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을 짰다

수영과 낙엽

by 이혜원

똘똘이가 새로 이사한 집을 방문할 때 참기름을 가져가야 한단다. 화가의 얘기에 반신반의했는데 이쁜 아이가 참기름이 다 떨어져 갑니다~라고 한다. 주부도 아닌 화가가 어떻게 알았을까?


별관에 둔 참깨자루를 들고 참기름집으로 가서 기름을 짜 달라며 택배로 보낼 것이라고 해 두었다. 수영강습을 마치고 참기름을 찾으러 갔더니 택배로 보낼 수 있도록 조치해 놓았단다. 참기름을 플라스틱병에 넣어서 이중뚜껑으로 잠금하고 스티로폼으로 감싸놓았다. 감동이다.


양촌으로 목욕을 다닐 때 동네에 오래된 방앗간이 있어 애용했다. 나이 든 주인부부는 참기름을 짜야한다고 하니 참깨를 씻었느냐고 물었다. 미안함을 담아 씻어오지 않았다고 답했더니 몇 되냐고 물어서 잘 모른다고 하니 눈대중으로 몇 되란다.


지인이 읍내에 좋은 참기름집이 있다며 젊은 부부가 운영하고 믿을 수 있고 깔끔하단다. 참깨를 가져가서 기름을 짜야하는데 씻지 않았다고 했더니 그럼요~깨끗이 씻어서 짜 드립니다~라고 한다. 참깨를 받자마자 계량저울에 올려서 몇 킬로인데 몇 되가 된다고 알려준다. 쾌적한 젊음이 좋다.


화요일은 스노클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수영을 하는 날이다. 스노클(잠수를 하는 동안 수면에서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기구)을 처음 착용했을 때는 코로 물이 들어갔지만 어느새 익숙해졌는데 잠시 쉬는 동안에 옛 버릇이 살아났다. 다섯 바퀴를 도는 동안 두 번이나 코 속의 물을 빼내야 한다. 결석하면 표가 난다.


일기예보가 수시로 바뀐다.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화가가 목욕을 가기 전에 말리고 있는 곶감 위에 비닐을 덮어주었더니 살포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11시가 되기 전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더니 80% 비가 내린다는 12시에는 구름 속에서 해님이 밖으로 나와서 방긋 웃는다. 화가가 비닐을 걷었다.


가을무를 잘게 썰어서 창난젓갈로 버무렸더니 화가가 밥 한 그릇을 뚝딱한다. 맵고 짠맛이 입에 맞아서 밥도둑이지만 맛나게 먹고 났더니 속 쓰림이 느껴져 두 번이나 숭늉을 마셔야 했다. 자극적인 것을 즐기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교회 여집사님이 돌려준 달걀통이 든 보자기를 끌렀더니 레몬즙이 들어 있어서 물에 타서 마셨더니 맛이 밍밍하다. 원액 그대로 화가에게 건넸더니 뭔 맛이 이러냐고 한다. 집사님의 남편이 암투병 중이어서 몸에 좋다는 것을 골라서 먹고 있을 것이다. 맛난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때가 좋은 때이다.


나주배 농사를 짓는 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작황을 물었더니 그저 그렇단다. 저장성은 없지만 맛이 좋은 추왕배를 주문하니 큰 것은 없고 작은 것만 있단다. 이쁜 아이의 주소를 불러주며 택배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


교육동기생이 키위택배를 보내와서 끌러보니 농장 선전문구 종이 아래에 굵은 키위가 가득 들어있다. 키위 잘 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이쁜 키위 많이 보내주어 고맙다는 카톡을 보냈더니 후숙 시켜 맛나게 드시라며 고맙단다.


생식과 함께 홍시와 단감과 배와 냉장고에서 꺼낸 키위를 차려 놓았더니 홍시부터 단감과 키위의 순서대로 먹은 화가가 배는 배가 불러 못 먹겠단다. 웃었다. 홍시와 단감과 키위는 저장성이 없으니 빤짝 제철인 지금 맛나게 먹는 것이 좋겠다.


농어업인조사 대상자라는 통지서를 받고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질문에 답변을 했다. 답변을 마치고 났더니 설문조사로 인터넷으로 답변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다. 맨 마지막에 있는 '상품권을 받으려고'에 표시를 했다.


화가에게 조사원이 방문하면 서로의 시간 낭비라고 여겨져서 인터넷 접속을 한 것이지만 상품권에 혹해서 마지막 문항에 체크를 했다고 하니 웃는다. 추첨이라는데~ 추첨에 당첨되어 본 기억이 별로 없지만 답변을 잘했으니 2만 원짜리 상품권이 도착할 것으로 믿는다.


모감주나무가 서둘러 잎을 떨어뜨렸다. 뒤쪽의 나무는 가지가 앙상하고 햇빛을 듬뿍 받는 앞쪽 나무는 노란 잎을 달고 있다. 그네 옆에 쌓인 낙엽을 그대로 두었다가 나무가 잎을 모두 떨어뜨리면 쓸어 담을 예정이다. 결과를 알면 삶이 느긋해진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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