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와 쇠고기
아침에 바빴다. 목욕을 떠난 화가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택배를 포장까지 마치려고 서둘렀지만 늦었다. 택배포장을 화가가 하겠단다. 화가가 포장을 하면 보조자가 되어 더 바쁘다.
태어날 때 막내에 가까워서 집에서는 수동적으로 지내다가 학교에 가면서부터 정반대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직장에서도 시작은 막내였지만 은퇴를 할 때쯤에는 지시하는 역할에 익숙해졌다.
화가도 직장에서 같은 길을 걸었으니 은퇴 후에 함께 일을 하면 머리만 두 개가 되었다. 큰 머리가 누르는 힘을 견디다 못한 작은 머리가 따로따로 일을 하자고 제안하니 평화가 찾아왔다. 닭은 작가가 키우고 잔디는 화가가 깎는다.
닭이 알을 적게 낳아서 택배상자에 빈 곳이 생겼다. 냉동고에서 블루베리와 산딸기를 꺼내어 채우고 나서 말리고 있는 곶감도 몇 개 넣었더니 흐뭇하다. 참기름은 별도 포장을 했다. 택배비를 아끼려고 달걀과 함께 포장을 해서 보냈을 때는 달걀이 깨어졌었다.
우체국에 택배신청을 하니 이쁜 아이 주소가 두 개라며 어느 곳으로 부칠 지를 묻는다. 이사를 갔으니 예전주소는 지워달라고 했더니 지워지지 않는단다. 1년 정도 사용하지 않으면 지워질까~기계는 망각이 없으니 계속 기억할까~웃는다.
AI시대에 살아남는 직업은 크게 돈이 되지 않으면서 쉽게 할 수 없는, 오랫동안 숙련되어야만 하는 일이란다. 돈도 되지 않고 남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꾸준히 하려면 취미가 되어야 한단다. AI시대는 취미로 사는 시대구나.
수요일은 파크골프를 치기로 했지만 오리발 롱핀 연습을 하기 위해 수영장으로 갔다. 목요일부터 롱핀 수업을 하는데 알콩이달콩이를 만나러 가야 한다.
수영장에 들어가자마자 롱핀 가방을 본 선생님이 한번 살펴보자더니 이거 비싼 겁니다~라고 했다. 실력이 별로이면 장비가 받쳐주어야 한다. 롱핀을 끼고 천천히 수영을 해보니 거부감 없이 잘 나가니 한 번쯤 결석을 해도 괜찮겠다.
화가와 약속한 시간을 맞추려고 서둘러 옷을 입고 있으니 서울에 사는 여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모를 위로해 주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밝은 음성이어서 안심이 된단다. 위로해 주는 역할에 익숙한데 위로받는 입장이 되니 포근하다.
점심반찬을 만들며 무를 썰고 있으니 화가가 창란에 버무릴 것이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답했다. 속 쓰림이 있어서 고춧가루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 나는 아닌데~한다. 속 쓰림이 있는 위장이 더 튼튼할 수 있다고 답하려다가 웃었다. 소금 간을 하고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버무린 무나물이 맛났다.
닭장에 가서 먹이를 듬뿍 주었다. 통마다 가득 채워주었는데 아낄 줄 모르는 닭들은 금세 먹어치울 것이다. 4일분을 주었으니 알아서 먹으렴~알아서 먹고 알아서 4일분 알을 낳아주면 좋겠다.
화가의 소비쿠폰 잔액이 5만 원이 넘는단다. 알콩이달콩이를 만나러 갈 때 한우고기를 사가면 좋겠다고 했더니 참 좋은 생각이란다. 식육점에 가서 안심고기를 청했더니 오늘 들어온 것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 마리만 도축하기에 서울, 부산, 창원에서 고기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 물량이 없어서 팔지 못할 때가 많단다. 고기도 임자가 있다.
막냇동생 목사님이 선수로 출전한 서산의 배구대회에서 B조 3등을 하여 상금을 50만 원이나 받았단다. A조는 잘하는 팀, B조는 실력이 떨어지는 팀인데 B조에서 1등과 2등을 한 팀은 내년에 A조에서 경기를 하고 A조에서 4등과 5등을 한 팀은 B조로 강등이 되었단다. B조에 남게 되어 다행이라고 하기에 축하인사와 함께 어떤 일이든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답해주었다.
큰올케가 전화를 걸어왔다. 목요일에 미국으로 떠나 한 달 정도 있다가 온단다. 서너 달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짧은 기간이지만 큰올케에게는 잘 된 일이다.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을 위해 봉사만 하려는 언니에게는 한 달이 적당하다.
조카가 내년에는 엄마와 함께 미국을 다녀가란다. 미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가슴이 설렌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