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탕 먹고 김장김치 가져오기

인과응보와 은혜

by 이혜원

꿀잠을 자고 나서 잠이 오지 않아 불을 켜고 시계를 보니 2시 33분이다. 푹~자고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몸의 회복이 끝났다는 뜻으로 여기고 잠자기 전에 읽다가 접어놓은 좋은 생각 11월호 책을 펼쳤다.


미들마치 장편을 읽느라 좋은 생각 11월호와 12월호를 읽지 못했다. 받는 즉시 읽었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렸으니 그동안 많이 서운했겠다. 좋은 생각이니 어떤 상황이든 좋은 쪽으로 해석했으리라~


카네기 멜론대학교 경영대학원 순기 리 교수는 남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단다. 카페에서 일을 하면 일이 잘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그렇단다(85p 하단).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아리스토텔레스)


다니는 교회에서 파송을 받아 1년 동안 예배를 드렸던 교회의 목사님이 점심초대를 했다. 불교대사로 불리는 동창이 부부동반으로 방문소식을 알려왔는데 함께 자리를 해 주면 좋겠단다. 목사님의 동창은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서 작가가 함께 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여 벌써 두어 번이나 만남을 가졌더랬다.


수영강습이 있는 날이어서 도착시간을 12시 20분으로 알리고 망개떡 집에는 아침 일찍 들러 7 상자를 사 두었다.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하여 사모님에게 5 상자를 건넸다. 2 상자는 재종언니집에 가져갈 선물이다.


손님부부는 벌써 도착했고 식탁에는 밑반찬이 차려져 있다. 분주한 사모님에게 인사치레로 거들 일이 없느냐고 하니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된단다. 목사님이 지정해 준 자리에 앉아서 염소탕과 탕수육을 맛나게 먹었다. 칠면조 식당에서 염소고기 전문점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목사님이 근처에 괜찮은 찻집이 있으니 차 마시러 가잔다. 역사를 개조하여 찻집으로 만들었는데 불교에 심취한 주인부부를 전도하기 위해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단다. 전도쿠폰을 만들어서 성도들이 찻집을 이용하게 할 예정이란다. 좋은 생각이라고 해 주었다.


역 간판이 그대로 달려 있는 찻집 이름은 레일로드이다. 바닥 중앙에 그려진 철도레일 그림을 본 화가가 레일이 이렇게 좁았느냐고 물었다. 상징적인지 사실적으로 그린 것인지, 주인장이 바빠서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방문하면 물어봐야겠다.


차를 마시며 목사님 친구부인이 두 가지 얘기를 했다. 시골바닷가에 있는 별장을 방문한 이가 1,200여 명(정확한 숫자를 얘기했지만 잊었다)이며, 유자 농사를 내년부터 동네청년에게 맡기고 별장을 팔려고 내어 놓았단다. 식사 대접한 손님의 숫자를 일기에 기록해 놓았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 별장을 관리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란다.


식사를 할 때는 손님부부가 중앙자리를 차지했지만 찻집에서는 작가가 중앙에 앉게 되어 '접착제입니다'라고 한 뒤에 불교에 심취했을 때는 인과응보(因果應報)를 철석같이 믿었지만 그게 진리가 아니었다는 간증을 했다. 목사님이 친구에게 해 주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얘기이다.


생일 떡을 여러 사람에게 돌리면 복을 받는다고 여기고 실천했지만 떡을 받는 사람이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면 독을 선물한 것이었고, 자신의 힘으로 해 내겠다고 안간힘을 쓰며 미래를 걱정했지만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은혜로 두려움 없이 내일을 기다린다고 해 주었다.


목사님의 동창부인이 대접한 이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복 받을 일을 했다는 뜻이겠지만 자랑하는 순간에 복은 날아가고, 되갚을 여력이 없는 가난한 이를 대접해야 상급이 되지만 이 또한 하나님의 것을 옮긴 것에 불과한 일이다. 남편이 그녀보다 일곱 살 많다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은 태어난 순서가 아니다.


유자청 두병을 선물 받았다. 사모님이 만든 유자청은 설탕이 부족하여 원당으로 보충해 주어야 했지만 목사님 동창부인이 선물해 준 것은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유자청을 알맞게 떠내어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만들어서 화가와 한잔씩 저녁식사 대용으로 맛나게 마셨다.


재종언니집에 도착했더니 고구마를 삶고 고추전을 부쳐놓았다. 살얼음이 씹히는 감주와 함께 맛나게 먹고 나니 저녁식사는 멀리 달아났다.


언니가 김장김치를 챙기러 밖으로 나간 사이에 압력밥솥 아래에 금일봉 봉투를 넣어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그 사실을 알렸더니 돈을 받으면 김치를 담가준 본치가 없단다. 언니는 사랑으로 김치를 담아주었고 화가는 고마워서 외식비를 선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잔뜩 먹고 남긴 고구마와 고추전을 싸가지고 왔는데 고추전 반죽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선물해 준다. 커다란 통을 보며 이걸 언제 다 먹을까~한다. 언니는 정말 손이 크다.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가득 담긴 김장김치를 장독에 옮겨 담았다. 형부가 양념을 넣은 김장김치를 통에 담아 하루를 넘겼더니 공간이 생겨서 김치 두쪽을 더 넣어 채웠단다. 그득해진 김장독을 보니 푸근하다. 쌀독에 쌀이 그득하고 김칫독에 김치가 가득하니 겨울채비 만점이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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