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하나, 인생 첫 독립 - 빈 둥지 증후군

엄마와 딸, 그 애증의 관계에 대하여

by NN

저번 주에 대출 실행, 입주 청소, 짐 옮기기, 전입신고 등 드디어 인생 처음으로 독립을 했다. 아직 짐만 옮겼을 뿐인데 집의 모든 공간이 온전히 내 취향의 물건들로 채워져 있는 걸 보는 게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다.


내가 독립을 하면서 부모님도 이사를 가시기 때문에 같이 가전/가구를 구경하러 다니면서 엄마는 내내 설레고 즐거워했는데, 정작 이사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묻자 별말이 없었는데, 나를 떼어놓으려니 허무하고 우울하다고 아빠한테 말했다고 한다.


자식을 키워보기는 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나로서는 그 감정선이 이해가 잘 안 되어서 주변에 물어본 결과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걸 알게 됐다.


빈 둥지 증후군이라니, 우리 엄마지만 너무 귀엽고 안쓰럽다.


내가 먼저 이사를 했는데 가구는 배송이 오는 데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짐을 일부 옮겨놓았을 뿐이었다. 아직 침대도 의자도 아직 없어서 바닥 생활을 해야 할 판에, 이불도 수저도 물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갖추는 게 까마득해서 배송될 때까지 시간을 벌고, 빈 둥지 증후군을 느끼는 엄마를 위로할 겸 부모님의 이삿날 나도 함께 했다.


그런데 엄마가 이사한다고 여든이 훌쩍 넘은 연세에 외할머니께서 시골에서 팥죽을 끓여오셨다. 외할머니는 엄마가 이사할 때마다 늘 팥죽을 한 솥 끓여오신다고 한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 그 팥죽으로 배를 채우면서, 딸을 향한 엄마의 마음이란 무얼까 생각해보았으나 아직 싱글인 내가 추측하기는 어려운 지점인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주변을 봐도 그렇고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가 많다. 마음 가는 이에게는 별 것 아닌 일에도 서운한 감정이 들기 마련이니, 서로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그만큼 감정적으로 다툴 일이 많달까. 그동안 엄마랑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또 이만큼 애틋하고 소중한 관계도 없다. 이제 독립도 하고 거리가 멀어졌으니 가끔 보게 되면 투닥거림은 줄어들고 애틋한 감정만 남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