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 곶감 만들기
창밖이 훤해서 눈을 뜨니 개운하다. 알람이 울리려면 1시간 50분이 더 있어야 한단다. 잠을 청했지만 더욱 말똥말똥해진다. 잠자기 전에 화가에게 했던 말 때문이다.
닭장에 알을 꺼내려고 갔더니 에게게~몇 개뿐이었다. 몇 개나 낳았느냐는 화가의 물음에 5개라고 하며 볼멘소리로 지금 창고에 있는 사료를 다 주고 나면 닭을 몽땅 잡아 버릴 거라고 답했다. 화가가 웃었다.
잠이 깨었으니 해야 할 일을 하자! 옷을 입고 손전등을 찾아서 바깥으로 나갔더니 많이 춥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총총~휴대폰으로 아름다운 광경을 담아보았지만 온통 검은 화면만 남았다. 씨익~웃었다. 새벽하늘의 별을 보고 감동받았으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한 손에는 쌀자루를 들고 한 손에는 그물망이 달린 막대기를 들고 닭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주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전등을 켜고 재빨리 닭장을 확인하여 칠면조 수컷의 위치를 파악한다. 칠면조 수컷은 주인에게 덤벼 든 죄목으로 제1의 포획대상이다.
칠면조 수컷을 암컷과 함께 두었더니 달걀을 꺼내러 갈 때마다 작가에게 대어 들기에 홀로 다른 닭장으로 이동시켰는데 한동안 얌전하더니 최근 들어 다시 덤벼들기 시작한다. 달걀을 꺼내러 들어갈 때마다 그물망이 달린 막대기를 들어야 하니 번거롭기 그지없다. 포획 1순위가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손전등을 끄고 나서 횟대 위에 앉아 있는 커다란 수컷칠면조를 두 손으로 잡았더니 꼼짝을 하지 못한다. 느슨하게 잡거나 빈틈을 보이면 한순간에 빠져나가기 때문에 잡은 손에 힘을 잔뜩 주며 쌀자루에 머리부터 잡아넣었다. 성공이다.
암컷 세 마리가 있는 닭장으로 가서 한 마리씩 잡아 순조롭게 자루에 넣었다. 이제 토끼를 잡아야 한다. 진작에 토끼를 잡으려고 했지만 이제껏 키운 것은 사료가 남아 있어서였다. 이틀 전에 마지막으로 토끼에게 사료를 주었으니 잡을 때가 되었다. 두 마리 토끼는 어두운 곳에서도 재빨리 사방팔방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손전등을 켜고서도 몇 번이나 허탕을 친 뒤에 잡았다. 두 번째도 성공이다.
알 낳는 닭이 있는 닭장으로 옮겨서 암탉 다섯 마리를 잡았다. 가벼운 것은 알을 낳는 닭으로 여기고 묵직한 감각이 오는 것을 집중적으로 잡았는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다섯 마리 중에 세 마리가 뱃속에 알을 잔뜩 지녔는데 모두 통통하다. 어릴 때 알을 잘 낳던 암탉이 통통했다는 것을 떠올리며 아하~한다.
시골에서 뭘 하느냐고 물으면 닭을 키우는데 칠면조도 키우고 토끼도 키운다고 답했다. 칠면조를 키우기 시작한 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추억으로 남았다.
토끼는 두 번씩이나 창녕에 있는 토끼 농장에 가서 구입했는데 처음에는 어릴 때 추억으로 토끼를 키워보고 싶어서 갔고 두 번째는 알콩이달콩이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사러 갔더니 농장에 집토끼는 몇 마리 없고 작고 앙증맞은 애완용 토끼를 주로 키우고 있었다.
집토끼 한쌍을 구입했더니 새끼를 많이 낳아서 지난여름에는 닭장 하나를 토끼들이 차지했는데 가을 김장철에 동네에서 버리는 배춧잎을 왕창 거두어서 먹였더니 하나하나 죽어 나갔다. 쌀자루에 가득 담아왔던 배춧잎을 거의 다 먹였을 때는 세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배춧잎이었다. 남은 배춧잎은 과수원 거름이 되었다.
목숨을 부지한 토끼 세 마리는 암컷 한 마리에 수컷 두 마리였는데 암컷이 몇 번이나 새끼를 낳으려고 둥지에 준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더니 어느 날 뻣뻣해져 있었다. 토끼는 암컷이 새끼를 낳으려고 준비하면 수컷과 분리해 주어야 하는데 알면서도 그대로 두었더랬다. 토끼를 좋아하던 알콩이달콩이가 토끼의 안부를 묻지 않아서였다.
영상통화를 하면 닭장으로 가서 차례대로 순례를 하게 하던 알콩이달콩이가 이제는 그런 요청을 하지 않는다. 실내동물원으로 함께 갔더니 작고 앙증맞은 예쁜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집토끼를 키우던 이가 애완용 토끼 키우기로 전환한 이유를 알았다.
