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성공하기
내가 예전에 들었던 두 사례가 있다. 출판사에 다니는 나이도 비슷하고 경력도 비슷하지만 일하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A와 B라는 대리에 대한 내용이다.
A대리는 성격이 꼼꼼하고 하나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프로젝트를 맡으면 작가와 콘셉트부터 하나하나 모두 직접 챙긴다. 출판이 나올 때까지 디자인과 오타까지 모두 확인하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만족해했다고 한다. 책 또한 문제가 발생된 적이 없었다. 문제는 그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에 다른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한 프로젝트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넣었던 것이다. 그래서 출판사 사장은 A 대리에게 한 가지만 지시하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지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B 대리는 여러 가지를 맡아서 뛰는 흔히 부지런한 스타일이었다. 사장이 지시하는 여러 일을 챙기고 다른 팀원이 어려워하거나 퇴사자가 생기는 프로젝트도 맡아서 처리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실무에서 협업을 해야 하는 당사자들이 연락이 잘 안 되거나 결과물에 문제를 놓쳐 다시 재작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사장입장에서는 궂은일을 도맡아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B 대리를 나무랄 수도 없었다고 한다.
두 사람 중 누가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 잘하는 사람의 개념으로는 A 대리다. 잘한다는 의미는 결과가 좋을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중소기업에서는 A 대리보다는 B 대리가 더 필요하다. 인재를 선발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많은 업무를 누군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하나씩 헤쳐나가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기업이나 연구직에 있는 사람들은 A 대리를 선호할 것이다.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B 대리처럼 해야 했다. 그래서 A 대리와 같은 삶을 너무 부러워했다. 그 이유는 A 대리는 전문성을 키울 수 있지만 B 대리의 경우 여러 가지를 알겠지만 전문성에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결국 자신의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전문성이라는 것이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B 대리처럼 여러 가지 경험을 하지 않으면 진정한 전문성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은 많은 경험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급자가 될수록 여러 분야에 통달해야 하는데 A 대리는 시간이 지나 관리자급이 되었을 때 다른 분야에 대한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위 두 사례의 직장인은 우리 주변에서도 잘 볼 수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다. 물론 선호하는 정도는 다르지만 모두 필요한 사람인 것은 확실하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문제 생길 때마다 대책회의를 한다. 그때 나에게 묻는다.
"다음 주까지 해결할 수 있어?"
그러면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내가 잘못을 해서 문제가 생기면 윗 상사는 이렇게 말한다.
"너 왜 이런 실수를 자꾸 하는 거냐?"
그러면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다음에는 잘하겠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엔지니어 출신 관리자는 때로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때로는 모든 프로젝트를 검토, 관리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위 두 대답을 주로 하게 된다.
기술적인 문제로 해결하기 위해 업무를 할 때는
"열심히"
관리적인 면에서 일을 할 때는
"잘 하자"
일 잘하는 것과 열심히 한다는 것. 이 두 단어는 분야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잘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열심히'라는 단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여러 일을 하다 보면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에서 실수는 뼈아프다.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실수는 비교적 자신에게 데미지가 큰 편이다. 이때는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하면 된다.
나에게 일을 잘하는 후배는 뛰어난 실력을 갖춰서 남들이 6개월 걸릴 일을 3개월에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하지 않고 마무리도 짓지 못하는 인원보다 보통 실력이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배워가며 숙달된 인원이 6개월 걸릴 일을 8개월 만에 해 내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중소기업이 살아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처럼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지 못한다면 보통 실력이 뛰어난 실력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고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물론 그 과정에서 힘들다고 퇴사하는 인원이 많이 나오지만 말이다 - 어떻게 해야 할지...).
시간이 지나 지금은 퇴근시간도 예전에 비해 매우 빨라지고 출장일도 짧아졌다. 회사에서 예우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나의 회사 생활 패턴은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다른 게 없는 B 대리다.
그때는 나의 신세를 한탄했지만 지금은 그 덕에 많은 분야의 사람들을 알게 되고 폭넓은 지식을 갖게 되었다. 전문성은 떨어져도 대체할 다른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결국 어떤 스타일이 되던 충분히 회사 생활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가끔 이렇게 생각한다.
내 주변에 사람들이 혹시나 사업을 시작해서 누군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면 나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나에게 동업하자는 사람들. 그들은 나라는 사람을 보고 연락을 했을까, 아니면 그 사람 저 사람 모두 거절되고 후 순위로 왔을까?
회사 생활에서 항상 저 질문에 어느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했다.
두 대리의 예처럼 어떤 사람이든 성실하다는 전제라면 누구라도 괜찮을 것이다. 전제 조건은 어떤 스타일이든지 다른 사람보다는 더 열심히 더 잘한다는 점이다.
회사 생활에서 회의를 느끼고 박탈감을 느낀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열심히 노력한 나의 모든 것들은 오로지 내가 알고 나에게 들어온다.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