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의 그림이 된다

굴뚝연기와 컨테이너

by 이혜원

창밖으로 보이는 건너편 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 화가가 전화기를 들어서 군불을 때고 있는 이와 한참 동안 통화를 했다. 산림조합에서 파는 장작이야기부터 요즘은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어쩐 일이냐고 안부를 물었다.


벽난로에 불을 지펴야 하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비를 맞지 않도록 쌀자루에 넣어서 옮겨둔 장작을 모두 때고 나면 산림조합에서 파는 참나무를 사 와야 하는데 1톤짜리 커다란 자루에 넣어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가 난감하단다.


건너편집주인은 산림조합 판매장에 가보지 않은 모양이다. 어긋나는 대답을 하니 쌀자루를 가져가서 담아 오지요~화가 스스로 답을 한다. 웃었다. 그는 요즘도 빠짐없이 운동을 한단다. 아침 일찍부터 동네를 한 바퀴 돌며 걷는데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거르는 법이 없다. 서로의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 본 모양입니다. 정답을 말하는 화가의 곁에서 또 웃는다.


커다란 창밖으로 건너편 언덕에 위치한 그의 집이 그림처럼 보인다. 식탁에 앉아 창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김없이 보이는 그림인데 봄부터 여름까지는 농기계로 일을 하고 겨울에는 난로에 불을 지펴 굴뚝에 연기를 올려준다. 화가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그도 언제나 우리 집에 불이 켜져 있는지~본단다. 서로가 서로의 그림이 된다.


담장너머 과수원에 놓여있는 컨테이너가 색을 입었다. 중고를 구입해서 몇 년을 쓰다 보니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보기가 좋지 않았는데 페인트 칠을 하니 새것처럼 변했다. 진해에 사는 과수원 주인이 컨테이너를 놓은 첫해 여름을 지내고 지붕에 천막을 씌웠는데 다음 해 여름 태풍으로 비닐천막이 날아가서 지붕에는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컨테이너 지붕에 왜 저런 것이 있을까? 역사를 모르는 이는 의아해하겠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은 이야기를 지닌다. 컨테이너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물통이 이야기를 건넨다. 컨테이너에 전기가설은 되지만 수도는 안된단다. 물이 없으면 잠시도 살 수 없으니 상시거주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아침에 화가가 늦게 목욕을 떠났다. 운동을 하러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각인데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출발한단다. 최대한 빨리 가겠다는 화가의 말을 듣고 나서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팔각정 앞에서 기다리려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찻길까지 나가서 한참을 서성인다. 판단을 잘못했다. 콜택시를 불러야 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곧바로 콜을 불러야 하는데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수영장 안에 들어갔더니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중간 부분부터 따라 하며 안도한다. 콜을 부르지 않고 기다린 선택이 잘된 것이라고 다독였다. 7천 원 굳었다.


돈은 필요한 것이지만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고부터 돈이 필요악이 되었단다. 아파트는 거주하기에 더없이 편리하고 좋은 것인데 돈으로 매김 되고 나서부터 본래의 목적을 상실했단다.


막냇동생 목사님이 의령을 방문하여 찻집 곁의 아파트단지를 보며 감탄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저렇게 넓게 배치하다니~전망도 좋고 공기도 좋으니 정말 좋은 아파트란다. 강남의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아파트라고 해 주었다.


당면을 넣은 요리를 하려고 다용도실에 갔더니 네 개의 당면봉지가 있다. 직접 구입한 것은 아니고 농협조합에서 해마다 선물로 준 것인데 유효기간이 많이 남은 것들이다. 당면은 오랫동안 두어도 괜찮은 것이구나. 작은 봉지의 당면을 삶아 볶음요리에 넣어서 맛난 점심식사를 했다.


낮잠을 즐기고 늦은 오후에 닭장으로 가서 알을 꺼내고 사료를 보충해 준 뒤에 별관에서 달걀포장을 해 두었다. 이쁜 아이가 옮긴 아파트에 처음으로 달걀 택배를 보낼 예정이다.


화가가 축협에 사료값을 보냈느냐고 물었다. 전화로 사료를 신청하면 주차장에 놓여있는 컨테이너 안에 사료를 쌓아놓은 뒤에 입금할 사료값을 메시지로 보내준다. 화가의 전화기를 켜서 계좌번호를 확인하고 사료값 5십4만 6천 원을 입금했다. 두 달은 안심이란다.


사료값과 거두는 달걀을 비교하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여서 닭을 몽땅 잡아버리고 달걀을 사 먹을까~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닭을 키워 달걀을 얻는 것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무엇들이 참 많다.


저녁에는 생식과 함께 홍시도 먹고 단감도 먹었다. 제철과일이 제일인데 지금은 감의 계절이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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