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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선 Mar 15. 2024

영어 단어 딱 네 개면 아프리카 유학생들에게...

전기장판도 판다네요. ㅎㅎ

1990년대 중반 미국 서부의 한 대학에서 2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이다. 겨울이면 눈이 허리까지 내리는 지역이다 보니 겨울 바람 또한 두 볼을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세게 부는 날이 많았다. 그런 지역에서 두 번의 겨울을 보내다 보니 한국에서 공수받은 전기장판과 겨울 솜이불은 한국 유학생들의 필수품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워낙 다양한 국가 출신들이 다 모이다 보니, 아버지가 한 부족의 추장이라며 자랑을 늘어놓는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들도 몇몇이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프리카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부유한 생활을 하였는데, 눈이라고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지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다 보니 겨울맞이는 그들에게 고통스러운 체험이었다. 특히, 새학기에 새로 입학하는 아프리카 출신 신입생들에게 겨울은 공포의 계절이었다.   


   



어느덧 2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시점이 되었는데 한국에서 공수받은 겨울용품들을 처분하는게 큰 숙제였다. 찬바람이 불던 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오고가는 학생회관 앞에 돗자리를 깔고 전기장판과 겨울솜이불 등을 펼쳐 놓은 채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그런데, 단 네 개의 영어 단어만으로도 한국유학생들이 사용하던 겨울용품들을 순식간에 완판할 수 있었으니...아프리카 출신 학생들이 물건을 보러 다가올 때마다 실감나는 표정으로 외쳐댔다.

winter, very cold, die. 지금도 그 당시 그 단어들을 듣고 놀란 토끼눈을 뜨던 학생들의 표정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주 단순했지만, 아주 훌륭한 마케팅용 단어들이었다.   

#에세이 #라이프스타일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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