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송년초대와 추억

by 이혜원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똑같은 하루이지만 마음이 특별하니 특별한 날이다. 구역장이 특별한 날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집에 구역원들을 초대했다. 화가가 옆구리를 쿡쿡 찔러서 받은 초대장이다.


구역모임은 매주 날짜를 정해서 구역원들의 집을 방문하여 드리는 것이 정석인데 모두들 바쁘다 보니 주일예배를 드리고 나서 점심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만남을 가진다. 우리 어머니는 어덕 떨어진 것이 질 된다(언덕 허물어진 것이 길이 된다)고 하셨다.


화가가 방문예배의 추억을 잊지 않고 떠올렸더니 구역장이 자신의 집에 먼저 초대를 하겠단다. 협동목사님이 두 번째 자리를 자청하고 화가는 세 번째로 초대를 하겠다고 했는데 구역장이 초대를 하겠다고 한 날을 앞두고 구역장의 외손녀가 태어나서 첫 모임이 미루어졌다.


한 해가 다 가는 끝자락에 화가가 다시 기억을 떠올리니 구역장이 31일에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기 전에 자신의 집으로 저녁초대를 하겠단다. 4/4분기 생일파티도 곁들여서 한단다. 옆구리 찌르기를 참 잘했다.


아침에 수영장으로 가서 샤워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문어와 해삼과 굴로 맛난 점심밥을 먹었다. 화가는 굴이 제일 맛나다고 하여 작가는 몇 점만 먹고 문어와 해삼만 먹었다. 굴보다는 문어와 해삼이 비싸다.


설거지를 마치고 닭장에 갔더니 역시나 덩어리 쥐약 한알만 남고 쥐들이 다 먹어 치웠다. 달걀 한 개가 남아 있어서 반갑게 거두고 쥐약덩어리를 한 움큼 꺼내어 빈 닭장에 다시 흩어 놓았다. 닭장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가 달아났는데 달걀을 거두어 오니 검은 고양이와 새끼고양이가 작가의 모습을 보고 달아난다. 고양이야 반갑다.


달콩이와 영상통화를 한 시간가량 했다. 포켓몬카드를 하나씩 비춰주며 소개를 하더니 자동차로 된 장난감을 보여준다. 자동차는 로봇으로도 변신이 될 것 같다고 하니 똘똘이가 회사에서 돌아와야 가능하단다. 웃었다.


퀴즈 내는 방법이 바뀌었다. 나는야~가 아니라 책을 보고 동물에 대한 설명을 한 뒤에 맞다, 아니다를 선택하란다. 화가가 선택하고 나면 작가는 무조건 반대편을 선택했더니 13대 20으로 우승했다. 긴 통화를 이끌어가던 달콩이가 이제 끊습니다~하며 사라지고 이쁜 아이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했다. 복 많이 받아라~


달콩이와 통화를 하는 동안에 읍내에 들러서 망개떡 다섯 상자를 샀다. 세 상자는 구역장집 방문 인사용이고 두상자는 재종언니에게 건네며 김장김치를 담아왔던 그릇을 돌려주었다. 송년모임 시간이 임박해서 선걸음에 간다며 형부와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막내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조카가 큰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고향에 있는 오빠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여보세요~하며 받는다. 집전화를 받으며 변함없는 음성에 웃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동생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감사합니다


서울의 오빠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올케의 번호를 눌렀더니 잠시 뒤에 전화를 걸겠단다. 시장을 보고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란다. 연휴에 가족들이 모이면 먹을 것을 장만해야 해서 장을 좀 봤단다. 알뜰살뜰 부지런하고 야무진 올케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었다. 우리 오빠 결혼 참 잘했다.


구역장 집은 교회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파트단지 23층이었다. 공동현관문이 열려있어서 정겹고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서 22층에 내리는 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런 느낌 참 좋다.


차가 밀리는 바람에 화가와 작가가 가장 늦게 도착했다. 화가가 차속에서 막냇동생 목사님에게 오늘 초대받은 것을 자랑하자고 했는데 벌써 와서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어서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우리 구역장이 담임목사님 초대를 빠뜨리는 일은 없다.


상차림이 어릴 때 먹었던 음식맛을 떠올리게 한다. 무 채나물이 차려진 것을 보고 화가가 양푼과 고추장을 달라고 하여 비볐다. 된장국도 맛나고 밀치(가짜숭어) 회무침 맛이 대단했다. 솜씨 좋은 안주인을 만났으니 구역장이 결혼을 참 잘했다. 초등학교 때 6년 동안 같은 반이었단다.


학교 다닐 때 첫사랑이었는지~궁금해했더니 그런 것은 아니고 성인이 되어 오빠네 횟집에서 일을 거들고 있던 초등동창을 만나서 교제를 하고 결혼했단다. 두 사람의 스토리가 싱겁지만 아름다운 맺음이다.


원로목사님 사모님이 자신들의 결혼스토리를 소개하겠단다. 월요일에 선을 보고 토요일에 결혼식을 했단다. 선보는 자리에 화장도 하지 않고 나갔는데 평소에도 화장을 하지 않았고 지금도 하지 않는단다. 결혼 전에 화장을 얼마나 많이 했던지 첫날밤을 지내고 나서 신부가 바뀐 줄로 알았다는 원로목사님의 간증을 들었더랬다. 웃었다. 기억은 믿을 것이 못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한해를 되돌아보니 마음 푸근하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한 해도 어제도 참 행복한 날이었다. 올해도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날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 감당 잘하는 삶이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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