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도 그대로이고 사람도 그대로인데 하세월만 흘렀다

장의자 칠하기와 상추씨앗 뿌리기

by 이혜원

막냇동생 목사님이 아내가 평생소원이 함께 청바지를 입는 것이라고 하여 청바지를 입게 되었단다. 남자는 세명의 여자말을 들으면 평온한데 내비게이션과 골프장캐디와 아내란다.


화가가 대표기도를 하기 위해 정장을 차려입었더니 운전하기에 불편하다고 했다. 강산이 네 번 변하는 기간을 넥타이를 매고 다녔는데 어느새 편한 복장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정장의 불편함은 행동거지를 조심스럽게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아무 데나 앉는다오.


화가가 예비군복 닮은 옷을 입고 기다란 의자에 페인트 칠을 했다. 붓을 든 화가에게 의자에 그림을 그리시네요~ 했더니 미소 지었다. 작가는 흙에다 글을 썼다.


만들고 있는 텃밭이 작은 화분으로 경계가 완성되었으니 안쪽에 씨를 뿌려야 한다. 빈닭장에서 남아있는 닭거름을 들통으로 두 번 날라와서 흙 위에 부은 뒤에 돌을 골라내고 상추씨를 뿌릴 자리를 만들었다.


세 개의 상추씨앗봉지를 가위로 모두 잘랐는데 아차~ 실수했다. 봉지 안에는 작은 상추씨앗이 은하수별처럼 들어있어서 하나만으로도 작은 공간이 감당하기엔 벅차다. 한 봉지를 탈탈 털어서 뿌렸으니 씨앗끼리 서로 비집고 올라오려면 안간힘을 써야 할 거다.


손바닥만 한 텃밭의 중간에 작은 화분으로 구분하여 길을 만들었다. 어릴 때의 소꼽놀이를 재현하고 있으니 화가가 웃는다. 흙도 그대로이고 사람도 그대로인데 하세월만 흘렀다.


아침에 수영장으로 가기 전에 전복죽 끓일 준비를 하느라 동동걸음을 걸었다. 거제에서 택배로 보내온 살아있는 전복을 꺼내어 솔로 깨끗이 씻어서 나란히 줄을 세웠더니 도마가 꽉 찬다. 와아~ 크다.


껍질에서 전복살을 발라 내장과 구분한 뒤에 살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전복내장을 믹스기에 갈아서 참기름을 냄비에 두르고 살짝 볶아 두고 찹쌀에 맵살을 조금 섞어 물에 30분 정도 불려서 건져 놓았다. 죽 끓일 준비 완료~


수영강습을 마치고 집으로 오자마자 전복죽 끓이기를 시작했다. 불려놓은 쌀을 내장을 볶아 놓은 냄비에 넣고 참기름으로 달달 볶으니 불린 쌀이 감청색 옷을 입었다. 물을 넉넉하게 붓고 한참 끓인 뒤에 간장과 죽염물로 간을 한다.


냉장고에 두었던 전복살을 꺼내어 썰고 있으니 화가가 식탁에 앉아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니 배가 고픈 모양이다. 전복살을 썰어 죽냄비에 넣으며 가운데 부분을 남겨서 죽그릇 위에 고명으로 올렸다. 와아~ 맛나다. 화가가 주먹동그라미 두 개를 그려준다.


저녁설거지를 마치고 신문을 펼쳤더니 트럼프도 이스라엘의 독주를 못 말린다는 기사가 떴다. 이란이 '레드라인(넘으면 안 되는 한계선)'으로 정한 에너지 시설 공격을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감행했단다. 치킨게임이 시작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 화가가 칠해놓은 장의자와 그 옆의 텃밭을 보며 한없이 평화로운 이 삶이 깨어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주님 도와주시옵소서~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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