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와 잔디 풀 뽑기
비가 오니 수제비를 만들겠다고 했더니 화가가 반색을 한다. 수제비와 김치국밥은 화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중학교에 다닐 때쯤부터 수제비를 만들 수 있었더랬다. 커다란 양푼에 밀가루를 가져와서 물을 붓고 반죽을 했는데 물은 적게 넣고 오랫동안 반죽을 치대는 바람에 딱딱한 수제비가 되었다.
아버지는 민간요법으로 약을 잘못 만들어 복용하여 부작용으로 틀니를 했다. 입안에서 달그락달그락 틀니가 내는 소리를 들었으니 요즘의 정교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어서 단단한 수제비는 난감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겨울이면 두부를 만들었다. 수제비가 부드럽지 않다는 어머니의 지적에도 아버지는 특별히 맛있단다. 간이 짜다고 하면 물 부으면 된다고 하고 싱거우면 간장 넣으면 된단다. 아~ 아버지~
화가에게 수제비에 넣을 감자가 없다고 했더니 고구마 넣으면 된단다. 풀어질 텐데~ 달아서 이상할 텐데~ 그래도 괜찮단다. 우리 아버지 닮았다.
멸치 다시물에 불려 둔 쌀을 넣고 보글보글 끓을 때 우리밀에 전분가루를 첨가하여 달걀 3개로 만든 반죽을 하나씩 뜯어 넣으며 잘게 썰은 고구마도 함께 넣었다.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니 수제비 만들기 끝~ 화가가 고구마를 넣어도 맛나단다.
수영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수영장에 갔더니 강사대기실에 초급반과 중급반을 담당했던 선생님이 나란히 앉아 있다. 작가가 좋아하는 두 선생님이다. 유리창을 톡톡 두드리며 손을 마구 흔들었더니 웃음으로 화답한다.
발차기는 여전히 어렵다. 유난히 발차기를 잘하는 왕언니를 붙들고 작가의 발차기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허벅지가 아닌 무릎아래를 움직여서 찬단다. 허벅지에 주의하여 찼더니 왼쪽은 움직이는데 오른쪽이 가만있단다.
발차기를 할 때 계속 오른쪽으로 밀려가는 이유를 알았다. 오른쪽 허벅지에 온 정성을 기울여 시범을 보이고 돌아섰더니 멀리서 엄지와 검지로 두 개의 동그라미를 그려 OK 사인을 준다. 화가를 닮았다.
주유소 사장님은 평영을 잘한다. 평영시범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머뭇거리기에 작가가 먼저 평영을 해 보였지만 지적이 없으니 영법에는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출발할 때 벽을 세차게 차고 나가서 속도가 줄어들면 손을 뒤로 보내란다. 감사합니다~
점심설거지를 끝내고 잠깐의 낮잠을 즐긴 뒤에 달걀을 꺼내어 별관 안에 넣어두고 잔디에 나 있는 토끼풀 뽑기를 시작했다. 동백나무와 장의자 사이에 나 있는 토끼풀을 뽑다가 하얀 제비꽃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담았다. 제비꽃은 잔디밭에서도 보호받는 유일한 꽃이다.
화가가 장의자에 앉더니 담장너머에 있는 이가 누군지를 묻는다. 옆집 이웃의 대봉감 밭에 낯선 여성 세 사람이 보이기에 이웃의 친구인지 물었더니 아니란다. 화가의 여자동창생이 친구 둘과 함께 달래와 머위를 채취하고 있는 중이다.
옆집 이웃이 전화를 걸어왔다. 감밭에 달래와 머위가 지천이니 좀 가져가란다. 여성 세 사람이 신나게 작업하고 있는 중이라고 일러주었다. 작가의 고자질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채취를 허락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차피 다 먹지 못하는 것들이란다.
아침나절에 내린 비로 토끼풀 뽑기를 하다가 벌렁 드러눕지 못하니 아쉽다. 마른 곳을 찾아 엉거주춤 누워서 하늘을 본다. 보이는 곳 가득 찬 하늘 풍경이 회색구름을 머금었다.
밴드에 지난해 썼던 글이 떴다. 30분만 일하기로 작정했단다. 올해도 30분 일하기를 해 볼까~ 육추기 두대의 병아리들을 보니 30분의 열 배 정도는 일해야겠다. 지난해는 부화를 하지 않았더랬다.
화가가 막내누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바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단다. 비가 와서 대문도 닦아야 하고, 일거리가 많단다. 그래~ 일이 활력이다!
아침에 영어수업이 있었는데 저녁에는 성경영어 첫 수업이 있었다. 영어선생님에게 간곡한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시 권면하는 전화가 왔다. 한 달만 해 보고 결정하면 좋겠단다. 수업비로 보낸 5만 원을 선교비로 쓰라고 했는데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수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새롭다. 나이가 지긋한 이도 있고 젊은이도 있고 아들과 함께 참여한 어머니도 있다. 아침수업에 함께 하는 이도 있어서 익숙함과 새로움이 조화롭다. 한 달 뒤에 어떤 결심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