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와 울릉도 사진
두 개의 거절 메시지를 보냈다. 승낙은 참 쉬운데 거절은 얼마나 어려운가~ 어릴 때 어머니가 이웃에 떡을 가져다주라고 하면 신이 나서 달려갔지만 무언가를 빌려오라는 심부름은 발걸음이 무거웠다.
저녁나절에 영어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어수업료를 깜박하고 보내지 않았기에 아이쿠~ 이거 어쩌나요~ 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새로 영어공부반을 만드는데 성경말씀 100구절 정도를 영어로 배우는 수업이란다.
말씀도 알게 되고 앞으로 선교지에 나가게 되면 영어로 말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한다. 전직에서 중요한 일을 했으니 쌓은 경력을 환원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란다. 우쭐하여 함께 하겠다고 답한 뒤에 한 달 수업료 5만 원을 선불했다.
잠자리에 들며 생각이 많아졌다. 토요일과 일요일 중에 편안한 날을 선택하라고 하여 토요일을 택했는데 문제는 수업시간이다. 8시부터 9시까지 수업이라는데 그 시간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밤 8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9시를 넘기면 잠들기가 쉽지 않다.
토요일 하루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니 월요일은? 월요일은 저녁 7시 30분에서 8시 30분까지 한 시간 수업인데 낮에 바깥에서 일을 하다 보니 그 시간에도 잠이 쏟아진다. 이를 어쩌나~ 선생님에게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며 수업료로 보낸 5만 원은 선교비에 보태겠다고 알렸다.
친구가 섬기던 교회의 은퇴목사님이 울릉도에서 산단다. 아름다운 울릉도 사진을 카톡방에 올려주는데 사진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겨울 눈 오는 풍경을 지나더니 저녁노을을 배경 삼아 찍은 갈매기 사진은 출품을 해도 될 수준이다. 멋지다. 사진 하나를 캡처(capture)했다.
카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이 참 멋지지만 사진 찍은 이를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니 그냥 아름다운 사진이구나~ 여긴다고 했다. 네 소식이 궁금해. 네가 뭘 했는지 어디로 가고 뭘 먹고 뭘 생각하며 지냈는지.. 네 신랑은... 네 아들은... 어린 왕자에서 내가 가꾼 장미라서 소중한 것처럼~ 나도 네가 내 친구라서 궁금해.
수영수업에 갔더니 초급반레인이 텅 비었다. 한 사람은 근무 중이고 한 사람은 화장실에서 넘어져 부러진 발목이 언제 나을지 모르고 또 한 사람은 거제로 여행을 떠났다고 알렸더니 선생님이 거제에 왜 갔는지 물었다. 거제에 유지가 없어서 유지가 갔다고 답하니 1번 총무가 갑자기 추워진다며 두 손으로 어깻죽지를 감싼다.
멋진 벤츠를 타고 거제에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고 했지만 그 소식을 선생님에게 전하는 허락은 받지 못했다. 유지라는 이름으로 아재개그를 했더니 썰렁하단다. 모두 하하 웃었다.
운동을 가기 전에 가자미구이를 만들어 놓았더랬다. 겨울초를 넣은 된장국과 가자미구이로 맛난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닭장에서 알을 꺼내고 알통을 별관문 안에 넣어놓은 뒤에 작은 낫을 들고 과수원 아래로 향했다.
과수원나무 아래에 이름 모를 풀꽃들이 피었다. 작고 앙증맞은 꽃들이 군락을 이룬 사이로 바랭이풀이 올라오더니 넓게 자리를 잡았다. 풀이 어릴 때는 쉽게 뽑히지만 옆으로 퍼지면 힘이 천하장사가 된다. 이미 쉬운 단계를 넘어가서 힘들게 하나씩 뽑아서 들통으로 세 번이나 날라 닭장에 넣어주었다. 닭들이 날개를 펴며 풀을 반긴다.
별관 앞으로 옮겨 잔디풀 뽑기를 시작했더니 화가가 달걀을 씻어 주겠다며 대문 앞에서 현관계단까지 사이의 나 있는 풀을 뽑으면 좋겠단다. 하던 일도 멍석 펴면 하기 싫어진다. 아뇨~ 여기 풀을 뽑을 거예요~ 잔잔한 풀을 열심히 뽑다가 잔디에 벌렁 드러누웠다. 참 편안하다.
화가에게 이웃교회까지 다녀와야 한다고 했더니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수영모자를 분명히 챙겼는데 수영복을 입고 모자를 쓰려니 보이지 않았다. 가져왔는데~ 모자가 없다고 했더니 이웃교회목사 사모가 빌려주었다. 교회성경공부가 있어서 일찍 수영을 하고 간단다.
수영수업을 마치고 샤워를 하려고 바구니를 들었더니 바닥에 수모가 있다. 찾을 때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색다른 일이 생기면 그 뜻을 묻는다. 아하~
교회권사님이 동생이 미국에서 보내왔다며 커피가루가 든 봉지를 선물해 주었다. 커피 내리는 기구가 있지만 쓰지 않은지 오래인데~ 선물을 받으면서 이웃교회 목사님을 떠올렸지만 전달할 기회가 없어서 미루었더랬다. 커피봉지를 선물하라는 뜻이구나~
사모님에게 모자와 커피가 든 봉지를 선물하며 목사님의 행방을 물었더니 문상을 갔단다. 참 잘되었다. 커피 한잔하고 가라고 하면 거절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는 체질이 되었다.
친구가 보낸 울릉도 사진에는 잎이 좋은 명이나물 자라는 모습이 있었다. 우리 집 명이나물은 초무침을 하고 삼잎국화는 간장무침으로 만들어 점심반찬으로 먹었더랬다. 참 맛났다.
어제도 참 행복한 날이었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