재래시장 안에서 닭을 잡아주는 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쌀자루를 주차장에 두면 가져가겠단다. 네 개의 쌀자루를 두 개씩 끌고 가서 손수레에 담아 주차장 한편에 두었더니 작가가 운동을 가기 전에 일처리를 끝내고 별관에 배달을 해 놓았단다. 수고료를 물었더니 7만 원이란다.
전화기 너머에 부부의 대화가 들린다. 아내 되는 이가 몇 마리인데 7만 원이냐고 물으니 남편이 칠면조는 한 마리에 1만 원씩이고 토끼와 닭은 5천 원씩 해서 오칠이 삼십오, 7만 5천 윈인데 칠만 원!라고 한다. 소리 없이 웃으며 아내의 계좌로 7만 5천 원을 입금했다. 아내는 돈욕심이 많고 남편은 너그럽다.
오후에 닭장에서 알을 꺼내왔더니 화가가 몇 개냐고 묻는다. 13개라고 답하니 닭의 숫자가 줄었는데 알은 늘어났네요~라고 한다. 환경이 좋아지면 알을 더 많이 낳는다.
달걀을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서 김치냉장고에서 토끼 두 마리를 꺼내어 뼈와 살을 분리한다. 거의 두 시간이 지나서야 작업이 끝났다. 작은 토막으로 잘라낸 살을 하나씩 펴서 지퍼백 안에 담아서 냉동고에 넣었다. 이쁜 아이에게 달걀과 함께 택배로 보내면 사부인이 맛난 요리를 해서 알콩이달콩이에게 먹일 것이다. 토끼고기가 아이들의 발육에 참 좋단다.
화가가 곶감 깎기를 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이 순간인가! 해마다 대봉감 수확철이 오면 화가의 곶감 만들기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같은 동네에 사는 동창생에게 대봉감 두상자를 주문했단다.
화가의 동창생이 현관문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나갔더니 대봉감상자를 들고 어디에 둘 것인지 묻는다. 팔각정 곁에 두어달라고 하면서 그곳에서 화가가 대봉감 깎기를 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한 상자를 들고 올 때 작가가 졸졸졸 따라다녔다. 제가 들어야 하는데~작가의 립서비스에 화가의 동창생 입이 귀에 걸린다. 감을 많이 넣었단다.
돈봉투를 손에 쥐고 얼마냐고 물으며 많이 받으셔요~했더니 그렇잖아도 많이 받을 요량이란다. 8만 원이라고 하여 5만 원권 한 장과 1만 원권 세장을 건네며 이렇게 계산해도 되느냐고 했더니 충분하다고 답하며 대봉감 홍시가 들어있는 상자를 작가에게 건넨다. 아직 홍시가 덜된 것은 두었다가 먹으면 된단다.
화가에게 경과보고를 하니 친구가 많이 받아간 것 같단다. 받은 이는 많이 받은 것 같고 주는 이는 적게 준 것 같아야 괜찮은 거래인데~잠시 뒤에 화가의 동창생부인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대봉감이라며 상자에 절반이나 채워서 들고 왔다. 검정비닐봉지에는 단감이 들었는데 깎아서 드시란다. 화가의 동창생부부는 남편이 욕심이 많고 아내가 너그럽다. 웃는다.
점심준비가 다 되어가는데 화가가 채칼을 달라고 한다. 작가에게 건네받은 채칼로 대봉감 깎기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웃는다. 대봉감을 보니 얼른 깎고 싶은 거다. 화가는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팔각정에 앉아서 해가 뉘엿뉘엿해질 때까지 대봉감 깎기를 하여 동창생의 아내가 선물해 준 대봉감까지 모두 다 깎았다.
나란히 나란히 대봉감이 채반 안에서 줄을 섰다. 플라스틱의자를 거꾸로 세워서 대봉감이 든 채반을 얹어놓았다. 화가에게 깎은 감이 모두 몇 개냐고 물었더니 채반을 세어보라며 네 개씩 다섯 줄로 세웠단다. 가득 담긴 채반이 다섯 개, 나머지 채반 하나에 열개가 담겼다. 열개가 담긴 채반에 홍시가 덜된 대봉감을 담았더니 여섯 개의 채반이 꽉 찬다. 활짝 웃었다.
올해는 더 이상 대봉감 깎기를 하지 않을 거란다. 그러시라고 답하며 웃는다. 대봉감 선물이 들어오면 당장에 채칼을 대령하라고 할 거다. 떡줄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대봉감 선물타령령이라니 또 웃는다.
화가가 온몸이 뻐근하다며 대봉감 깎기를 처음시작할 때는 버벅거렸단다.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일이어서 그렇다고 답했더니 한 상자를 깎고 나니 그때부터 발동이 걸렸는데 어느새 두상자를 다 깎았더란다. 방구 질나자 보리양식 떨어졌네요~하니 그렇단다. 하하하 함께 웃는다.
저녁식탁에서 홍시하나를 잘라서 절반씩 접시에 담아놓았더니 화가가 하나 더 먹고 싶단다. 작가몫을 건네고 나서 홍시하나를 더 잘라서 먹어보니 정말 달콤하다. 나무에 달려서 익은 홍시라서 더욱 감칠맛이 난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홍시 노래가 생각이 난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