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치료 받은 날
인지심리학자 김경일교수는 아침에 창의적인 일을 하고 오후에는 루틴(틀에 박혀 반복되는) 일을 하란다.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30분 동안 뇌는 가장 창의적이 된단다. 오후가 되면 사람들의 일상적인 습관이 나온다니 흥미롭다.
주위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연구소에서는 논문이 잘 쓰이고 칼럼은 주말에 가족들과 수다를 떨고 나서 쓰면 잘 써집니다'. 학생들이 환경이 좋은 집을 두고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알았다.
아침형 인간도 있고 저녁형 인간도 있는데 공통적으로 3일간 잠을 설친 사람은 누구나
까칠해져서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일도 하지 않는단다. 화가가 예민해질 때는 잠을 설쳤기 때문이구나. 참 재미있다.
화가가 목욕을 다녀오는 사이에 택배포장을 하여 수영장으로 가는 도중에 우체국에 들러서 택배를 부쳤다. 화요일은 스노클과 숏핀오리발을 장착하여 수영을 하는 날인데 맨 먼저 몸을 풀기 위해 자유형 네 바퀴를 돌았다. 세 바퀴씩 돌았던 것을 월요일부터 한 바퀴 더 늘렸는데 계속 늘리겠단다. 이크~긴장이 된다.
수영을 마치고 화가와 함께 북면의 대나무집으로 가서 염소탕을 먹었다. 주인장이 문 앞에 서서 반갑게 인사를 한 뒤에 신발은 벗어놓고 그냥 들어가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신발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주인장이 구둣주걱을 건넨다. 식당 안으로 신발을 신고 들어가지 못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손님맞이와 배웅까지 하게 되니 일석이조삼조이다.
특탕을 주문했더니 보통으로 통일을 했단다. 특탕은 보통보다 그릇이 크고 고기를 더 많이 넣어주는데 가격표를 보니 보통이 특탕값이다. 공깃밥 하나를 더 청했더니 두 개를 가져다주고 계산에서 빼 준다. 양이 적었지요? 웃으며 건네는 한마디가 참 정겹다. 주차장이 빽빽할 정도로 손님이 많은 이유를 알았다. 음식 맛이 좋고 주인장이 손님을 맞이하고 종업원이 친절하다.
치과치료가 있는 날이어서 창원의 병원으로 가는 길에 시청옆을 지나쳤다. 로터리 앞의 횡단보도 중간쯤에 '신호위반금지 무단횡단금지' 팻말이 서있는 것을 본 화가가 신호위반금지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부정을 부정하는 글귀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진다. '신호를 잘 지키는 당신! 창원특례시민입니다!'라고 하면 어떨까? 긍정이 좋다. 솔로몬의 시,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를 긍정으로 바꾸어본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있음이 헛되도다(시 127:1)'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시니 세우는 자의 수고가 참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시니 파수꾼의 깨어있음이 참되도다.' 웃는다.
치과 병원에서 충치 두 개를 때우는 작업을 끝낸 원장님이 이대로 잘 관리하셨다가 1년 뒤 정기검진 때에 만나자고 한다. 1년 동안 칫솔질도 잘하고 치간칫솔도 잘 써서 내년에는 꼭 칭찬을 받아야지~부디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화가에게 충치를 일찍 발견해서 신경까지 닿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했더니 웃는다.
닭장에서 달걀 11개를 거두어 왔더니 화가가 대봉감박스를 동창생에게 돌려주고 왔단다. 동창친구가 보이지 않아 창고에 두고 왔다는 말에 참 잘했어요~라고 답했다. 대봉감 박스가 우리 집에서는 쓰레기지만 화가의 친구에게는 자원이다.
채반에 늘어놓았던 홍시대봉감 중에서 잘 익은 하나를 가져와서 절반으로 잘라 홍시의 한가운데와 꼭지의 노란색 부분을 제거하고 두 개의 접시에 담아서 화가와 사이좋게 먹었다. 감꼭지의 노란색 부분은 설사를 그치게 한다.
저녁칫솔질을 정성스럽게 했다. 치과 치료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옆방에서 환자가 하는 말이 들렸다. 칫솔질을 잘했느냐는 원장님의 질문에 치약을 듬뿍 묻혀서 열심히 칫솔질을 했단다. 치약만 듬뿍 묻히면 뭘 합니까? 원장님의 꾸중이 생각나서 웃는다. 웃니아랫니 골고루 잘 닦자!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