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않고 기다려주는 이가 친구다.

전화통화와 새로 온 수영선생님

by 이혜원

부산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해가 서쪽에 떴다. 전화는 언제나 작가가 먼저 했더랬다. 전화뿐이 아니었다.


크리스마트카드가 새해연하장을 겸하여 쓰였던 시절엔 언제나 작가가 먼저 카드를 보냈다. 책상 앞에서 일하고 있으니 보내기 유리한 점도 있었으리라~어느 해에 친구가 카드를 먼저 보내며 해마다 먼저 받아서 이번에는 큰 마음먹고 일찌감치 준비를 했더란다. 그때도 해가 서쪽에서 떴다~


진해친구가 전화를 했어. 얼마 만에 걸어온 전화인지 모르겠네. 딸 죽고 나서 처음이다. 그랬구나~가슴 찡하다~


너랑은 통화를 한 번씩 한다며? 덕분에 소식은 잘 듣고 있었단다. 그래~나한테 전화를 자주 했었지~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서 두 시간가량 통화할 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러지를 않았지~


딸이 죽고 나서 10년쯤 지나서 이제 모두 내려놓았다고 했더랬다. 용서하기로 했어. 그 용서의 대상이 누군지 안다. 고교생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권위주의 아빠 탓이라고 여겼더랬다.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말하지 않아도 안다. 친구라면~


양손 가득 시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아파트 계단을 올라도 들어줄 마음을 내지 않는 사람과 살았단다. 어릴 때 아버지를 잃어서 남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모르는 사람이 더란다. 들어달라고 하지~그래, 그랬어야 했는데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 줄을 몰랐어. 우리 아버지가 남편과 꼭 같았거든.


남자는 어머니와 닮은 아내를 택한다고 했다. 여자는 아버지와 닮은 남편을 선택할까?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란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다. 원하는 것을 남편에게 말해야 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남편을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말하지 못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하다~


부산친구의 전화를 받았으니 진해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당구의 쓰리쿠션이라고 했더니 웃는다. 그래, 내가 부산으로 전화를 했지. 참 오랜만에 통화를 했어. 딸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친구에게 딸 아들을 두었지만 딸을 잃어버린 엄마가 전화를 했다~강산이 몇 번이나 변하고 나서~


부산친구가 진해로 만나러 오겠다고 했단다. 딸이 진해에 살고 있는데 한 번씩 다니러 온단다. 우리 셋이 한번 만나자. 그러자~우리 집 기사님에게 부탁하여 태워달라고 해서 갈게~ 백마 탄 기사님~바닷가 나들이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수영수업에 새로운 선생님이 왔다. 키가 크고 건장한 이가 먼저 입장하여 저 사람이 우리 반 선생님인가~했더니 고급반 선생님이란다. 그가 체조를 이끌고 이어서 등장한 선생님은 안면이 있다. 작가가 배영발차기가 안된다며 한번 봐 달라고 부탁했던 자세교정 잘한다는 선생님이다. 앗싸~


각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니까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순서로 한 바퀴씩 돌아보란다. 수영시작한 지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서 7개월인데 아주아주 오래전에 했었다고 답했다. 통통한 회원은 2년이 되었단다. 아이쿠 선배님 몰라 뵈었습니다~


평영수영에서 상체가 머리와 함께 들어가야 하는데 머리만 물에 넣고 있단다. 그렇구나~평영을 잘한다고 여겼는데 속도가 나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자유형에서는 숨 쉴 때 머리를 들고 있고 손동작이 너무 빠르단다. 머리 드는 것은 금세 고쳤는데 손동작은 여전히 빠르니 당분간 양손이 만나는 수영을 하란다. 감사합니다~


수영을 마치고 참기름집에 들러서 서리태가루 빻은 것과 들깨기름을 찾아왔다. 미숫가루처럼 만든 서리태가루를 여섯 개의 병에 나누어 담았더니 십문칠이다. 플라스틱 병 다섯 개는 5-1부터 5-5 번호 스티커를 붙여서 냉동고에 넣어두고 꿀병에 담긴 하나는 냉장실에 넣었다. 한 숟갈씩 생식과 함께 먹으면 흰머리가 검은 머리 될 거다.


점심식사는 구역장부인이 선물해 준 무 채나물과 시금치와 콩나물을 함께 넣어서 비빔밥을 만들었다. 커다란 양푼에 함께 비비다가 작가몫은 덜어내고 고추장을 넣어 건넸더니 맛나게 먹은 화가가 주먹동그라미를 그려주었다. 들깨기름을 듬뿍 넣어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달콩이가 영상통화를 청해왔다. 통화 중에 알콩이가 전화기를 잽싸게 가로채고 전화기 쟁탈전하는 모습을 보며 웃는다. 잠깐의 전쟁이 끝나고 달콩이가 퀴즈를 내겠단다. 퀴즈놀이도 하고 알콩이와 아바타 변신놀이도 하다가 이제 끊습니다~통화 끝~하하하 웃는다. 점심식사시간인가 보다.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고 딸기그릇에 물을 담아 넣어주었다. 물통의 물이 얼어서 물을 먹지 못했던 닭들이 딸기그릇에 모여 코를 박고 있다. 유독 한 마리가 닭다리 두 개를 물통 안에 넣어서 계속 물을 마시고 있기에 언제까지 마시나~바깥에서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모이주머니에 물만 가득 채우려나~오늘 중으로 끝나기는 할까~조바심을 내고 있으니 이제 다 마셨단다. 물통에 물을 더 부어주었다.


잠자기 전에 만화책을 읽었다. 신문칼럼에 재미있게 읽었다는 만화소개가 있어서 주문했더니 다음 주 화요일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만화책 3권이 빨리도 왔다. 출판사에 근무하던 이가 자신이 주도했던 만화책이 폭망 한 것에 책임지고 사표를 내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좁은 방 한 칸에 만화책으로 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새 한 마리와 살고 있는 그의 모습이 생소하다. 일본사람은 이렇게 사나?


진해친구가 잠 잘 자니? 물었더랬다. 그럼~잘 잔다~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다~너는 언제나 새나라의 어린이였지. 촌에 살면 그렇게 된다~친구에게 왜? 잠이 잘 오지 않니?라고 묻지 않았다. 참 잘했다. 묻지 않고 기다려주는 이가 친구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하루가 되어 주님 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은혜 있음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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