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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뮤레터 May 01. 2021

한국전력의 투자가 철회 당했다.

왜 한전은 시장에서 외면 받았을까.

GEYK은 이번 설에 기후위기편 클럽하우스를 3일에 걸쳐 열었는데요. '설렌타인(설+발렌타인)'을 맞이해서 우리의 선물 문화, 포장, 소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눠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EMU에서 다뤘던 해외 기후변화와 ESG 기사를 꺼내보며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그리하여 이뮤는 2회에 걸쳐 클럽하우스에서 자주 거론되었던 가치소비와 ESG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지난 시간의 가치소비 이야기에 이어, ESG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9~20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한 ESG 검색량


가치소비와 ESG, 기업의 전환


2019년, 세계 최대 온라인 마켓 아마존이 전기승합차 10만 대를 구매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명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비쌀텐데 말입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더 비싼 원재료인 유기농 목화에서 얻은 면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명 환경과 사회를 위한 기존 정책의 변화는 상당히 수고스럽고, 매출 감소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왜 재정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정답은 바로 ‘가치 소비’와 ‘ESG’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너도 나도 ESG를 외치는 이유, EMU와 함께 파헤쳐봅시다!





ESG란 무엇일까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입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이윤 창출만을 따졌으나, 최근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비재무적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전이 망할 수도 있다고?


21년 2월, 네덜란드 연기금 APG는 한국전력에 투자한 790억원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20년 6월, 한전이 해외 석탄 발전소 추가건설을 확정하였기 때문인데요. 한전이 참여 중인 사업에는 ‘인도네시아 자와 9, 10호기’, 그리고 ‘베트남 붕앙 2호기’ 가 있으며, 그 중 자와의 경우 두 차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손실’이 예상되었습니다. 이는 ESG 중 E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예라고 할 수 있죠. 석탄발전소는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으니까요.


APG는 그동안 한전에 지속적으로 석탄발전소 투자 철회를 요구하였습니다. 이를 이유로 지난 2017년부터 한전 지분을 조금씩 팔아왔고, 최근 한전에 투자한 모든 자금을 회수했습니다. APG는 한때 한전 지분을 약 7%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 중 하나였습니다.





왜 기업들은 느닷없이 ESG를 하려는 걸까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ESG 열풍에 불을 지핀 것으로 유명합니다. 연례서한에 ESG 요인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은 투자에서 제외될 거라고. 즉,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최우선 순위 삼겠다는 것! (한전, 삼성물산, 두산... 많은 기업이 위험해지겠죠!)


거대한 투자사들이 ESG를 실천하는 기업이 중장기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수익이 좋기 때문이란 판단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큰 손들에게 투자를 받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전략이 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ESG를 하지 않는 기업을 찾아 보는게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 노동자와 소비자, 협력사의 희생을 무시하고 그 대가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투자자의 외면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이런 기업들의 성장 그래프와 이미지가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투자사들도 ESG에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하는데...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ESG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하여 자체 평가 기준을 만들거나 자체적인 평가 역량을 갖추려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또한 'ESG를 하는 기업 = 착한 기업' 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죠. 이 점이 바로 기업이 ESG를 적극적 도입하는 이유입니다. 


세계 4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2019년에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ESG 투자를 절반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인 자산운용사와 다르게 연기금은 수 십년 동안 자금을 운용한 후 가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지속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투자사들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 건 ESG 투자가 수익이 내기 시작한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장기 뿐 아니라 단기로도 ESG 평가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고, 그 때문에 투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Kumar et al (2016), Journal of Sustainable Finance & Investment; Fidelity International, 후출처: TOSS


ESG 잘 하면 약, 못하면 독!


한국의 투자사와 기업들도 시대에 맞춰 빠르게 ESG를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보이는 것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첫째, 현재 한국에서 ESG와 기존의 사회공헌과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ESG 각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나 S(사회공헌)에만 특히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둘째, 모순되는 정책, ESG 도입을 발표하면서도 환경에 영향을 주는 산업, 석탄발전소 사업을 계속하는 한전의 예시와 같이 앞 뒤가 맞지 않는 일관성이 부족한 정책은 오히려 투자사와 소비자들에게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를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고 하는데, 그린워싱하는 기업으로 비추어진다면 불매 운동 등 역효과가 상당할 것입니다.

ESG를 생색내기로 사용한다면 본전도 찾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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