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이유 있는 선택, 가치소비.
GEYK은 이번 설에 기후위기편 클럽하우스를 3일에 걸쳐 열었는데요. '설렌타인(설+발렌타인)'을 맞이해서 우리의 선물 문화, 포장, 소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눠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EMU에서 다뤘던 해외 기후변화와 ESG 기사를 꺼내보며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소비자가 기업을 바꾼다." 였는데요.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이 최근 기업들의 친환경 동향이 짙어지게 된 변화를 이끈 것은 소비자, 바로 시민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뮤는 2회에 걸쳐 클럽하우스에서 자주 거론되었던 가치소비와 ESG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우선 소비자의 투표, 가치소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가치소비와 ESG, 기업의 전환
2019년, 세계 최대 온라인 마켓 아마존이 전기승합차 10만 대를 구매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명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비쌀텐데 말입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더 비싼 원재료인 유기농 목화에서 얻은 면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명 환경과 사회를 위한 기존 정책의 변화는 상당히 수고스럽고, 매출 감소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왜 재정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정답은 바로 ‘가치 소비’와 ‘ESG’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 EMU와 함께 파헤쳐봅시다!
#브리타어택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기업을 이겼습니다.
2020년 8월, 정수 필터 업체 ‘브리타 코리아’를 상대로 브리타 어택 캠페인 참여자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참여자들은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려고 브리타 제품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필터 소비가 결국 플라스틱 소비로 이어진다고 하니 이런 아이러니는 개선됐으면 합니다.", "적어도 환경 보호를 앞세운 마케팅을 펼치고 싶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질 각오도 해야 합니다.", "페트병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브리타를 사용하려 했는데, 브리타를 쓰면서도 플라스틱이 재활용이 안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라고 말하며 정수기 업체 브리타 코리아를 비판했습니다.
최소한의 플라스틱만을 사용한다는 정수 필터, '브리타 필터'는 한국에 진출한 지 14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브리타는 ‘친환경 스마트 셀프케어 정수기’ 라는 마케팅을 펼쳤고, 환경과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플라스틱 통에 담긴 무거운 생수의 ‘대안’으로 가벼운 브리타 필터를 선호하였습니다. 하지만 분리하기 어려운 필터구조로 인하여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과 4주마다 필터를 교체하여 결국 또 다시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모순과 회의감을 느꼈죠.
해결법을 고민하던 소비자들은 한국과 달리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생산자 책임제의 일환으로 필터 수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는데요. 심지어 영국, 독일에서는 1992년부터 필터 수거, 재활용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고, 브리타를 상대로 필터 되돌려 주기 어택에 나섰습니다. 27개 시민단체와 생활협동조합, 소규모 상점으로 구성된 '브리타 필터 재활용 캠페인에 함께하는 사람들'(브함사)과 한국 소비자들 역시 ‘필터 수거 및 국내 재활용/ 재사용 프로그램 시행, 충전재 교체 가능한 필터 카트리지로 재설계’를 요구하였고, 1만 4000여명의 서명과 전국 각지에서 약 1500 개의 폐필터가 모였습니다. 해외 사례 역시 기업이 먼저 나선 것이 아니었고, 2008년에 소비자가 직접 1만 6천명의 온라인 서명과 600개 폐필터 수거 캠페인을 열면서 시작되었답니다.
결국, 브리타 코리아에서는 공식 입장문에서 21년 중으로 ‘플라스틱 폐필터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결정하였는데요. 이는 가치소비를 하는 소비자의 항의에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할 시 대규모 고객 유출과 기업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유 못먹어도 라떼 마시고 싶어요! HOW.두유.DO.
브리타 어택과 같은 가치소비 운동은 현대인이 매일같이 이용하는 카페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20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청정넷) how.duyu.do팀은 테마지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프로젝트를 시행한 이유에 대해 담당자들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승현: 네이밍은 두유로 잡았지만 정확히는 라떼 종류의 카페 음료를 마실 때 우유를 대신해서 두유, 귀리유, 아몬드유 등 식물성 우유를 마셔보자는 제안인데요, 최근 환경, 동물권, 건강 등 다양한 이유로 우유 대신 식물성우유를 찾는 분이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게 카페에서 다양한 옵션을 누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혜란: 한 명씩 자기 동네에서 두유 옵션을 물어보는 챌린지를 하여, 전국의 카페에 두유 옵션을 원하고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면 궁극적으로는 카페에서 두유 옵션을 추가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 문제를 조금 더 가깝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점점 우리 주변의 비건, 채식주의자 인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동물권, 건강 등을 각자의 사정은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동물성 우유 섭취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카페에서 우유가 포함된 제품은 많지만, 그 우유의 종류를 선택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커피나 주스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정넷 하우두유두 팀은 이러한 두유옵션을 조금 더 가깝고 쉽게 제안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 동네 두유 카페 지도 제작’ 챌린지를 통하여 전국적으로 개인 카페에 두유 선택지 추가 참여를 독려하였죠.
참여방법은 간단합니다!
1. 자신이 애용하는 개인 카페를 방문하여 두유 선택지 유무를 확인합니다.
2. 두유 선택이 가능하다면, 구글 지도에 등록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카페 사장님께 두유 선택지 추가를 제안하고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후기를 남깁니다.
3. 해당 카페에 재방문합니다.
약 한달간의 챌린지 결과, 구글 지도에는 서울 주요지역 (강남, 서초구/ 마포, 서대문구, 종로, 중구) 을 비롯하여 전국 1,738 곳이 등록되었고, 앞으로도 누구든 자유롭게 두유 카페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 두유 지도의 이미지는 이 본문의 하이퍼링크 또는 하우두유두 인스타그램 계정(@how.duyu.do)에서 확인 및 다운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바뀌면 기업도 달라질 수 있어요!
가치소비에 대해 일상에서 볼 수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위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과거에는 그저 싸고 좋은 제품, 즉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점점 ‘사회, 환경적으로 더 선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가치소비를 하는 것이 더 이상 일시적인 유행, 트렌드가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유통가와 금융가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으며, 그 바람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필환경 사회적 문제를 매우 중요한 가치판단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친환경적이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윤리적인 지배구조를 기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제품을 소비하려고 노력합니다.
생수 같은 경우 라벨이 특히 골칫거리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소비자들이 앓고 있는 문제 의식을 반영해, 아이시스에 이어 제주 삼다수까지 최근 무라벨 제품을 도입하고 있고, 재활용 효율성과 분리배출의 편의성, 일석이조를 갖춘 제품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가치 소비에서 이어지는 기업의 ESG 경영 전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치소비였다면, ESG는 그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답일 것입니다. 어떤 창의적인 대답이 나올지 다음 특집 기사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