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결혼이란

갓 결혼한 새댁이 내리는 결혼의 정의

by 레몬소르베

근래는 나에게 있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였다. 우선 올 초에 결혼을 했고, 타인과 가족이 되는 서류를 작성했으며 이제 가족관계증명서를 뽑으면 그의 이름이 나온다. 조금 싫어져서 카톡 읽씹을 하다가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야 진짜 헤어질까? 지금 보낸다? 카톡 뭐라고 보내지?’ 하는 시대는 지났다. (씁쓸하다..) 아직 아파보진 않았지만 병이 생겨 누군가 나의 몸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내가 의식이 없을 때 나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이제는 엄마가 아니라 28세에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내가 선택했지만) 뜬금없는 남성이 된 것이다. 문득 살면서 나에 대해 가장 아는 사람은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젊은 시절 심장이 뛰고 평생을 약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중대사를 나라의 개입 없이 일임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이 또한 내가 선택했지만)


직장에 취직하기 전, 요즘은 잡플래닛 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 회사는 사장이 꼰대고요, 가족 회사라서 직원을 정말 가족같이 대합니다. 이를테면 주말도 함께 해야 한다며 야유회를 마련한다거나 등등… 공고에서는 유추할 수 없는 경험자들의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직업도 이런 검증 과정을 거치는데, 나와 평생을 함께 해야 하며 심지어 내 개인정보, 더 민감한 생리현상 까지 공유해야 하는 사람을 오직 나의 판단으로만 결정해야 한다니. 결혼이란 어떤 과정인 것일까? 머나먼 옛날처럼 집안 어른들끼리 결정해서 한 방에 가둬놓고 ‘이게 네 남편이다!’ 하는 과정보다는 인간적이지만, 사회는 나에게 주체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그 권한에 대한 인식과 책임 또한 개인화 하였는지 의문이 든다. 비단 상대를 선택한 것이 나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 있어 얻어지는 슬픔과 아픔 또한 내 몫이라면 사회는 왜 이혼과 재혼과 남들의 사랑 이야기에 이토록 관심을 갖고 지적들을 하는 것인지. 뭐 누가 나에게 뭐라고 지적했다는 것은 아니고요, 그냥 내 선택이 틀렸으면 어떡하나, 그 뒤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극한의 상황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이런 글을 적는다고 그에 대한 확신이 없다거나 후회가 든다는 것은 아니고요, 사람이 살면서 늘 운이 좋을 순 없고, 모든 선택이 다 현명하진 않을테니까요. 마라샹궈를 먹으려다가 마라탕을 선택했는데, 생각했던 맛이 아니라서 후회된다면 다음 번엔 마라샹궈를 시켜 먹으면 됩니다. 다시는 그 가게에서 마라탕을 주문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면접에서 합격이라고 통보 해놓고, 고용 했다가 맘에 안든다고 사업자 마음대로 자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린 이런걸 부당해고라고 하기로 했어요) 뭐 아무래도 자르게 되면 위로금도 챙겨줘야 할 것이고, 실업급여도 줘야 할 것이고.. (이걸 위자료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제가 제 발로 나가게 괴롭힐 만큼 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여튼 이렇게 혼돈이랍니다 여러분. 간혹 제 주변 사람들이 ‘결혼하고 달라진 거 없어?’, ‘넌 어떤 확신이 들어서 결혼하게 된거야?’ 라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너무 곤란합니다.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요, 인생에 있어 어쩌면 제일 충동적인 결정이었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행복으로 꾸며내기엔 불안함의 연속이걸랑요. 감히 결혼이 주는 의의는 ‘내 스스로 선택한 가장 중(重)한 일을 책임지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요리하면서 남들이 도와주는 것을 싫어하고, 뽐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집에서 엄마가 차려준 밥만 먹을 때는 전혀 알 수 없던 나의 내면이었죠. 그리고 자취할 땐 내 입에 들어갈 요리를 하는 거라 예쁜 그릇에 셋팅할 필요도, 반찬 하나하나 간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저 대충 내 입에만 맛있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남(편)과 같이 음식을 먹으려니 기왕이면 예쁘게 먹고 싶고, 내가 차려줬다고 생색도 내고 싶으니 남(편)이 주방에서 알짱(?)대는 모습이 그렇게 거슬리고 싫습니다. 지(그)딴엔 도와주는 일인데 제가 짜증을 내니 얼마나 이상한 여자로 생각했겠어요. 연애 때는 그렇게 상냥하더니… 라고 본인도 후회했을지 모르지요. 여튼 나도 의식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글로 서술하니 저절로 거울 치료가 됩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저는 비로소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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