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j와 istp가 시끄러운 뷔페에 갔을 때

by 꺼꿀이

*본문에 앞서서 가벼운 인삿말을 해보겠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써보는데요.

2023년 7월에 마지막으로 쓴 enfj와 istp글이 꾸준히 인기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분명 이 글을 보는 건 enfj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해보며...

아무튼 저는 istp와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정반대의 성향, 그 간극에서 고통받고 즐거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법인카드를 긁어야 하는 때가 있었습니다.

세금이 아니었고, 저에게 할당된 금액에서 일부를 쓰는 것이었기에 사실 좀 비싼 걸 먹어도 됐습니다.

저는 호텔 뷔페를 좋아합니다.

대식가는 아닌데요. 대식가들이 뷔페를 좋아한다는 건 오해입니다.

소식가로서, 다양하고 맛난 음식을 깨작깨작 모조리 즐길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큰 기쁨이기에,

그래서 저는 호텔 뷔페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요.

(효용성의 측면보단, 만족도의 측면에서...)


*그래서 저는 과감히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flavors 디너 뷔페를 예약했습니다.

istp와 손잡고 룰루랄라 오랜만에 간 그곳은...

제 기억과는 다르게...

너어무 너어무 시끄러웠습니다.


*고급호텔보다는 시장통이 연상될만큼 시끄럽고 밀도가 너무 높은 뷔페였습니다.

분명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장사가 너무 잘되더군요.

그러다보니 저도 좀 심란하긴 했는데요.


*3접시쯤 먹었을 때일까요. 갑자기 istp가 앞이마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더군요.

자기 정말이지, 여기 더이상 못있겠다고, 이렇게 사람많고 시끄러운 데에선 밥이 안 멕힌다고, 옆 테이블에서 무슨 얘기하는지 다들리고, 옆테이블에서 우리가 무슨 얘기하는지 다 들을 수 있고, 이런 장소가 너무 고통스럽다면서요.

하지만 저는 이곳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 지금 집가는 건 안돼. 에어팟 들고 화장실 갔다와. 나 밥 먹고 있을게.

- 그래도 돼? 혼자 있어도 되겠어?

- 응. 혼자 편하게 밥 좀 먹자.


*그는 20분 정도 화장실 변기에 앉아 에어팟을 끼고 유튜브 영상을 보고 왔다고 합니다.

침착해지고 이완되는 기분에 만병이 통치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다시 털레털레 자리로 돌아왔고,

과일과 초밥을 1-2접시 더 먹다가 귀가했습니다.


*사실 enfj인 저에겐 그래도 꽤 재밌는 곳이었거든요.

시끄럽긴 해도, 사람구경하기 좋았고, 다른 사람들은 뭐 입나- 뭐 먹나- 뭐 하고 사나- 이런 거 구경하는 게 너무 좋잖아요.

근데 istp가 그렇게 시들어가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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