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죽음

무 생채나물과 낚시의자

by 이혜원

섬머라일락 꽃이 이뻐서 사진을 찍으려니 탐스러운 꽃에 벌이 앉아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꿀을 모으고 있다고 여겼는데 꼼짝을 하지 않아 만져보니 박제가 된 꿀벌이다.


화가의 동네동생이 선물해 준 홍시감 중에 단단한 것이 있어서 곶감을 만들려고 깎아 채반에 담으러 갔더니 겉이 마르지 않은 대봉감에 커다란 파리가 앉아있다. 손으로 잡으니 따끔~이크~얼른 놓아버리고 엄지손가락을 보니 벌침이 박혀있다.


꿀벌은 침이 내장과 연결되어 있어 침을 쏘면 침과 함께 내장이 빠져나와 죽는다. 꿀벌 세계에서는 꿀을 모으다가 박제가 된 벌의 죽음과 침을 쏘고 나서 죽는 벌의 죽음, 두 가지 중에 어느 쪽이 더 숭고할까?


교회남집사가 세상을 떠났다. 다소곳하고 조용하고,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면 안 되는 듯 얌전한 모습만을 보여주어 그의 파란만장했다는 삶이 그려지지 않는다.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잡아보면 딱딱하고 거칠었다. 손바닥이 부드러워야 건강하다.


좋은 이름이 좋은 기름보다 낫고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으며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 (전 7:1-2)


유대교 장례문화는 임종 시에 '들으라 이스라엘아, 주 우리 하나님은 한분이신 주님이시다'라고 선포하게 하고 사망한 사람을 흰색수의를 입혀 당일이나 다음날 매장을 하는데 못을 사용하지 않은 관에 넣기도 하고 관이 없이 매장하기도 한단다. 땅에서 지음을 받았으니 신속하게 땅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7일간 애도기간을 갖는데 남겨진 가족들을 방문하여 위로해 주는 기간이다. 화가와 함께 장례식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는 천국으로 가서 편안하게 지내겠지만 남겨진 가족들은 그가 남긴 상흔을 보듬고 살아야 한다.


목요일은 매일 다니는 목욕탕이 쉬는 날이어서 먼 곳으로 목욕을 가야 하는 데 화가가 일어나는 기색이 없다. 아래층에서 전화를 걸었더니 목욕을 쉰단다. 헬스장에 샤워시설이 있으니 목욕을 다녀오지 않아도 괜찮다.


제시간에 맞춰 수영장에 들어가서 자유형으로 몸을 풀었다. 접영 배우기를 끝내서 자유형 팔꺾기를 시작했더니 속도가 붙었다. 접영을 배우기 전에 자유형 팔꺾기부터 하면 접영 할 때 손을 꺾는단다. 나비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닌다.


손꺾기를 배웠으니 스노클과 오리발을 장착하여 자유형으로 10바퀴를 돌아오란다.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끝까지 임무를 완성하고선 뿌듯해한다. 화가에게 수업시간에 1킬로 이상 수영을 한다며 자랑까지 했다.


락국을 끓이고 무 생채나물을 만들었더니 화가가 비벼 먹겠다며 커다란 양재기에 밥을 퍼 달라고 청한다. 화가 몫의 밥을 퍼서 비빔밥을 만들고 있으니 작가도 동참하란다. 남겨둔 생채나물까지 모두 넣고 작가몫의 밥을 넣어 비벼서 맛나게 먹었다.


소형낚시 의자 두 개를 주문했더니 배달이 되었다. 검정커버 안에 들어 있는 낚시의자를 꺼내어 펼치니 곧바로 의자가 되었다. 의자커버를 넣어둘 수 있는 주머니까지 있어서 참 편리하다. 거실에 작은 의자를 두었더니 화가가 딱~마음에 든단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아름답게 그림을 그렸다. 사진을 보니 가을노래를 부르고 싶어진다. 이른 아침 바깥으로 나가서 노래를 부르니 닭들이 코러스를 넣어준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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