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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꿀이 Apr 01. 2023

[덕다이브 by 이현석]를 읽고

덕다이브


과연 무슨뜻일까 싶었는데 서핑용어였다.


​같이 일하던 병원에서 태움당하던 간호사 다경. 방관자이자 어쩌면 피해자이기도 했던 주인공. 그 둘의 이야기다.

서핑을 하다가 너무 재밌어서 발리에서 업으로 삼게된 주인공은 손님으로 오게 된. 이제는 인플루언서가 되어버린 다경을 마주치게 되고 둘은 그저 사건을 직면하고 소설이 끝난다.

​지지부진하게 오해를 풀어내고 극적인 화해을 하고 이러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실적이었다. 둘의 앙금은 깔끔하게 풀리지 않는다. 그저 그 일에 대해 박터지게 싸우고난뒤 그저 똑같이 서핑을 하고 서핑에 성공할 뿐이다. 인생은 언제나 고구마와 사이다가 공존한다고 한다. 그런 소설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주인공은 현실을 모두 도피하고 발리에와서 서핑샵을 했지만 그곳에도 낙원은 없었다. 이후 코로나가 터지면서 주인공이 꿈꿔왔던 서핑샵은 지옥이 되었다. 결국 주인공도 현실과 직면하고자 하고, 발리에서의 삶은 청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그렇게 성장한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지만 어쨌든 현실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세상에 순수한 창작이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한국 현실이 참 팍팍하다고 느꼈다. 모두가 참 힘들구나. 어쩌면 그건 한국인의 dna 일 수도 있다. 척박한 이 환경을 살아남아온 특유의 억척스러움 덕분에 우리는 고장난 8톤 트럭을 몰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어느정도 공부 잘한다 싶지? 그럼 옆자리 애가 더 잘한다. 꽤 노래 잘한다 싶지? 그럼 내 친구가 더 잘한다. 뭐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꽤나 행복을 쉽게 놓쳐버린다.


이 책에서 서핑은 정말 중요한 요소다. 서핑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는 몰라도,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서핑도 인생을 많이 닮은 듯 했다.

길고 길었던 20대에 해야만 했던 과정들이 모두 끝났다. 눈 떠보니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었다. 어푸어푸 헤엄쳐서 육지를 찾으려 했지만, 글쎄, 그냥 인생은 바다였던 것이다.

나는 그저 어떤 섬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서핑보드 하나 들고, 열심히 패들링할 시간이다. 서퍼처럼 살아가고 싶다. 큰 파도를 찾아내고 그걸 멋지게 타고야 마는 서퍼들.

파도타기를 실패한다고해서 그 누구도 비웃지 않는다. 왜냐면 파도타는건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파도를 양보하기도 하고, 파도를 잘못 타서 다친 사람은 내가 도와주기도 하고, 내가 허우적댈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이제는 인생을 서핑하듯이 살아가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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