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와 전화통화
막냇동생 목사님이 전화를 걸어와서 교역자들과 함께 소바를 먹으러 온단다. 그거 참 잘 되었다. 싱글벙글이다.
중급반수영동기생이 새 차를 샀다며 한턱을 쏘겠다고 했는데 소식을 전해 들은 화가가 기왕지사 한턱내겠다면 거나하게 사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동기생에게 화가의 말을 전했더니 이거~큰일 났네요.라고 했다.
수영수업을 마치고 동기생이 선생님에게 내일 점심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짜장면 파티를 할 것인데 공원에 배달을 시켜서 돗자리를 깔고 먹을 거란다. 선생님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선약이 있어서 어렵겠단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서 짜장면을 처음 먹어보았다. 고등학생이던 언니가 읍내 중국집으로 데려가서 짜장면을 사 주었는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남겼더니 이렇게 맛난 것을 못 먹다니~많이 아쉬워했다. 언니가 왜 아쉬워했는지 금세 그 까닭을 알았다. 짜장면 한 그릇 먹는 것은 호사 중의 호사였다.
어느 시골집에 장남은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고 동생은 공부를 많이 시켰다. 출세하여 서울에서 잘 살고 있는 동생에게 형님은 자신의 아이를 보내며 삼촌집에서 잘 먹고 잘 지내다 오라고 했단다. 싱글벙글할 줄 알았는데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뾰로뚱한 얼굴이다.
화가 난 형님이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네~이놈! 출세하더니 시골형님은 안중에도 없느냐~조카를 홀대해서 보내다니~형님의 호통에 동생은 어쩔 줄을 모르며 좋은 곳에 데리고 다니며 갈비에 맛나다는 음식은 모두 사 먹이며 형님 대하듯 했단다. 전화통화를 끝내고 나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삼촌이 짜장면도 사 주지 않았다.'라고 하더란다. 아이에게는 짜장면이 최고였다.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먹는 짜장면 맛이 참 좋겠지만 화가가 땅바닥에 앉는 것을 어려워한다. 동기생에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궁리 중이었는데 소바 먹는 약속이 잡혔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다음에 있을 야외소풍을 위해 낚시의자 2개를 주문했다.
화가가 이른 시간에 목욕을 갔다 오더니 머리가 띵~하며 아프단다. 아프다니 덜컥 겁나서 병원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니 그 정도는 아니고 잠시 누워있으면 괜찮을 것 같으니 콜택시를 불러서 운동을 다녀오란다.
동네입구의 팔각정 옆에서 콜택시를 기다리다가 타며 사장님, 오랜만입니다~인사를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요금을 물었더니 7천 원만 달라고 한다. 원래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깎아서 받는다는 뜻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내렸다.
운동을 마치고 화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차를 운전할 수 있겠단다. 화가가 운전하는 차를 타며 빙그레 웃었다. 언젠가 화가가 '당신은 왜 차에서 내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나요'라고 했더랬다. 화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차에서 내리며 수고 많으셨다고~참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낮잠을 즐기는 사이에 다섯 통의 전화를 받았다. 사형이 화가에게 전화를 하여 한참 동안 통화를 하다가 이번 일요일에 교회식사당번이라서 올케언니를 태워가지 못한다고 했다. 다음 주 토요일에는 만남을 가지자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아내 되는 이가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만날 시간과 장소를 알려달라고 한다.
화가가 사돈어른의 전화를 받아서 한참 동안 통화를 하고, 이어서 구역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화가가 통화를 하고 있는 중에 막냇동생 목사님이 소바 먹으러 온다는 연락을 해 왔으니 총 다섯 통의 통화를 한 것이다. 은둔의 시골생활에 하루에 다섯 통화라니 대단한 실적인데 늦은 저녁에 막냇동생이 다시 전화를 걸어서 단감을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어귀에서 화가의 동창생 부인을 만났다. 양손에 감을 들고 서둘러서 걸어오더니 홍시 두 개와 모양이 특이한 감 두 개를 선물했다. 단감을 닮은 감은 접을 붙여서 얻은 것인데 떫은맛이 난단다. 세 개는 채반에 널어두고 홍시 하나를 가져와서 먹었더니 꿀맛이다. 나무에서 익은 홍시가 제일 맛나다.
고향의 우리 집에는 작은 방에 그늘을 드리우는 감나무 하나가 있었다. 큰집과 사이에 있는 돌담장에 바짝 붙은 나무여서 나뭇가지 1/3쯤은 큰집으로 향했더랬다. 감김치를 담을 수 있는 심시감도 아니고 따바리감이라고 부르는 납작 감도 아니고 베어 먹으면 떫은맛이 강하니 단감도 아니어서 쓸모없는 감으로 여겼는데 서리가 내리고 나서 먹으니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화가의 친구부인이 선물해 준 떫은맛이라는 감은 우리 집의 서리감보다는 크지만 꼭 닮은 모양이다. 감 두 개를 내려다보며 서리감나무에 올라서 담장너머 큰집 마당을 내려다보던 단발머리 소녀를 본다. 웃는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