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놀이로 승화시키는 중이다

풀 뽑기와 후적박발

by 이혜원

해마다 봄이 되면 잔디에 풀 뽑기를 했지만 한 번도 풀을 뽑아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화가가 현관 앞부터 대문으로 가는 길의 풀을 뽑아달라고 한다.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은근 마음 쓰인다.


닭장에서 알을 꺼내어 별관 안에 넣어두고 부탁받은 풀 뽑기를 시작했다. 보이는 풀이 얼마되지 않아서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이크~ 벌집을 건드렸다. 잔디 속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풀들이 장난이 아니다.


초등절친은 텃밭 가꾸는 것도 싫고 시골 사는 것도 싫단다. 어릴 때 농사일을 너무 고되게 하여 시골살이라면 고생한 기억부터 떠오른단다. 오래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한 그녀는 서예를 배우고 한자공부를 하고 파크골프에 푹 빠졌다.


초등학교 때 달리기에 뛰어났던 그녀는 파크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집안에서도 골프채를 휘두르고 골프채가 없을 때는 손으로 휘두르며 연습을 한단다. 밥도 해 주지 않고 파크골프 치러 갑니다~ 그녀의 남편이 웃으면서 고자질을 했다.


상을 다 차려 놓고 갔지요, 당신은 밥 먹고 난 설거지도 안 하고 싱크대에 그대로 놓아두데요.

밉어서 그랬지. 두 사람의 사랑싸움을 지켜보며 웃었다.


풀 뽑기가 풀 뽑기만으로 끝난다면 작가의 취향이 아니다. 초등학교 방학책 첫 장의 한 줄 일기장에 밭의 김을 매었습니다(풀을 뽑았습니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썼더랬다. 땡볕에 고구마밭에서 풀 뽑는 일은 많이 힘들었다.


닭장에 알을 꺼내러 갈 때와 잔디밭에서 풀을 뽑을 때는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고 가끔씩 세바시 강연을 듣기도 한다. 초등절친과 꼭 같이 힘들었던 풀 뽑기를 즐겁고 유쾌한 놀이로 승화시키는 중이다.


동네 어귀에서 집으로 드나드는 빠른 길이 수도관 공사 중이어서 마을회관 앞으로 돌아서 다니는데 저 멀리 회관 앞으로 머리에 보퉁이를 이고 가는 이를 만났다. 귀를 잡순(귀가 어두운) 왕언니이니 빵빵~ 할 수도 없기에 천천히 뒤따라가며 사진을 찍는다.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풍경이다.


새로운 반에서 수업을 받게 되어 긴장이 되니 조금 일찍 수영장에 가면 좋겠다고 화가에게 부탁했다.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유형 다섯 바퀴를 도는데 몸이 풀리지 않으면 앞사람 따라가는 것이 힘들다.


스파에서 몸을 데우고 상급반 레인에서 천천히 자유형으로 수영을 했더니 초급반에서 수영을 함께 배웠던 이가 옆 레인에서 와아~ 정말 잘합니다. 지난해 처음 할 때와 비교하면 날아다니네요~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7월 초급반 수영을 시작하고 3개월이 끝나자마자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초급반 등록을 했는데 같이 배울 때는 그의 실력이 훨씬 앞섰더랬다. 후적박발(厚積薄發) 오래 쌓은 시간은 반드시 빛난다.


선생님은 목요일 수업에만 따라 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금요일에도 쉬지 않고 뺑뺑이를 돌린다. 왕언니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작가 앞에서 수영을 하다가 자리를 양보하더니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스파로 가버렸다.


중급반에서 상급반 레인을 볼 때는 수영하는 모두들 대단했다. 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나~ 두려움이 있었는데 함께 해 보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자네 해 봤어? 해 보기나 하고 얘기해. 정주영 회장의 말씀이 떠오른다.


삼잎국화 나물도 만들고 시금치나물도 함께 차렸더니 화가가 비빔밥을 만들어 먹겠단다. 양푼에 고추장을 듬뿍 넣어 맛나게 비빔밥을 먹은 뒤에 나물만 남겨서 작가의 남은 밥을 넣어 비볐더니 정말 맛나다.


건너편 이웃이 새로 길을 내었다. 아침에 포클레인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기에 화가가 전화를 걸었더니 밭으로 가는 길이란다. 빙 둘러 집으로 가는 길을 쓰지 않고 가까운 길을 새로 만드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병아리 육추기의 뚜껑을 열었더니 삐약삐약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아이쿠 이뻐라~ 이쁘다 이쁘다. 잘 크거라~ 먹이를 듬뿍 주었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작가의 이전글장래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