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새해가 밝았다.

온천욕과 떡국

by 이혜원

새해 첫날 양촌온천이 많이 붐빈다. 옷장이 부족하여 작가가 목욕을 마치고 옷을 입고 있으니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기다린단다. 웃으며 나머지 옷을 꺼내고 비워주었다. 새해답다.


목요일은 화가가 다니는 목욕탕이 쉬는 날이고 수영장도 문을 열지 않아서 함께 양촌으로 목욕을 가기로 했다. 목욕탕 앞에서 노점을 하는 아저씨가 은행이 준비되었다고 하루 전에 연락을 해 와서 만나기로 약속을 해 두었다.


은행을 샀다. 자그마치 15개 그룹의 은행을 구입했으니 세계경제를 쥐락펴락 할 수 있게 되었다. ㅎㅎ 은행과 은행이 같은 말인 것은 노란 은행잎이 골드바를 연상시켜서라고 본다.


알콩이가 한자를 배웠다며 물 수, 닦을 건, 수건이란다. 그런가? 맞는 것 같다. 그래? 한자를 잘 아는구나~칭찬했는데 수건은 손수(手), 수건 건(巾)이다. 웃는다. 아무려면 어떠냐~물을 닦는 것이 수건인 것을~


목욕탕으로 가는 차 안에서 화가가 떡국떡을 살 것인지 묻는다. 냉동고에서 떡국떡을 꺼내어 불려놓았다고 답을 하고 나서 다시 떡방앗간으로 가서 사야겠다고 답했다. 햅쌀로 만든 떡국떡이 훨씬 맛날 거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떡방앗간 사장님이 활기찬 음성으로 반긴다. 만 원짜리 떡국떡에 천 원을 더 붙여서 미안한지 쌀값이 워낙 비싸서~라고 하기에 그럼요~답하고 따뜻한 가래떡도 샀다. 화가가 가래떡 하나씩 얼른 나누어 먹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래떡 하나를 더 꺼내어 절반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맛나다.


은행 파는 아저씨가 아침에 한 봉지 더 껍질을 벗겨놓았다며 덤으로 주겠단다. 도토리 묵을 만들었다기에 은행알과 함께 사서 모두 합이 7만 7천 원이다. 돈을 건네고 있으니 곁을 지나던 부부가 발을 멈추고 작가의 은행알에 눈독을 들인다. 벌써 팔린 거잖아요~남편이 은행알을 사라고 했던 모양인데 눈치 빠른 아내는 이미 다 팔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웃었다.


똘똘이가 전화를 걸었는데 목욕을 하느라 받지 못했다. 왜 전화를 받지 않으시냐고 하여 아차~했다. 하루의 동선이 일정한데 늦게 목욕을 가는 바람에 걱정을 하게 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떨어져 있는 가족의 동선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새해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는데 이쁜 아이가 다시 통화를 하잔다. 영상에 달콩이가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통화하려고 했는데 끊어서 슬펐던 모양이다. 삐져서 전화도 받지 않으니 이쁜 아이가 달래고 눈물 닦기를 마친 달콩이가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감기도 들지 않았는데 기침이 나서 마트에 특제감기약 재료인 막거리를 사러 들어갈 때는 화가에게 전화기를 맡겼다. 막걸리 여섯 병을 잽싸게 사고 나서 다시 퀴즈놀이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통화 끝! 이란다. 끊어진 전화기를 보며 웃는다. 완전한 일방통행이다. 독재자로 군림할 때가 참 좋을 때이다. 황제님의 통치를 언제나 반기나이다~


아침에 멸치다시를 내어 놓았더랬다. 굴떡국을 끓였더니 화가가 주먹동그라미를 그려주었다. 새 떡국떡에 굴과 문어까지 넣었더니 정말 맛났다.


닭장으로 가면서 불려두었던 떡국떡과 냉동실에 있던 은행알을 가져갔다. 새 은행알을 전자레인지에 구워내면서 묵은 것은 버렸다고 했더니 화가가 아깝단다. 은행알의 단백질이 변색되어 더 이상은 먹을 수가 없다고 설명을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쌉스럼한 은행알이 참 맛나다. 신사만 새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숙녀도 새것이 좋다.


저녁설거지를 끝내고 성경 읽기까지 마친 뒤에 막내외삼촌에게 카톡메시지를 보냈다. 새해인사 쇼츠영상을 보내와서 올해도 주 안에서 더욱 강건하시라는 인사문을 보냈더니 큰오빠가 전화를 받지 않더란다. 울컥한다. 외삼촌 미안합니다. 큰오빠가 천국 갔습니다.


오빠의 소천소식을 알리며 화가의 장로임직소식을 곁들였다. 슬픈 소식에 얽매이기 보담 기쁜 소식에 눈을 돌리기를 바랐다. 건강관리 잘하시어 오래도록 함께 지내자고 했더니 축하한다는 답신을 주고 나서 큰오빠의 이름을 적은 뒤에 눈물 난다. 앞이 깜깜 이만. 이란다. 짧은 글에 우주가 담겼다.


옛 어른들이 내가 오래 살아서~라고 했는데 외삼촌이 오래 산 것이 아니라 큰오빠가 성급하게 먼저 간 것이다. 우리 외삼촌, 이제 겨우 구순을 넘겼을 뿐인데~큰오빠는 일찍 땅에 떨어진 밀알이 되었지만 외삼촌은 아직도 열매를 익히고 있는 중이랍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외삼촌에게 보내지 못한 말들이 허공에서 맴돈다.


봄을 기다리는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도 모두모두 주안에서 더욱 강건하고 행복하셔요.


어제도 참 행복한 날이었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날이 되어 주님주신 소명 다하는 은혜 있음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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