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은 좋은 장소일까?
좋은 장소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다. 흔히 입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좋은 입지에 있는 곳이라고 좋은 집은 아니다. 집이 쾌적하려면 신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집은 좋은 입지에 신축으로 지어진 집이다.
그런데 좋은 입지의 의미가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다.
딸이 학교에서 삶의 만족도 조사 결과를 가져왔다. 가족만족도, 주거환경만족도, 친구만족도, 자기만족도 등 4가지 항목인데 친구만족도는 양호, 나머지는 보통이다. 그나마 가족만족도와 주거환경만족도는 평균보다는 조금 높은 보통이었다.
그래도 친구보다 가족 점수가 낮은 것은 서운하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나도 저 시절 친구가 누구보다 좋았다. 마음도 잘 맞고 말도 잘 통하는데 안 좋을 수 있나. 그때 그 시절은 친구와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겁다.
하지만 결국 친구와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나 또한 하루의 많은 부분을 회사에서 보내지만 휴식을 취하고 개인 정비를 하는 곳은 집이다.
그래서 누구나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좋은 집이 뭐지?'
좋은 집은 어떤 곳인가? 좋은 장소인가? 비싼 곳이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교통이 좋은 곳?
우리나라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를 많이 한다. 내가 조금 적게 벌어도 주변 사람들보다 많이 벌면 상대적으로 만족도는 높다. 요즘은 연봉 비교를 전체 직업군을 묶어서 상위 몇 %에 들어가는 금액이 결정되는 것 같다.
하지만 집은 다르다. 연봉처럼 수치화하기 어렵다.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집이 어디냐를 물어보면 제각기 기준에 따라 말을 한다.
물론 결론은 자기가 사는 집이 제일 좋지만 말이다.
지역마다 핫플레이트가 있다. 가장 비싼 동네, 가장 좋은 동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부동산 관련 카페에 가면 항상 대장아파트 놀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에서는 기준이 서울 강남과 거리, 지하철역 근접성이 가장 큰 요소인 것 같다. 여기에 초등학교가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인프라가 있는 신도시가 인기 좋고 1기보다는 2기가 좋다. 아무래도 쾌적하니까.
나는 22년 4월에 이사 오기 전 20평 남짓의 30년 이상된 아파트에서 3식구가 살았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아이 키가 커지니 공간의 협소함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짐이 늘어나는데 정리 공간은 구식 아파트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평수도 29평으로 '국평'보다는 작지만 3식구 살기에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새 아파트라 구조도 좋았고 주상복합이라 1~4층에 그런대로 편의시설이 들어와서 편하기도 하고,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교통도 좋다.
다만 초등학교가 없다.
그래도 아이가 초6에 이사를 와서 넓어진 공간에 만족해 했고, 아내도 생활에 만족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붊만이 많았다. 이유는 나만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다. 그냥 식구들이 거실에서 주로 생활을 했고 나는 서재로 사용하는 방에서 주로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문제는 서재를 정리하면서 책의 절반을 버려야만 했다는 사실이다. 방이 그리 크지 않아 책장을 많이 두지 못했다. 그리고 새 서재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도 공부를 서재에서 했다.
나의 공간을 원했는 데 간섭을 받는 곳이 되었다. 집과 자동차는 작게는 이동을 못한다고 하는데 그말이 이해가 된다. 집에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자신만의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용구간도 필요하다. 보통은 거실이 그 역할을 한다.
그 외에는 좋은 집은 교통이 편해야 한다. 마트와 같은 편의시설도 가까워야 한다. 가끔 운동할 수 있는 공원이 있어야 한다. 카페와 맛집도 몇 곳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좋은 장소에 있는 집이다.
좋은 장소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다. 흔히 입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좋은 입지에 있는 곳이라고 좋은 집은 아니다. 집이 쾌적하려면 신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집은 좋은 입지에 신축으로 지어진 집이다.
그런데 좋은 입지의 의미가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번잡한 지하철이 근접한 곳은 부적합하다. 자신만의 운동이 가능한 주변 산이라도 있다면 굳이 공원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나에게 집은 사회에서 조직의 일원으로 사람들과 사이에서 존재했다면 집은 나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곳이다. 집을 향하면서 나 개인의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집은 너무나 소중한 곳이다.
집은 단순히 베드타운 역할을 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또 다른 장소이며 개인의 인생을 살아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런 집이 좋은 집이다.
나는 좋은 집을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