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형태

by 레몬소르베

사랑 이야기만 나오면 절절하게 떠오르는 한 명이 있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사귀었던 사람들은 자그마치 열손가락 가까이 되는데 진짜 사랑했나?를 돌이키면 한 명만 남는 것 같다. 첫 이별 때는 무언가 홀린듯이 그 아이는 아직까지 나를 좋아하는데, 다른 것 때문에 내가 상처받을까봐 헤어지자고 한 걸거야・・ 라는 믿음이 있었다. 고등학교때 인소(인터넷 소설)를 많이 읽긴 했지. 뭐 여튼 그랬다.


어쩌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재회?하게 되었는데, 그 아이는 그 때 내게 상처주었던 이유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왜 그랬어?' 라는 물음에, "그냥.. 뭐 그냥. 그땐 그냥" 이라며 넘어갔다. 나 또한 이번엔 다르겠지 하는 믿음으로 묻지 않았다. 물었어야 했나. 그리고 두 번째 이별(이라고 적고 마지막 이별이겠네)또한 무응답으로 끝났다. '나는 너를 이만큼 좋아하는데, 조금만 더 노력해보지 않을래?' 라고 1월 1일이 되어가는 자정에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게 사랑이 맞나 싶어. 우정을 키워온 것 같기도 하고."라고 답했다. 미친X. 그렇게 사랑한다고 매일 얘기해줬는데.

내가 화가 났던 건, 그 아이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 아이가 처음부터 나를 좋아했던게 맞는가? 라는 의문이 들어서였다. 그럼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은 뭐였으며, 대체 나는 너에게 무엇이었냐고 묻고 싶었다. 네가 우정을 키워왔다고, 마치 '키우는 것'에 대해 쌍방의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내가 우정을 키우게 된건, 네게도 책임이 있지 않니? 우리 함께 '우정'을 키운 것이 아닐까? 라는 뜻으로 다가왔다. 그건 "내가 더 이상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보다 상처였다. 마치 우정을 키우게끔 만든 것에는 나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았으니까. 내가 너를 사랑으로 대하지 않아서, 내가 이성적으로 느끼게끔 대하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덕분에 그 뒤로는 '사랑'이 뭘까 한참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사랑이었다. 사랑이라는게 진짜 쳐다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자꾸 다가가서 말을 걸고싶고, 시도 때도 없이 상대방이 생각나는 감정이 맞다면 나는 사랑을 한게 맞는 것 같다. 뭐 물론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는 것은 오늘날에 깨닫고 있는데, 그 뒤로 만났던 남자친구에게서는 뜨거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막 심장이 터질 것 같다기 보다는, 웃음보가 터질 것 같다. 그냥 얼굴만 보면 웃기다. 웃기게 생겨서 그런가? 본인은 잘생겼다고, 자기에게서 자랑 할 점은 얼굴 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런 말을 진지하게 하면서 눈썹을 씰룩거리면 또 그게 미칠 듯이 웃기다. 뭐 웃는거는 좋은거고. 날 즐겁게 만든다면 그건 좋은 사람이 맞으니까. 뽀뽀도 할 수 있으니까. 이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우정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 이제 진짜 생각 안하고 살려고 했는데, 또 생각해버렸네. 것봐. 후유증이 너무 크다. 이건 사기다. 내가 너를 그렇게 사랑했던 그 시간과, 열정과, 마음이 아까울 뿐이다. 이거 뭐 고소라도 할 수 있으면 하고싶네. 죄목은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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