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하나, 인생 첫 독립 - 홈오피스 구상

공간에 대하여

by NN

독립이 확정되고, 대출 문제가 해결되면서 가장 먼저 주문했던 건 큼지막한 6인용 테이블이었다.


혹자는 사회초년생이 [오늘의집]에서 나오는 예쁜 집들처럼 꾸미는 것은 사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MZ세대에게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시공간이 중요하므로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같은 것이다. 휴대폰 액정이 반으로 접히는 시대에 GDP로는 세계 10위에 달하는 나라에 살면서 주거공간만은 여전히 체리 몰딩과 노란 장판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나는 업무 특성상 사무실로 출근하기보다는 고객사에 방문해서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업종의 여러 회사를 방문한다. 신기한 건, 방문 시 느껴지는 공간의 첫인상이 회사의 분위기와 그곳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 공간을 만든 건지, 그런 공간이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 건지는 잘 모르겠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회사들을 방문했을 때는 특히 이런 특징들이 있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있는 딱딱한 로비 대신 모던하고 탁 트인 라운지와, 크롬과 유리와 알록달록한 패브릭을 사용해서 공유 오피스 느낌이 물씬 드는 공간.


이렇게 꾸며진 고객사에서 일할 때 공간이 생산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었다. 그래서 독립 공간을 구상하는 나의 목표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거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작은 집이라 식탁도 겸해야 해서 한계가 많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서 효용을 극대화할 때가 진심 즐거운 법.


그리하여 꾸며진 나의 공간


집을 내 취향에 맞게 꾸미느라 상당한 지출이 있었다. 신혼살림을 차린 것도 아니고, 단순 독립치고는 나름 큰 지출을 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너 자신과 결혼했느냐'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내가 공간에 진심인 이유는,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단 몇 년을 살더라도 '임시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임시인 것처럼 대충 꾸며진 공간에서는 마음가짐과 태도도 ‘임시’가 될 것만 같다. 집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벗어던지고 온전히 '나' 로서 생활하고 휴식하는 근원의 공간이므로, 이 공간에서야말로 성실하고 제대로 사는 것이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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