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앉은자리마다 깃털을 남긴다.

큰오빠가 세상을 떠났다.

by 이혜원

새는 그 앉은자리마다 깃털을 남긴다.

큰오빠가 세상을 떠났다. 천국으로 돌아가는 오빠를 배웅하는 자리에 남겨진 이들이 만나서 각자가 가진 깃털을 만지작거린다.


작가에게 큰오빠는 커다란 나무였고 울타리였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고나서부터 성적표를 확인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오빠는 방에서 작가를 가르치고 어머니는 문밖에서 마루를 닦으며 잘못하면 혼내라고 부추기던 추억을 떠올리며 웃는다. 그때는 두렵고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니 참 아름다운 깃털이다.


사춘기 소녀시절에는 월남에서 싸우는 오빠에게 위문편지를 썼다. 그때 입은 부상으로 보훈대상자가 되어 오빠의 유해는 현충원으로 간다. 작가에게 다가온 크고 작은 일들에는 언제나 어머니 곁에 오빠가 있었다. 크게 아팠을 때, 졸업식, 명절에는 오빠를 기다리며 음식 만들기에 분주했던 어머니의 동동걸음이 떠오른다.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시는 보지도 못하고 만지지도 못하니 남겨진 이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이 빛바랜 사진처럼 되는 것이다. 어제까지 살아서 움직이던 역사가 오늘은 박제가 된다. 상실의 아픔이 크다.


오빠는 천국으로 갔다. 막냇동생목사님이 예수님이 어디에 계시느냐고 물으면 자신의 가슴속에 있다고 대답했단다. 올케언니에게 '당신은 나의 유일한 사랑, 사랑합니다.'는 메모를 남겨서 가슴 멍멍하게 했다. 오빠가 써 놓은 메모는 언니의 지갑 속에서 들락거린다.


이른 아침에 막냇동생 목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빠가 소천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편안한 곳으로 가셨구나~안도했다. 화가에게 오빠의 소천소식을 전하고 샤위기의 흐르는 물을 맞으며 엉엉 울었다. 오빠는 천국으로 갔지만 남겨진 이는 슬프다.


화가와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했더니 상조에서 파견된 이들이 조문객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오빠의 영정사진을 장식할 꽃을 가져오고 조문객을 위한 국화꽃 화병도 놓아주고 교회에서 보낸 화환이 양쪽을 장식한 뒤에 '기독교 장례이므로 절을 하지 않습니다'는 팻말이 놓였다.


사진 속의 오빠는 참 멋진 표정을 짓고 있다. 떠난 이를 추억할 이들을 위해 영정사진은 멋진 것으로 해야겠다.


올케언니 옆에 붙어 다니다가 일산에서 언니가 도착하여 그 자리를 맡겼다. 두 사람은 죽이 잘 맞아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모습이 정답다.


똘똘이가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집 가까이 시외터미널이 있어서 예정보다 1시간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단다. 만나지 못했던 일가친척들이 큰오빠를 배웅하며 한자리에 모였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네가 이렇게 자랐어? 몰라보겠다~한다.


늦은 밤에 똘똘이가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화가가 밤에 운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데 똘똘이가 운전하니 눈 깜 박할 사이에 집 앞이다.


날씨가 갑자기 더 추워졌다.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린다. 애닯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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