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그릇을 보면 안다

수선화와 진달래꽃

by 이혜원

화가가 수선화와 진달래꽃 사진을 찍으란다. 날씨가 흐려서 지금 사진을 찍으면 아주 이쁘게 나올 거란다. 아침에 고운 수선화와 아름답게 핀 진달래 사진을 찍었지만 이쁜 마음을 받아 현관문을 열고 나가 꽃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너네 정말 사랑스러워~


하얀 자두꽃이 활짝 피어 향기가 집안팎에 가득 퍼졌다. 따뜻한 날씨에 마음껏 꽃잎을 열어서 향기로운 내음을 품어내니 곁에 서면 아찔해진다. 자두꽃향기 맡아보세요~


닭장에 다녀와서 알통을 별관에 넣어둔 뒤에 곧바로 풀 뽑는 작은 낫을 들고 별관 앞의 돌판길을 정리했다. 지난가을에 잔디를 깎을 때 남겨진 기다란 잔디 속에 파란 풀들이 숨어있다. 숨어있으면 모를 줄 알고~


한쪽을 깨끗이 다듬고 나니 화가가 작업복을 입고 연못 앞 정리를 계속한단다. 돌판길 반대편까지 깨끗이 한 뒤에 범위를 넓혀 잔디밭으로 진출하니 풀들의 경연장이다. 노란 민들레도 어느새 꽃을 피웠다. 이뻐도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두 번이나 잔디밭에 벌렁 누웠다가 풀 뽑기를 마치고 난 뒤에는 하늘을 보며 걸었다. 내려다보면 잔디밭의 풀들이 보여 그냥 지나칠 수가 없으니 화가가 잔디밭을 걸을 때는 하늘을 보라고 했더랬다. 잔디밭이 인생밭이다. 하늘 보고 걷자.


아침에 수영장에 가기 전에 세 가지 일을 했다. 우체국으로 가서 이쁜 아이에게 달걀 택배를 부치고 산기슭에 자리 잡은 판매장까지 차를 타고 가서 톱밥 한 부대를 샀다.


병아리들이 나올 시기가 다가오니 육추기에 넣어줄 톱밥이 필요했더랬다. 화가에게 톱밥을 넉넉하게 사자고 했더니 딱 필요한 만큼만 사자고 한다. 지혜로운 조언이다.


수영장 탈의실 대화에서 전쟁으로 쓰레기봉투와 과자봉투 제작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쓰레기봉투 구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단다. 봉투 사러 가야겠네, 하지 않는 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어려울 때 사재기하는 이가 없어서 참 고맙다.


톱밥을 사고 읍내로 돌아와서 주민센터에 들렀다. 이장이 전화를 걸어와서 화가가 농업공동경영인으로 되어 있어 농민수당신청대상자란다. 인적사항을 알려달라고 하여 보내주었는데 주민센터 담당자는 작가가 직접 방문하여 신청해야 한단다.


주민센터의 기다란 응접테이블에 앉아 신청서 작성을 마치고 나서 담당자가 흑표지를 들추며 종이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는 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강산이 변했는데 변하지 않은 것도 있구나~ 추억의 흑표지이다.


수영강습이 없는 날이어서 자유롭게 자유형 네 바퀴를 돌았더니 숨이 차다. 상급반이 되면 수업시작 전에 다섯 바퀴를 돌아야 하는데 어쩌나~ 잠시 쉬었다가 쉬지 않고 열 바퀴를 돌고 나서 웃는다. 몸이 풀리지 않아서 그랬구나~


아침에 멸치다시를 내어 쑥국 끓일 준비를 해 놓았더랬다. 국냄비에 쑥을 넣을 때 절반쯤 남기려다가 몽땅 넣었더니 빡빡한 쑥국이 되었다. 화가가 쑥냄새가 그득하다며 국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유재덕 조선팰리스호텔 수석셰프는 단순한 요리가 가장 어렵단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VIP 고객을 위한 연회 행사를 맡았는데 모양도 맛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자리에 많은 음식을 동시에 내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고민 끝에 가장 단순한 구성을 선택했단다.


결과는 대만족으로 모든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단다. 적당한 양이었는지 요리의 맛이 어땠는지는 설거지 그릇을 보면 안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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