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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x Jun 23. 2023

[삼형제 도시탈출기] 21. 가뭄을 몸소 체험하다

농촌유학 실전기(17) 자연에서 얻는 물이 귀한 이유

농촌유학의 가장 큰 불편함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물'이요라고 답할 것이다. 아직 여름과 겨울을 제대로 겪지 않은 나로써 이제 막 모여들기 시작한 벌레와 멀게만 느껴지는 추위는 약간의 불편함과 두려움 정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생활에 물은 참으로 중요하다. 음식을 할때, 씻을 때는 물론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물이 끊기는 순간 고약한 냄새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단수를 경험한 일이 거의 없는 나로써 농촌유학에서의 물 공급이 끊기는 일은 상당히 당황스럽고 적잖이 불편함을 초래하는 일이다.


처음 농촌유학을 왔을때부터 물과의 악연은 시작되었다. 겨우내 비어있던 집의 지하수 모터가 터져서 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하루를 꼬박 고생하고 나서 물이 나왔는데 이틀만에 한파로 모터가 얼어 또 물이 끊겼다. 다음날 극적으로 모터를 녹여 물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따뜻한 물은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물의 중요성을 제대로 각성하며 농촌유학을 시작했다.


그리고 물에서 나오는 모래로 고생을 했다. 수전에 단 필터에는 하루만에 모래가 잔뜩 끼었고 하얀 필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노랗게 물들었다. 면장님 이장님 등 동네 분들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해서 지하수 모터 옆에 모래여과기를 달았다. 아직 필터에 모래가 나오기는 하지만 현저히 줄어든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그렇게 물 고생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싱크대 아래 수전 결합장치 결함으로 주방이 물바다가 되었다. 장판은 물론 전기판넬까지 싹 걷은 상태로 꼬박 한달을 버텼다. 그래도 빠르게 발견했고 빠르게 말랐고 빠르게 고쳐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장판을 다시 깔고 주방을 되찾기까지 한달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제 고생이 다 끝났나 했는데 지난 밤 갑자기 물이 안나오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모터는 쉼없이 돌았다. 그러나 수전에는 물 한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한밤중이라 모터가 설치된 밖에 나가볼수도 없고 아침 일찍 밭일을 위해 오신 제각 관계자분께 문의했다. 지하수 모터에는 지하펌프를 끌어들이는 장치 옆에 물을 담는 통이 있는데 그곳에 물을 채우니 그나마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터는 계속 돈다. 물을 쓰지 않는데도.. 

낮동안 비워있는 집에 계속 모터가 돌았다. 물은 안나오고.. 배운대로 물을 채웠다. 다시 물이 나온다. 헌데 물을 쓰지 않는데도 계속 모터가 돈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많은 양의 비는 오지 않았다. 집 앞 밀밭은 얼마전 수확했다. 모내기를 위해 밭에 3일넘게 물을 댔다. 그래서였을까. 지하수가 많이 말랐나보다. 지하수 높이가 낮아지며 모터로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니 모터는 계속 돌고 물은 안나오고 한단다. 옆집 할머니네도 마찬가지여서 모터의 전원을 뽑았다 꽂았다 하신단다. 


5월에 지하수를 정리하고 상수도를 놔준다고 했는데 6월 중순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라 가을에나 되는 줄 알았다. 물이 안나오는 상황이 오니 아차 싶다. 면사무소에 문의하니 원래 6월초에 다 해결하려 했는데 업체선정이 늦어졌단다. 다음주에 공사를 해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물이 안나와요 라고 약간의 우는 소리를 했다. 전달하겠다 했다. 전달하지 않아도 되니 약속된 무언가를 기한내에 지켜주면 좋겠다. 다음주부터 비소식이 들리니 지하수가 좀 차려나.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말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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