가의 눈치를 보며 이틀을 지냈는데 닭을 잡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찍 퇴근한 토요일에 닭 두 마리를 잡았는데 어떻게 잡았는지 모르겠다. 밥상에 닭백숙을 올렸더니 화가의 절친이 '서툰 사람이 닭을 잡았네요, 피를 빼지 않았어요.'라고 한다. 아하~ 피를 빼야 하는구나~
화가에게 이런 것은 우리 아버지가 다 해 주었는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생선을 사 와서 깨끗이 다듬어 요리만 하면 되도록 해 주는 것도 아버지가 했다며 바가지를 긁었었으니 참 철없는 새댁이었다. 웃는다.
닭장에서 알을 거두고 사료를 주며 수탉 한 마리를 유심히 보았더니 멀찍이 떨어져서 뱅뱅 돈다. 손으로 잡는 것은 어렵겠다. 커다란 매미채를 가지고 들어가서 어렵사리 수탉 한 마리를 포획했다. 에서의 사냥은 어렵지만 야곱의 사냥은 참 쉽다.
커다란 통에 물을 팔팔 끓였다. 도시에 살 때 빨래를 삶던 큰 통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닭의 깃털을 벗기고 내장까지 꺼내며 닭 한 마리 잡는 품삯으로 지불한 5천 원이 너무 적은 금액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닭발과 모이주머니도 껍질을 벗겨야 한다.
깨끗이 씻은 닭을 쇠고기 양념장과 간 마늘로 만든 물에 재워 김치냉장고에 넣어놓고 닭발과 모이주머니는 냄비에 넣어 끓이다가 모이주머니를 꺼내어 소금에 찍어 먹었다. 우리 어머니도 모이주머니를 삶아 아버지께 드렸더랬다. 닭 잡은 수고비이다.
화가가 머리를 손보아야겠단다. 점심식사 후에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은 뒤에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오면 늦을 것이란다. 닭을 잡는다고 하면 여러 가지 의견을 내어놓을 텐데 까다로운 참모가 자리를 비워주신다니 기쁘기 한량없다. 홀가분하게 닭 잡는 일을 마쳤다.
수영강습을 마치고 지역농협에 들러서 모임통장을 만들었다. 강이목모임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니 여러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며 개인이름의 통장개설도 까다롭단다. 벽면에 대포통장개설을 하면 안 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율법은 악인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선인들의 삶에 끼어든다.
작가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 재종언니에게 보내며 2만 원을 입금해 달라고 했다. 재종언니가 모임 제안을 했는데 형부가 지갑을 가져오지 않아 모임결성회비를 내지 못했다. 언니에게 돈을 내지 못해서 참 부끄러웠다고 하더란다. 웃었다.
영어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화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뽀글뽀글한 머리를 보고 웃는다.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아서 이발소에서 주는 것은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작가를 위해 요거트 선물을 주었는데 막내누님에게 드렸단다. 참 잘하셨어요~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