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와 충무김밥
청첩장을 받았다. 언제 통화를 했는지 기억도 없는 이가 전화를 걸어왔길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받았더니 자신이 전화를 건 것을 어떻게 아는지 묻는다. 웃는다.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이 뜨는데, 다른 세상의 전화기를 쓰고 있을까.
넓은 바다에 경기용 요트가 달리듯 경쾌하게 통화를 이어가다가 좋은 일이 생겨서 전화했단다. 아들이 결혼을 한단다. 축하합니다. 딸이 결혼을 했고 아들까지 결혼을 한다니 세상의 복을 다 가졌네요. 기쁘게 축복했더니 참 힘들었습니다~라고 답하며 아파트 한 채를 걸었단다.
결혼의 '결'자도 꺼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아들에게 연말까지 결혼하면 아파트를 선물로 주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고 했더니 짝을 데리고 왔단다. 역시나~젊은 사람에겐 돈이네요~작가의 대답에 그러게요~한다.
축하해 주러 올 거지요? 그녀의 물음에 일요일에는 당연히 가지 못하고요~라고 답했다. 어쩌나~일요일에 합니다~라고 답하기를 바랐는데 토요일에 한단다. 이를 어쩌나~오신다면 청첩장을 보내겠다는 그녀에게 청첩장을 보내주세요~라고 답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모바일청첩장을 펼쳤더니 아름다운 웨딩사진이 줄을 잇는다. 예비신부가 입은 분홍빛 드레스는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 화려하고 이쁘다. 옷을 바꿔 입으며 찍은 사진들은 잡지의 표지모델이다. 동화 속의 왕자와 공주이다. 참 이쁘다. 느낀 감동대로 표현하는 답장을 보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어느 날부터 한복을 입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봉투만 접수하고 가버리는 결혼식 문화는 변해야 한다고 여겼더랬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으면 나하나부터 변하면 된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때였다.
작가가 혼주가 되었을 때는 제2의 인생에 함께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만 초대하자며 화가와 마음을 모았다. 축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화가가 축의금을 받지 않은 것을 얘기하면 손사래를 치며 그런 말은 말라고 막았다. 축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축의금을 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말라는 뜻이었기에 가끔씩 보내오는 청첩장이나 결혼식 소식은 읽고 지워도 여운이 남지 않았다.
혼주가 직접 전화를 걸어오면 사정은 달라진다. 추억이 있고 함께 걸었던 여정이 있는데 단칼에 무 자르듯 할 수는 없는 일, 밤새 끙끙대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서 축의금을 보냈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난에 10자만 적을 수 있단다. 아들결혼축하!이혜원
축의금이 필요해서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은 안다. 남편이 두 개의 중소기업 사업장을 지니고 재무이사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녀에게 10만 원의 축의금은 눈에 차지도 않을 것이지만 모바일청첩장에는 신랑의 계좌와 혼주 두 사람의 계좌가 차례대로 적혀있었다.
어리석은 자에게 그의 미련함에 따라 대답하라. 그가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할까 함이라.(잠 26:5)
막냇동생의 둘째 딸이 12월에 결혼을 한다.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서 가족들만 참석하여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식장에서의 결혼식을 대신한단다. 가족들이라기에 화가와 작가도 포함되는 줄 알았더니 직계가족이어서 막냇동생부부와 첫째 딸가족 세 사람을 포함한 다섯 사람만 초대받았단다.
화가는 서운하다지만 작가는 싱글벙글이다. 결혼문화가 이래서는 안 된다며 변화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조카에게서 열매를 얻었다. 사랑하는 나의 조카~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앞날에 복이 가득 있기를~
현명한 자를 훈계하라. 그리하면 그가 더욱 현명해질 것이요, 의로운 사람을 가르치라. 그리하면 그의 학식이 더 늘어나리라.(잠 9:9)
목욕을 다녀온 화가가 충무김밥이 먹고 싶었단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정말 먹고 싶었단다. 점심때 먹을 요리를 미리 준비하여 냄비에서 나는 맛난 냄새가 진동하고 있지만 어쩌랴~가서 먹어요~라고 답한다. 꼭 먹고 싶은 것은 먹어야지요.
가방을 챙겨서 차를 탔더니 큰올케에게 전화를 걸어놓았단다. 어찌나 좋아하던지~말로 표현할 수 없단다. 웃는다. 막내누님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지만 다른 일정이 있더란다. 차를 타고 먼 곳으로 나들이 갈 때는 뒷좌석을 채우고 싶어 한다. 기름값이 아깝단다.
