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샘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라.

장작 굴구이와 바닷가 찻집

by 이혜원

한 달에 한번 만나는 절친부부와 굴구이를 먹기로 했더랬다. 지난달 만남에서 절친의 남편이 화가에게 굴구이를 좋아하느냐고 해서 엄청 좋아한다고 답했더니 정말 잘하는 집이 있단다. 화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면 되겠단다.


친구남편이 조수석에 앉아서 길 안내를 하니 수월하다.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가면 되지만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화가는 조수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친절한 친구남편은 조수석의 십문칠이다. 덕분에 유쾌한 드라이브 길이 되었다.


식당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예약이 안된단다. 친구가 지난 크리스마스 날 식당을 찾았을 때는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다른 집으로 가서 먹고 왔단다. 장작으로 불을 지펴 굴구이를 해 주는 집이어서 더욱 붐비는 것 같단다. 손짓하며 자기 집으로 들어와 달라는 굴구이 집을 지나쳐서 식당으로 갔더니 차들이 즐비하다. 자리가 있을까?


친구가 일찍 내려서 잡아 둔 자리에 장화를 신은 청년이 장작 한아름을 가져와서 불부터 지펴놓고 연이어 껍질이 붙어 있는 굴과 가리비를 커다란 솥에 쏟아 놓았다. 학창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양은 도시락 안에는 문어가 들어있고 봉인된 그릇에는 치즈가 있단다. 친구는 문어가 익으면 치즈에 찍어먹으면 된다고 안내하더니 본인은 치즈를 안 먹는단다. 그렇구나.


솥뚜껑은 직원이 열어드립니다.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이 나기 시작하면 익었는지 궁금한 손님들이 솥뚜껑을 여는 모양이다. 안내문이 아니었다면 작가도 열어보았을 거다. 김이 무성하게 오르고 나서 장화 신은 직원이 솥뚜껑을 열어주며 이제부터 먹어도 된단다. 왼손에 목장갑을 끼고 하나씩 꺼내어 먹으니 굴맛이 꿀맛이다. 가리비는 아직 제철이 아닌지 알이 자그맣다.


친구남편이 문어를 잘라서 앞접시에 담아준다. 배려하고 베푸는 그의 성품이 함께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니 참 고맙다. 모임에 그가 빠지면 모두들 섭섭해한단다. 그럴 것이다.


화가를 위해 라면 3인분을 주문했다. 해물을 넣어 끓인 라면이 일품이다. 꼬들꼬들한 면이 학창 시절에 먹었던 라면 맛을 떠올리게 했는데 특히나 찌그러진 커다란 냄비가 예술이다. 웃으며 사진으로 담았다. 친구는 배가 부르다고 하여 화가와 함께 오랜만에 라면 맛을 마음껏 즐겼다.


콰이강의 다리 곁에 멋진 찻집이 있단다. 크고 붐비는 집을 지나쳐서 소박하지만 바다 곁에 자리 잡은 찻집으로 가서 차를 마셨다. 화가를 위해 소금빵 두 개를 주문했더니 친구의 남편은 작은 조각 하나 만 먹고 화가에게 계속 권했다. 라면도 먹고 빵도 먹고~ 화가의 볼이 빵빵해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더없이 아름답다.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으며 쉬임 없이 웃었다. 이런 게 행복이지~


친구의 남편이 손으로 짠 머플러를 하고 있다. 여성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고 슬쩍 소개하는 말을 받아 두었다가 찻집에서 누구에게 받은 것이냐고 정색하며 물었다. 모임에 갔더니 곁에 앉은 이가 딸이 짜 준 머플러를 하고 있기에 좋아 보인다고 했더니 하나 더 짜 달라고 하여 선물해 주더란다. 친구는 처음 듣는 얘기일 것이다. 저렇게 짜는 것은 쉽지~라고 한다. 촌스럽다.


너는 네 우물에서 물을 마시며 네 샘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라. 어찌하여 네 샘물을 집 밖으로 넘치게 하며 네 도랑물을 거리로 흘러가게 하겠느냐. 그 물이 네게만 있게 하고 타인과 더불어 그것을 나누지 말라. (잠 5:15-17).


화가가 여직원이 선물해 준 것이라며 손으로 만든 도장집을 가져왔더랬다. 밤새 도장집을 만들어서 바꾸어 주었다. 화가가 손수 짠 머플러를 가지고 왔기에 좋은 실을 사서 머플러를 만들어 주었다. 넥타이나 드레스셔츠는 철이 바뀔 때마다 선물 받는 것보다 더 좋은 최상의 것으로 구입했다. 그때가 좋을 때였다.


찻집을 나와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친구부부의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했더니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해서 여행 가서 찍은 사진 외에는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단다. 그래? 찍은 사진을 친구에게 보내주었더니 바다가 참 이쁘단다. 눈으로 본 것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거지~


집으로 오는 차속에서 화가가 일몰시각을 물었다. 여수와 포항의 중간쯤에 사니까 오후 5시 30분쯤이 되겠다고 답했다. 일몰시각에 도착하여 어둑어둑해진 닭장으로 가서 달걀을 꺼내고 물을 보충해 주었다. 일찌감치 횃대에 올랐던 닭들이 내려와서 먹이와 물을 먹는다. 잘 먹어야 알을 잘 낳지~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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