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금성에서 온 부부만남
잠자리에 들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렸더랬다. 모르는 번호이기에 집게손가락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르륵 눌렀다. 밤중에도 한표 부탁한다는 전화가 오나~ 설문인가~
수요일 아침 전화기를 열었더니 문자가 떴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통화를 할 수 있냐고 한다. 그럼요~ 통화 가능시간을 알렸더니 이번 토요일에 집으로 초대하는 전화를 자신의 남편에게 해 달라는 부탁이다. 그럼요~ 초대하겠습니다~
내가 전화했다는 것을 남편에게 알리면 안 됩니다(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스릴러 영화처럼 아련한 안개를 풍기는 말에서 행간의 뜻을 헤아린다. 남편이 묘령의 여성과 통화하며 토요일에 만남 약속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사람과 만나서는 안된다. 통화의 대상이 여성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횡설수설하는 말에서 짐작했다. 남편이 가정의 중요성을 알았으면 좋겠단다. 그 얘기를 해 달란다.
그녀가 먹고 싶다는 쇠고기국밥을 잘하는 식당 앞에서 부부를 만났다. 수육도 맛나고 국밥도 맛났다. 집으로 돌아와서 별관의 둥근 테이블에 앉아 길고 긴 대화를 시작했다. 아침에 손님맞이 준비로 네 개의 찻잔을 놓아두었더랬다.
손님부부는 별거 중이다. 두 사람이 가진 다른 믿음의 문제로 따로 살게 되었는데 긴 시간의 갈등에서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며 돌파구를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꼬를 틀어 줄 사람으로 선택되었다.
장성한 딸의 안내에 따라 아무것도 모르고 신천지교회에 가게 되었는데 남편은 빠져나왔지만 아내는 더 깊이 빠져들었다.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신천지에 대한 책은 모두 구해서 통달을 하고 나서 머리에 똥이 든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럴 수가 없다는 막말을 한 뒤에 남편은 방을 구해 집을 나갔단다.
그는 아내를 신천지에서 빼어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2년 동안 생활비를 한 푼도 주지 않기도 했단다. 굶어 죽기 싫으면 굴복하라는 뜻이다. 인격적인 모욕도 서슴지 않았다. 아내는 당신이 나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했다면 우리 사이가 이렇게 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더란다.
남편에게 물었다.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 책을 읽었느냐고 했더니 읽지 못했단다. 무슨 책인지 짐작도 하지 못하는 눈치이다. 신천지책은 모두 구해서 읽으면서 어찌하여 그 책은 읽지 않았느냐고 탄식했다. 두 사람이 번갈아서 해 주는 얘기는 화성과 금성이 따로따로 지구에 보내는 빛이다.
긴긴 대화를 끝내고 나서 두 사람 모두 얼굴빛이 환해졌다. 아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남편이 그동안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더란다. 부부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하다.
저녁식사시간이 되어 원조 소바집으로 갔다. 별관의 냉동고에서 망개떡을 꺼내어 선물하고 따뜻한 소바를 대접했으니 쇠고기 국밥, 소바, 망개떡 세 가지 명물 모두를 선물한 것이다. 마음 가득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안개구름이 뭉게구름이 되었다.
수영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잠깐동안 수영을 하려고 했는데 샤워를 하고 나서 수영복을 입었더니 뒤쪽에 찢어진 부분이 있단다. 날카로운 것에 스친 듯 희미한 줄이 있는데 물속에 들어가면 곧바로 쭈욱 찢어진단다. 샤워만 하고 나오니 점심약속을 한 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의외의 일이 생기는 것은 숨은 뜻이 있다.
손님부부를 배웅한 뒤에 집으로 왔더니 어스름 저녁이다. 서둘러 닭장에 가서 알을 거두고 부화기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으니 화가가 병아리가 나온 것 같더란다. 부화날짜가 2일 남았는데 부화기 온도는 40도를 가리킨다. 문을 열었더니 물에서 건진 듯 축축한 병아리들이 야단이다. 이크~ 얼른 문을 닫았다.
부화 2일 전부터 전란이 되지 않는다. 일찍 나온 병아리들이 전란 중에 발이 끼거나 다치지 않기 위한 배려이다. 부화기 가동 도중에 전기가 나가서 날짜에 오류가 생겼지만 2일 정도 여유가 있어서 안심하고 있었더랬다. 병아리가 나오고 있으니 신난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