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옮겨심기
대문 앞의 산수유나무 하나가 꽃을 피우지 않는다. 나무 등걸에 커다란 버섯이 달리더니 모든 영양분을 앗아 갔나 보다. 잔가지를 꺾어보니 마른 장작처럼 빠싹 말라서 톡톡~소리 내며 꺾인다. 이를 어쩌나~
화가가 나무 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많이 바쁘지요? 시간 날 때 조치해 주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나무를 빼고 적당한 나무를 골라서 심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집을 짓고 나서 어떤 나무를 심으면 좋겠느냐고 물었을 때 산수유를 심자고 했더랬다. 봄이면 가장 먼저 피는 노란 꽃 산수유집으로 불리기를 원해서 대문 양쪽에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뜰에 있는 산수유나무 중에서 대체할 나무를 고르는데 화가는 나지막이 보기 좋은 나무를 골랐랐지만 키가 크고 깡마른 나무가 적당할 것이라고 했다. 김사장이 키 큰 나무를 지적하며 높이가 맞단다. 살은 마음대로 찌울 수 있지만 키는 뽑아 올릴 수가 없다.
죽은 나무를 베어 내고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으니 옮기는 나무는 뒤쪽으로 이동해서 심었다. 이곳에 새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어요~ 작가의 바람대로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싱글벙글이다.
커다란 나무를 쉽게 자르는 전기톱이 왱왱거리고 있으니 뜰에 있는 죽은 나무 세그루도 잘라달라는 부탁을 했다. 별관을 지으며 옮겨 심은 커다란 자두나무가 시나브로 가버리고 동백나무 두 그루도 옮겨 심고 나서 시들었다. 뿌리가 살아 있는 동백나무는 새로운 순이 올라와서 자라는 중이어서 '옆에 있는 나무는 조심하고!' 김사장이 톱을 들고 있는 이에게 외쳤다.
집안으로 들어오니 고요함이 흐른다. 냉장고도 전기히터도 죽어있다. 누전차단기가 내려갔는지 살폈지만 모두들 손을 들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나무를 심을 때 전기선이 있다며 지뢰밭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건드렸구나~ 전기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기김사장과 함께 옮긴 나무 옆을 파내어 전깃줄을 찾아내었는데 멀쩡하다. 대문 밖의 배전반을 열어놓더니 분홍선 하나를 지켜보란다. 움직입니다~ 그렇지요? 전기선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담장 안에서 김사장이 일하고 담장 밖에서 작가가 도운다. 쓸만한 조수 여기 있소~
전기김사장이 부지런히 일하는 동안에 화가가 나무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달음에 달려온 나무김사장은 전기선은 안 건드렸는데, 확인하고 웃는다. 참 고맙다. 배전반의 누전차단기가 내려갔답니다.
전기김사장에게 과일주스를 만들어 대접했더니 이거 참 맛있습니다 팔아도 되겠습니다, 한다. 레시피는 비밀입니다~ 전기김사장이 환풍기 있는 곳에 물이 고여있다며 집안 어딘가에서 흘러내린 물이란다. 화가가 창원의 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식사를 하며 세명의 김사장을 3김씨와 대비해 본다. 김대중대통령은 누구입니까? 화가가 나무 김사장이란다. 준비된 대통령~ 그러네요. 김영삼대통령은요? 전기김사장이란다. 체구도 닮았다. 창원의 김사장은 김종필국무총리이다. 우리 집은 3김씨가 돌본다.
수영강습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서 양념간장 닭백숙을 먹었다. 쫄깃한 식감을 즐기려고 했는데 질기단다. 부드러운 음식이 더 좋은 계절이 되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닭장에 알을 거두려고 갔더니 옆집 남사장이 감나무 가지를 자르고 있다. 교통사고로 불편했던 몸이 회복된 모양이다. 달걀한꾸러미를 건네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별관의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대봉감나무밭은 우리 집 정원이다.
나무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동네 어르신이 찾아와서 떡국한봉지를 선물해 주었다. 달걀한꾸러미를 답례로 드렸더니 등산배낭에 넣었다. 화가가 마을회관 바로 옆에 사는 분이란다. 어머니는 이웃집 나그네도 손볼 날이 있다고 하셨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손님으로 깍듯이 대접해야 할 때가 있다는 뜻이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