뚱보할매충무김밥집은 언제나 붐빈다. 식당 앞의 찻길 가장자리에 주차선을 그어놓고 돈을 받고 있다. 불법주차를 하지 않게 하고 시의 수입도 늘리는 쌈박한 방안이다. 주차관리원에게 주차선이 그어지지 않은 곳에 차를 대어도 되겠느냐고 하니 카메라를 가리킨다.
앞서서 식당으로 들어서서 세 사람, 5인분을 주문해 놓고 손을 씻고 왔더니 화가가 주문내역을 확인하며 만족한 표정이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눈치 보지 않고 부지런히 먹고 난 뒤에 2인분을 추가했다. 여섯 개가 남았을 때 작가는 젓가락 대용으로 쓰이는 이쑤시개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충무김밥 여섯 개를 두 사람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나더니 화가가 여기에 1인분 추가요~라고 한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계산을 마친 뒤에 빈 그릇을 들고 가서 1인분을 받아왔다. 먹고 난 뒤에 그릇을 치우는 이가 정말 많이 먹네요~라고 한다. 충무김밥에 곁들인 무김치와 오징어와 어묵무침의 작은 조각까지 다 먹었다.
화가가 식당에서 나오기 전에 얼른 옆집으로 가서 꿀빵 두상자를 샀다. 차속에서 화가에게 꿀빵 하나를 건넸더니 하나 더 달라고 한다. 꿀빵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하는 큰올케에게 한 개를 건네니 금세 먹어치운다. 작가도 하나를 먹었다. 꿀빵이 꿀맛이다. 배가 부를 때 맛난 음식이 진짜 맛난 음식이다.
저녁식사로 태추단감만 먹겠단다. 단감 하나를 깎아서 네 조각을 내고 생식과 함께 차리며 바나나 하나를 절반으로 잘랐다. 생식을 먹고 바나나 반쪽에 단감 세 조각을 먹은 화가가 감하나를 더 깎아주면 좋겠단다. 작가 몫의 단감 한쪽을 건네며 웃었다. 몇 번이나 내일 아침까지 다 먹었다고 했던 올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웃는다.
냉동고 정리를 했다. 김치냉장고에 두었던 칠면조와 닭을 냉동고에 넣으려면 넓은 공간이 있어야 하기에 안에 있는 것들을 몽땅 꺼내어 다시 배치하고 나니 냉동고가 넓어졌다. 공간을 넓게 쓰려면 정리정돈을 잘해야 한다!
수영강습이 없는 날이어서 파크골프를 치러 가기로 했는데 조카에게서 야구장옆의 구장에 도착해 있다는 전화가 왔다. 바쁜듯해서 연락하지 않았는데 잊지 않고 챙겨주니 참 고맙다. 지난 수요일에 약속한 것을 잊었나~해서 전화했단다.
야구장 옆의 파크골프장이 못 본 사이에 천지개벽을 했다. 홀과 홀사이에 풀이 우거져 있던 것을 깨끗이 치웠고 잔디도 매일 깎는단다. 풀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곳에 잔디가 자리를 잡았다. 자주 깎아주는 것이 잔디관리의 비결이다. 화가는 구장 관리가 마음에 든다며 헬스를 쉬는 날 전용구장으로 하겠단다.
사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택배가 도착할 텐데 달걀과 함께 토끼고기가 들어있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똘똘이네 식구들이 이사를 갈 아파트에 다녀가는 중이란다. 리모델링을 하고 난 뒤 청소까지 마쳐서 매일 들러 보일러를 켜주고 오후에는 꺼 주어야 한단다. 정말 수고가 많으시다는 감사인사를 했다.
초등동창밴드에 보름달사진과 함께 오늘 밤의 보름달을 놓치지 마세요~라는 글이 올랐다. 6년 만에 가장 크고 가깝게 보이는 달인데 이전보다 14%나 더 크게 보일 전망이란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 휘영청 보름달이 떴다.
보름달 사진 석장을 찍어서 동창밴드에 올리며 친구 덕분에 달을 본다는 감사인사와 우리 동네 달이라는 소개를 했더니 스물아홉 명 중에 스물한 명이 보았다. 달을 본 친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달처럼 환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